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에 처음 화재가 발생한 것은 10일 오후 8시50분께 택시기사 이 모(44)씨가 50대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숭례문 계단을 올라간 것을 목격한 뒤 숭례문 누각에서 연기와 불길이 치솟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굴절 사다리차와 소방 호스를 이용해 물을 뿌리며 진화를 시도했다.
화재 발생 1시간만인 오후 9시50분께 눈에 보이는 불씨는 거의 잡은 듯 했다. 이후부터는 연기만 자욱하게 피어올랐고, 소방당국은 정확한 화재원인과 발화지점을 파악하기 위해 연기 발생을 줄이는데 주력했다.
그러나 연기는 좀처럼 줄지 않았고 화재 발생 2시간 뒤인 오후 10시40분께는 현판 뒤로 불길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이후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불길이 번졌으며, 소방당국은 문화재가 훼손될 것을 우려해 적극적인 진압을 하지 못하고 물을 뿌려 불이 확산되는 것을 막는대만 급급했다.
오후 11시를 넘기면서 불길은 점점 거세졌다. 자정께는 불길이 숭례문 지붕 위로 치솟았다.
문화재청과 소방당국은 진화를 위해 숭례문 지붕 해체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오후 11시50분부터 지붕 해체 작업을 시도하려 했으나 이마저도 불길이 번지면서 수포로 돌아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불길이 더욱 확산되면서 11일 0시30분께 누각 2층을 완전히 뒤덮었다. 1시께는 지붕 일부분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1시55분께 불길이 잡혔으나 이미 2층 누각은 완전히 붕괴됐고, 1층 대부분도 무너졌다.
소방당국이 숭례문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소방차 60여대와 소방관 300여명을 투입했지만 5시간 만에 국보 1호 숭례문은 잿더미로 변해버렸다.
한편 밤사이 발생한 화재로 국보 1호 숭례문의 웅장한 모습은 온대간대 없이 사라져 버렸다.
11일 긴 설 연휴를 마치고 월요일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은 하루밤새 잿더미로 변해버린 숭례문을 바라보며 참담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 시민들은 한동안 망연자실 바라보더니 힘겹게 발걸음을 옮겼다.
환경미화원 최권철(53)씨는 “남대문 일대에서 일한지 6개월 정도 됐는데 하루아침에 우리나라의 상징적인 문화재를 잃은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라며 “과거에도 방화 등으로 문화재가 불탔는데 여전히 제대로 된 대책은 없는 것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전날 밤을 꼬박 새며 TV로 화재상황을 지켜봤다는 주부 박옥순(59)씨는 “TV로 보고 너무 기가 막혀서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어 아침 일찍 와 봤다”며 “일반 가정집도 아닌 국보 1호가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져 내리다니 세상에 있을 수 있는 일이냐”고 어이없어 했다. 박씨는 또 “처음에 진화작업만 꼼꼼히 했어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며 “관계당국의 늑장 대응으로 온 국민의 가슴에 상처만 남게 됐다”고 비난했다.
건물 소방시설관련 업무를 담당한다는 김성남(37)씨는 “초기 진압에 너무 소극적이어서 화재를 키웠다”며 “초기 진압만 잘 됐어도 전소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관계당국의 미숙한 초기 대응을 안타까워했다.
숭례문 근처에서 토스트 장사를 하는 김정자(49·여)씨는 “새벽에 시꺼멓게 타버린 숭례문을 보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며 “문화재청이나 소방당국이나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가만히 쳐다보고만 있었던 것 아니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조그만 빌딩도 밤낮으로 누군가 지키고 있는데 하물며 나라 제일의 문화재를 이렇게 방치 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공무원들이 하는 일이 무엇이냐 잘못한 사람들은 문책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원어민 영어강사로 일하고 있는 미국인 앤드류 미라비토(31)씨는 “한국인 친구를 통해 불이 난 소식을 전해 듣고 깜짝 놀랐다. 한국의 전통 건축물을 사랑하는데 슬프다”면서 “국보 1호로 지정할 만큼 소중한 문화재라면 감시를 철저히 하고 사고에 대비해야 하는데 그 점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편 10일 오후 8시50분께 숭례문 2층 누각에서 불길이 시작돼 화재 발생 5시간여 만인 11일 오전 1시55분까지 무려 5시간여 동안 불에 탄 뒤 소실됐다. 숭례문 2층은 완전히 붕괴됐고, 1층도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위태로운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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