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조직 외주 받아 934억 돈세탁 '유령 상품권 판매업체' 일당 검거

임종인 기자 / [email protected] / 기사승인 : 2026-09-14 16: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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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총책등 7명 구속 송치

[수원=임종인 기자] 사기 범죄조직으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900억원이 넘는 범죄수익의 자금세탁을 전담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 및 범죄수익 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40대 총책 A씨 등 7명을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14일 밝혔다.

A씨 등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서울과 경기 안산·고양·시흥 등 수도권 5곳에 상품권 유통업체로 위장한 유령회사를 운영하며 934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을 세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투자 리딩방 사기와 중고물품 거래 사기 등을 벌이는 범죄조직의 범행에는 직접 참여하지 않고, 피해자들이 송금한 범죄수익을 현금화해 전달하는 역할을 맡은 것으로 조사됐다.

범죄조직은 피해금이 입금되면 여러 개의 2·3차 계좌를 거쳐 A씨 일당이 운영하는 상품권 업체 명의 계좌로 자금을 보냈다.

A씨 등은 입금된 돈을 각 계좌의 출금 한도에 맞춰 현금이나 수표로 인출했다. 한 계좌의 하루 출금 한도를 모두 사용하면 다른 조직원 명의 계좌로 자금을 옮겨 다시 출금하는 방식으로 적게는 하루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10억원가량을 현금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출한 돈은 사무실에 보관한 뒤 이를 찾으러 온 사기조직 관계자들에게 전달했다.

경찰이 현재까지 확인한 5개 업체 계좌의 입금 규모는 총 934억원이다. 검거 당시 해당 계좌에는 별다른 잔액이 남아 있지 않아 대부분의 자금이 이미 세탁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상품권 업체를 범행에 이용한 것은 거액의 자금이 오가는 상황을 정상적인 영업 활동처럼 꾸미기 위한 것으로 파악됐다.

상품권 유통업의 경우 대량 거래 과정에서 큰 금액이 오갈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금융기관 등에서 자금 출처를 확인하더라도 상품권 거래대금이라고 설명하기 용이하다는 점을 노린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이들은 실제 사업자등록을 마치고 오프라인 사무실까지 마련했으며 가짜 거래 장부도 작성했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실제 상품권을 사고판 내역은 확인되지 않았다.

특히 경찰은 이들이 사기 범행과 별개로 일정 수수료를 받고 자금세탁만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이른바 '외주형 자금세탁 조직'인 것으로 파악했다.

기존에는 사기조직 내부에서 여러 계좌로 범죄수익을 분산하거나 인출책을 통해 현금화하는 방식이 주로 활용됐다면, 최근에는 사기와 자금세탁을 서로 다른 조직이 분담하는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투자 리딩방 사기 사건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던 중 A씨 일당과 연결된 계좌를 확인해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올해 2월부터 조직원들을 차례로 검거해 검찰에 넘겼으며, 총책 A씨도 지난 11일 구속 상태로 송치했다. A씨는 현재 전반적인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사기조직이 자금세탁까지 직접 수행하지 않고 외부 전문 조직에 맡기는 형태로 범죄가 분업화하고 있다"며 "미검 공범을 추적하는 한편 자금세탁을 의뢰한 범죄조직과 수수료 규모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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