"투자사기 사무실에 PC설치, 방조죄 아냐"

문민호 기자 / [email protected] / 기사승인 : 2026-09-29 16:4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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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法, 무죄취지 원심 파기환송
"범죄 실현 기여 단정 어려워"

[시민일보 = 문민호 기자] 투자사기 조직이 운영한 콜센터에 컴퓨터 등을 설치해준 업자에게 사기방조죄를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최근 사기방조 혐의를 받은 A씨에게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에 돌려보냈다.

A씨는 2020년부터 컴퓨터 출장 수리·판매업을 해왔으며, 중·고교 동창인 B씨의 부탁을 받아 2024년 1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경기 시흥의 한 콜센터에 컴퓨터와 집기 등을 설치·이전했다.

해당 콜센터에서는 B씨와 공범들이 불특정 다수에게 전화해 '유료 주식정보 사이트 가입비를 환불해준다'고 접근한 뒤 공모주를 싸게 팔겠다고 속이는 방식으로 피해자 11명에게서 4억2000만원을 가로챘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A씨가 컴퓨터 등을 설치해 콜센터 운영을 도운 것으로 보고 사기방조 혐의를 적용했다.

대법원은 A씨가 컴퓨터 설치·이전 대가로 통상적인 비용만 받았고, 범죄수익을 별도로 취득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또 사기 조직의 다른 조직원들과 연락한 사실도 없어 A씨의 행위가 범죄 실현에 현실적으로 기여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기방조가 성립하려면 단순히 정범의 범행에 이용된 정도를 넘어 방조행위가 범죄 실현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야 하고, 범죄 결과 발생의 기회를 높이는 등 현실적인 기여가 인정돼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앞서 1·2심은 A씨가 범행을 알면서도 이를 도운 것으로 판단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특히 2심은 A씨가 B씨의 지시에 따라 컴퓨터를 처분하거나 SSD를 초기화한 점과 사무실 창문이 암막 시트지로 가려져 있었던 점, 보드판에서 '비상장주식', '수익률' 등의 표현을 확인한 점 등을 근거로 A씨가 사기 범행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예견했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의 증거 판단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A씨 측이 법정에서 경찰 피의자신문조서의 내용을 부인한 만큼 해당 조서를 증거로 사용할 수 없는데도 2심이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 같은 이유로 원심 판결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사건을 수원고법에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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