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 넘어 구체적 정황 필요"
추측성 신고만으로는 운전자가 경찰의 음주 측정 요구에 응해야 할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법원 판단이 항소심에서도 유지됐다.
대전지법 제4형사부(구창모 부장판사)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 측정 거부) 혐의로 기소된 A씨(58)의 항소심에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의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고 22일 밝혔다.
A씨는 2025년 6월 20일 충남 아산시의 한 음식점 앞에서 경찰관의 음주 측정 요구를 거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음식점에 있던 B씨는 A씨가 위협적으로 행동한다며 음주운전이 의심된다는 내용으로 112에 신고했다.
A씨는 경찰관에게 운전을 마친 뒤 술을 마셨다고 주장하며 측정을 거부했다.
재판부는 음주 측정 거부죄가 성립하려면 운전자가 술에 취한 상태로 운전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당일 A씨는 오후 8시 12분께 운전을 마치고 음식점에 들어가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B씨의 신고는 오후 10시 1분께 접수됐고, A씨는 약 30분 뒤 경찰관의 음주 측정 요구를 거부했다.
1심 재판부는 경찰이 확보한 정보가 제삼자의 음주운전 의심 신고와 운전을 마친 뒤 음식점에서 술을 마시는 A씨의 모습에 그쳤다는 점을 들어 무죄를 선고했다. 음주운전을 했다는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정황이 확인되지 않은 만큼 음주 측정 의무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주관적인 의심만으로 측정 의무를 인정하면 악의적인 신고만으로도 무고한 시민이 강제 수사를 받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운전을 마친 뒤 다른 장소에서 술을 마신 시민에게 결백을 증명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과거 행적을 입증해야 하는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검사는 A씨에게 음주운전을 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며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도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음주 측정 의무가 인정되려면 단순 의심을 넘어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정황이 뒷받침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며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고, 검사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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