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장비 CT·MRI불량… 전문의도 태부족
초음파 영상의 화질 절반이 ‘불합격 수준’
비록 해프닝으로 끝나기는 했지만 에이즈 위양성률(음성을 양성으로 잘못 판정한 비율) 98% 논란을 계기로 병원의 높은 오진율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물론 잦은 오진 사고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7월에는 서울의 유명 대학병원 두 곳이 39세 여성에 대해 유방암으로 오진, 멀쩡한 유방을 절제해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다.
또 4월에는 9살 된 어린이의 뇌수막염을 감기로 오진해 숨지게 한 의사에게 8000만원을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뇌종양을 극복하고 최근 방송활동을 재개한 유명 탤런트 이의정(32)씨의 경우 몸이 안 좋아 찾아간 한의원에서 골다공증과 복부비만이라는 판정을 받고 증세가 한참 악화된 뒤에야 뇌종양 판정을 받았다고 고백,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전문가들은 CT, MRI 등 각종 의료장비의 정기적인 점검과 부적합 의료장비의 퇴출을 통해 오진율을 낮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턱없이 부족한 진단검사의학 전문의를 확보하는 등 검사의학 발전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오진율을 높이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바로 불량 검진장비.
‘서투른 목수가 연장 탓 한다’는 말도 있지만 현대 의학에서 아무리 뛰어난 의사도 검진 장비가 좋지 않으면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건강보험 가입자들을 상대로 실시하는 건강검진 중 초음파 영상의 화질 절반이 불합격 수준이라는 점이다.
또 흉부 방사선 촬영의 품질도 21%가 불합격으로 밝혀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고경화 의원(한나라당)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출한 ‘2006년도 건강보험공단 검진기관의 방사선 장비의 영상 화질평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건강검진자 293명에 대해 촬영한 2545건의 초음파 영상의 품질을 분석한 결과 45.4%인 133명에 대한 영상이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또 단순 흉부엑스선 검사기기(촬영자) 885개에서 촬영한 2358장의 영상은 20.7%인 183개가 100점 만점에 60점 미만을 받아 불합격됐다.
의료기관별 불합격률을 보면 의원이 26.9%로 가장 높고, 뒤를 이어 방사선과의원이 21.4%, 병원 13.4%, 종합병원 4.4%, 공공기관 3.1% 순이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갈수록 사용빈도가 늘고 있는 CT, 유방촬영장치 등 특수의료장비도 10대 중 1대가 불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이 공개한 ‘특수의료장비 품질관리검사 현황’에 따르면, 특수의료장비 10대 중 1대가 정부 검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았고, 2·3차 검사에서도 부적합 판정을 받은 장비가 버젓이 사용되는 경우도 부지기수인 것으로 확인됐다.
안 의원은 “그나마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품질관리를 하고 있는 특수의료장비와 방사선 장비의 부적합률이 이 정도라면 다른 의료장비는 더 심각할 것”이라며 “의료장비의 생산 및 도입부터 사용, 폐기에 이르기까지 ‘생애주기별 의료장비 관리체계’ 확립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진단 장비를 통해 질병을 진단할 전문 의료진의 확보도 시급한 과제다. 문제는 이들을 배출하는 의대 학과가 상대적으로 비인기학과로 인력 충원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환자의 혈액, 소변, 체액, 조직 등의 검체를 이용해 질병의 진단, 예후판단과 치료에 관계되는 검사를 시행하고 해석하는 진단검사의학과는 올해 후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전체 21명 모집에 단 한 명(4.8%)만 지원했다.
X-선 촬영에서부터 CT, MRI 등을 통해 다양한 검사를 실시하는 영상의학과 역시 모두 7명 모집에 6명이 지원해 미달사태를 기록했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 관계자는 “진단과 검사는 의학의 기본으로 뛰어난 진단검사의학 전문의를 배출하는 것이야 말로 오진율을 낮추는 지름길”이라며 “연간 많게는 700여명 정도의 진단검사의학 전문의가 배출되고는 있지만 국내 검사실 등 이들을 필요로 하는 수요와 비교하면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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