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경로우대권 ‘뜨거운 감자’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7-10-04 20:3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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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 무임승차 늘어 지자체·지방공기업 재정난 악화
지급 중단땐 “복지정책 역행한다” 어르신 원성 불보듯



1일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 할머니 한 분이 경로우대권을 받아가고 뒤이어 할아버지, 할머니 5명이 우대권을 받기 위해 줄을 섰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았다.

5호선 여의도역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 대여섯 명의 노인들이 우대권을 들고 지하철을 타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2호선 잠실역 매표소 앞에는 긴 줄이 생겼다. 경로우대권을 받기 위해 20명 남짓의 노인들이 줄을 섰고, 신분증을 내미는 사람은 1~2명뿐이었다.

경기도 분당에서 잠실까지 왔다는 서 모(71)씨는 “한때는 신분증을 보여 달라는 역무원 때문에 귀찮았지만 요즘에는 우대권을 상자에서 자유롭게 가져가는 역들이 많다”며 “우대권이라도 있으니까 움직이지 돈 내면서 이렇게는 못 다닌다”고 말했다.

경로우대권은 만 65세 이상 노인에게 지급돼 노인들의 이동권을 어느 정도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노인들의 무임승차로 이어져 서울 등 지방자치단체 및 지방공기업의 재정난을 악화시키고 있어 우대권 지급은 ‘뜨거운 감자’로 통한다.

◇줘도 적자경영, 또 안주면 원성= 소득보장이 어려운 노인들에게 경로우대권은 효자다. 몸은 말을 안들어도 친구들과 지하철 타고 산에 다녀올 때면 늙어가는게 나쁘지만은 않다.

이처럼 전체 기초생활수급자 145만여명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은 37만여명으로 25.7%에 육박하며 늘어날 전망이다.

노인인구가 전체국민 중 20% 이상이 되는 초고령사회에 도달하는 것도 일본, 독일보다 더 빨리 시작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제외국보다 노인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함에도 ‘경로우대권’ 제도가 계속해서 공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노인 복지정책으로 경로우대권은 국내 정서상 특수성을 더한 ‘착한’ 정책이지만 이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한국지하철공사 등에겐 ‘부담스러운’ 제도로 다가온다.

지난해 서울지하철을 기준으로 했을 때 수송승객 1인당 수송원가가 948원이지만 실제 운송요금은 1인당 평균 660원에 불과해 결과적으로 수송승객 1인당 약 288원의 적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65세 이상 노인을 비롯해 무임수송인원은 2006년 28만4000여명에 머물렀지만 올해 30만여명, 2008년도에는 32만여명을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에는 2100여억원, 2008년에는 3600여억원의 비용이 소요되고 이 태반이 공기업의 부담으로 고스란히 전가될 조짐이다.

서울특별시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승차인원 5억9200만여명 중 7200만여명에 해당하는 13%가 노인”이라며 “수송수요는 늘지 않는데 노인 탑승자는 매년 10%씩 증가추세여서 우려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경로우대권, 다각도로 개선 시도= 사실 외국에서는 국내처럼 경로우대권이 완전 무료가 아니다. 일부 저소득층 노인에 한해 무임승차가 가능할 뿐 대부분 일정비율을 할인해준다.

반면 국내에서는 경로우대권 지급이 당연시되고 있는 가운데 더 이상 지급하지 않을 경우 노인들의 원성을 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만 65세 미만인 노인 등에게 우대권이 남용되고 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무임승차를 부추긴다는 논란마저 이어져 우대권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게 요구되고 있다.

사실상 행정자치부에서는 발전적인 주민등록증 모델로 전자주민증을 연구중이며 여기에 경로우대권 기능을 접목할 수 있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중이다.

전자주민증은 스마트카드 또는 플라스틱카드 두 종류 중 선택될 예정으로 노인의 사진이 들어 있어 본인확인이 용이하고, 별도로 1회용 우대권을 발급받지 않아도 편리하게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전자주민증이 주민등록증을 대신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 이런 가운데 대구광역시에서는 교통카드에 경로우대권 기능이 더해져 시범사업이 진행중이다.

대구지하철공사 관계자는 “지난 7월부터 우체국, 동사무소 등에서 우대용교통카드를 발급하고 있다”며 “1회용 승차권 없이 교통카드를 사용하면 번거로움을 없앨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지방은 노인수송인구 너무 많아, 개선은?= 특히 지방은 수송인원이 적은데도 노인인구가 많아 무임승차가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지하철 관계자에 따르면 광주 등은 노인 수송인구만 30%여서 부담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자체운영기관 대표자들의 회의를 매 분기마다 논의하고 건교부 등과 함께 TF팀을 운영해 무임승차로 인한 적자경영 등에 대해 논의를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쉽지 않다. 서울만 하더라도 도시철도지하철, 철도공사, 인천 등 4개 기관의 견해가 다르고, 관할시가 또 다르므로 입장차이를 좁히기 힘들다는 것이다.

당초 도시철도를 무임승차하도록 정부가 지방공기업에 위임했던 것이 적자발생의 원인으로 작용해 결과적으로 몇몇 공기업에서는 문을 닫을 정도로 재정상태가 심각한 편이다.

한 관계자는 “국가가 무임수송 비용을 부담해야 함에도 복지부는 노인복지라는 것이 정부만의 업무가 아니라는 입장만 강조하고 있다”며 “노인의 이동권을 지키고 싶지만 계속해서 적자가 쌓여나간다면 2~3년 내에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한편 이러한 고질적인 문제를 풀어내기 위한 실마리가 제시되고 있다.

지난 10일 배일도 의원은 무임승차로 인한 지방공기업의 적자발생을 막기 위해 ‘도시철도운영자의 공익서비스 제공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정부가 부담하도록 하는 ‘도시철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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