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문찬식 기자] 사건 발생 8일 만에 검거된 '여행가방 속 할머니 시신' 사건 피의자 정형근(55)씨가 "술김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정씨를 수사하는 경찰은 범행 동기의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판단, 프로파일러를 동원해 추가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인천 남동경찰서는 30일 남동서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남동서에 따르면 사건 당일이었던 지난 20일 오후 6시께 피의자 정씨가 피해자 전모(71)씨와 말다툼을 벌이던 도중 사기그릇으로 이마를 때리고 흉기로 찔렀다. 당시 두 사람은 각자 다른 장소에서 술을 마신 뒤 정씨 집으로 자리를 옮겨 2차 술자리를 갖고 있었다.
자신의 집에 있던 여행용 가방에 피해자 전씨의 사체를 넣어 둔 정씨는 사건 발생 다음날인 21일 오후 10시30분께 사체를 버리기 위해 가방을 끌고 나왔지만 멀리 가지 못하고 자신의 집에서 약 150m 떨어진 간석동의 한 빌라 앞 길가에 가방과 함께 전씨 사체를 버렸다고 진술했다.
정씨는 범행을 저지른 뒤 이틀간 범행 장소였던 자신의 집에 머문 뒤 부천과 서울 개봉동, 문래동을 걸어서 이동한 뒤 23일 오후 서울 문래동의 한 모텔에서 묵었다. 24일 신림동을 거쳐 관악산을 올라 25일까지 이틀 동안 산의 바위 밑에서 지낸 정씨는 26일 남산으로 이동, 역시 이틀 동안 산에서 숨어 지냈다.
정씨는 24일 신림동에서 자신의 아들과 마지막 통화를 한 뒤 휴대전화를 버렸다. 28일 용산구 해방촌 등지를 배회하며 이곳에서 노숙한 정씨는 29일 중구 을지로로 이동해 을지로5가의 한 편의점에서 아들의 체크카드로 술을 구입, 훈련원공원에서 노숙자와 함께 술을 마시다 경찰에 붙잡혔다.
일용직 노동자인 정씨는 피해자의 딸이 운영하는 포장마차에 술을 마시러 자주 다녔으며 피해자와 자연스럽게 알게 돼 '엄마'라고 부를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던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이처럼 가까운 사이에서 참혹한 범행을 저지른 동기가 우발적이었다는 정씨 진술에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판단, 30일 오전 프로파일러를 동원해 추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가족에게는 잔칫집에 가겠다 말하고 집을 나선 피해자 전씨가 잔칫집이 아닌 지인과 술을 마신 사실이 확인되면서 당시 함께 술을 마신 지인을 찾는 데도 수사력을 동원한 계획이다.
남동서 관계자는 "정씨가 수사에 비교적 협조적으로 응하고 있지만 횡설수설하고 있어 보강 수사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현재까지 피의자와 피해자 사이 채무관계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씨가 범행 동기에 대해 무언가 숨기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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