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혼과 법률혼 관계를 동시에 유지해 오던 남편의 유족연금이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던 배우자’의 몫이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김용찬)는 정모씨가 “사실혼 관계로 40년간을 함께 살았는데 재직당시 법률혼 관계의 배우자가 아니였다는 이유로 유족연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위법하다”며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연금승계 불승인결정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9일 밝혔다.
지방 공무원이던 A씨는 1956년 1월 김 모씨와 결혼해 혼인신고를 하고 8년간 결혼 생활을 유지해 왔으나 부부관
계가 원만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A씨는 정 모씨를 만나 동거에 들어갔고, 김씨는 이를 알면서도 호적까지 정리하는 것은 원치 않아 이혼신고를 하지 않고 형식상 부부관계로 남아 있었다.
A씨는 정씨와 두 아이를 낳고 40년간 함께 살아왔으나 지난 1월이 되서야 김씨와 이혼한 뒤 정씨와 정식으로 혼인신고를 했다.
정씨는 재혼 후 약 두 달 뒤 A씨가 사망하자 “김씨는 이혼신고만 하지 않았을 뿐 혼인관계가 이미 끝난 상태고, 남편이 퇴직하기 훨씬 전부터 사실상 혼인관계를 맺어온 아내는 자신”이라며 공무원연금공단에 유족연금을 신청했으나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공무원연금법이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는 ‘유족’으로서 배우자를 ‘재직당시 혼인관계에 있던 자’에 한하면서도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던 자’를 포함하고 있다”며 “원고가 유족연금의 수급권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피고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A씨의 경우 법률혼이 형식적으로만 존재할 뿐 실질적으로는 혼인관계가 해소돼 이혼한 것과 마찬가지로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당사자 사이에 주관적으로 ‘혼인의사 합치’가 있었고 객관적으로 ‘부부공동생활이라고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를 갖추고 있어 원고는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던 자’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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