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선처' 대가로 회식비 요구한 경찰

문찬식 기자 / [email protected] / 기사승인 : 2026-08-20 16: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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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경감 징역 6개월 집유
法, '직무관련 뇌물요구'판단

[인천=문찬식 기자] 음주 교통사고 사건을 수사하면서 피의자에게 회식비와 양주를 요구한 경찰 간부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4부(손승범 부장판사)는 뇌물 요구 혐의로 기소된 인천지역 한 경찰서 소속 60대 경감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고 벌금 100만원을 명령했다고 20일 밝혔다.

A 경감은 지난해 5월 자신이 담당한 음주운전 교통사고 사건의 피의자 B씨에게 피해자들과 합의하도록 권유한 뒤 회식비 명목으로 현금 30만원과 5만2000원 상당의 양주 1병을 요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이후 실제 합의를 마쳤고, A 경감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치상죄를 제외한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만 그를 입건했다.

B씨는 지난해 4월25일 오전 0시20분쯤 혈중알코올농도 0.114%의 상태로 인천 미추홀구에서 연수구까지 약 5km를 운전하다 신호를 기다리던 택시를 들이받은 혐의를 받았다.

이후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한 B씨에게 A 경감은 "조사는 잘 끝났고, 조만간 회식을 할 건데 회식비라도 지원해주면 좋겠다"며 "회식 날 경찰서로 현금 30만원을 가지고 와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휴대전화 문자메세지를 통해 경찰서에 올 때 마트에서 양주 한 병을 사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A 경감은 조기 합의 직후 택시 승객 등 피해자들의 진술은 듣지 않고 B씨만 면담한 뒤 단순 음주운전죄로 입건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 과정에서도 A 경감은 B씨에게 금품을 요구하기는 했지만,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 관계가 없어 뇌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범죄 수사는 경찰공무원의 전형적인 직무에 해당하며, A 경감이 자신이 담당한 사건의 피의자에게 금품을 요구한 만큼 직무 관련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수사 업무에 종사하는 경찰공무원이 피의자에게 먼저 금품을 적극적으로 요구한 것은 직무집행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시킬 우려가 커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A 경감이 교통조사 업무를 담당하던 기간 정직 3개월과 2개월의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다만 범죄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과 오랜 기간 경찰로 근무하며 여러 차례 표창을 받은 점, 실제 금품 수수로 이어지지는 않은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A 경감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올해 초 중징계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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