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안철상)는 박 모씨가 “몰래카메라 촬영으로 제작된 공익 프로그램이 불특정 다수의 인권을 침해하는데도 진정을 기각한 것은 위법하다”며 국가인권위원회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및 허위결정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1일 밝혔다.
모 공중파 방송사는 국민에게 건전한 해외여행을 유도하고, 세관행정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는다는 목적으로 인천국제공항의 협조를 요청한 후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국민들에게 음주운전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홍보 방안을 찾고 있던 경찰청에도 협조를 구한 해당 프로그램 제작팀은 고속도로 순찰대를 직접 방문, 실제 고속도로상에서 음주단속하는 장면을 촬영하기도 했다.
제작 과정에서 방송사 측은 모든 당사자가 자신을 촬영하는지 알 수 있는 6㎜ 카메라를 사용했으며, 당사자가 원치 않는 경우 촬영을 하지 않거나, 초상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될 때는 모두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
박씨는 그러나 2004년 8월 해당 방송사의 프로그램이 납세자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이유로 방송사를 상대로 인권위에 두 차례에 걸쳐 진정을 제기했고, 인권위는 “해당 방송사는 국가기관이 아니므로 조사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모두 각하 결정을 내렸다.
박씨가 지난해 “관세청장, 경찰청장 등이 해당 방송국과 짜고 공익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몰래카메라 촬영기법을 동원하면서 불특정 다수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또 다시 진정을 내자 인권위는 관세청장 등에게는 객관적 증거가 없거나 인권침해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결정을, 해당 방송사에 대해서는 각하결정을 내렸다.
인권위는 그러면서도 “방송촬영과정에서 국민들에 대한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며 “방송촬영 협조요청시 대책 방안을 마련하라”고 해당 방송사에 권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해당 방송사는 국가기관이 아니므로 피고의 각하결정은 적법하며, 당사자가 촬영상황을 알 수 있었고,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는 내용은 방송에 드러나지 않았으므로 프로그램이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취재 내용이 공중파 방송으로 전국에 방영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음성을 변조하거나 모자이크 처리를 해도 촬영 대상자의 인권이 침해될 소지가 있다고 판단된다”며 인권위의 권고결정을 인정해 “보완책을 마련하라”고 덧붙였다.
한편 해당 방송사는 2001년과 2003년 서울특별시의 지방세 체납징수 전문조직과 동행취재하며 체납징수활동을 벌이면서 촬영했던 체납자가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해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으나 법원은 “공익을 위한 것으로 위법성이 없다”며 방송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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