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용산공원 훼손 말라

고하승 / [email protected] / 기사승인 : 2026-08-12 14: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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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이 남긴 업적 가운데 하나가 그린벨트다.


1971년 7월 박정희 대통령은 도시의 무분별한 팽창을 막고 녹지를 보전하기 위해 영국의 제도를 벤치마킹해 그린벨트 제도를 도입했다. 당시 서울을 시작으로 1977년까지 전국 주요 도시권에 국토 면적의 약 5.4%인 총 5397㎢가 그린벨트로 지정됐다.


그린벨트로 인해 서울에 그나마 녹지가 남아 있게 된 것이고 그 녹지가 서울의 허파 노릇을 하게 된 것이다. 이걸 해제하는 문제는 신중해야 한다.


그런데 김대중 정부가 외환위기 극복을 명분으로 대규모 해제를 추진했고, 노무현 정부는 수도권 주택공급을 위해 서울 송파구와 경기 성남시 일대 그린벨트를 풀어 위례신도시를 조성했다. 이명박 정부는 보금자리주택, 박근혜 정부는 뉴스테이 공급을 위해 각각 그린벨트를 해제했으며 문재인 정부도 집값 급등 이후 그린벨트를 일부 풀었다. 이에 따라 2024년 말 기준 전국 그린벨트는 3781.2㎢ 수준으로 줄었다.


이를 더 줄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린벨트 해제는 난개발과 녹지 축소, 도시 연담화 등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재명 정부는 그린벨트를 해제해 집을 짓겠다고 한다. 용산 어린이 정원과 용산공원에도 닭장 같은 아파트를 짓겠다고 한다.


실제로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1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서울 주거공급대책과 관련해 "제일 중요한 것은 역시 많이 짓는 것"이라며 "그린벨트를 해제해서라도 수도권의 주택을 많이 공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이 방법이 아파트를 공급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긴 하지만, 미래 세대의 자산을 없애는 극약처방이기에 동의하기 어렵다. 인간의 허파에 해당하는 그린벨트 훼손으로 서울의 공기가 심하게 오염될 것이고, 결국 서울시민들의 생명을 단축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특히 용산공원은 단순한 개발 가능 부지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역사성과 상징성, 공공성이 담긴 국가적 자산이다.


현행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은 미군기지 본체 부지를 공원으로 조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용산공원을 미래 세대를 위한 자산으로 규정하고 지상에 건물을 짓지 않는 원칙을 세웠으며 문재인 정부 역시 그 철학을 이어받아 녹지 중심의 국가공원 조성 계획을 추진했다.


그런데 노무현 문재인으로 이어진 원칙을 이재명 정부가 깨겠다는 것이다.


안 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단순한 유휴부지가 아닌 서울의 허파이자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남겨둬야 할 국가적 자산”이라며 "미래 세대의 몫인 용산공원을 훼손하는 일은 1㎝라도 동의할 수 없다"라고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더구나 그린벨트 해제는 서울 집값을 잡는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 당시 그린벨트를 대규모로 해제하고 거기에 아파트를 지었으나 집값은 되레 폭등했다. 문재인 정부도 집값을 잡겠다며 그린벨트를 해제했지만, 집값 폭등을 막지는 못했다. 그린벨트 해제가 서민 주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는 말이다.


정말 필요한 부동산 정책은 지금 주민들이 거주하는 지역을 재개발해서 좋은 아파트를 많이 공급하는 것이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 소속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은 전면 철거 방식의 재개발 대신 기존 주거지와 지역 공동체를 보존하는 도시재생에 정책의 무게를 실었다. 도시재생이란 이름으로 낡은 주택에 페인트 하는 게 고작이었다. 그런 탓에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서울에서 정비구역 389곳이 해제되고 말았다. 특히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서울에서 신규 지정된 주택재개발 정비구역은 한 곳도 없었다. 당연히 새로운 아파트 공급은 이뤄지지 않았고 오늘날 값 폭등의 원인이 된 것이다.


그나마 오세훈 서울시장이 박원순 재임 당시 해제된 정비구역 가운데 일부를 신속통합기획과 모아타운, 공공재개발 등을 통해 새로운 정비사업에 나선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성공하려면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책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국토부가 오세훈을 이기려 들거나 정부가 시장을 이기려고 덤벼들면 이재명 정권의 몰락이 빨라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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