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특별1부(주심 고현철 수석대법관)는 지난달 5일 같은 재판부 소속 양승태 대법관을 상대로 제기된 재판부 기피신청 재심사건에서 양 대법관의 서명이 들어간 각하 결정문을 소송 당사자에게 송달했다.
민사소송법 제46조2항은 기피신청을 받은 법관은 그 재판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법관이 본인의 기피사건을 맡을 경우 재판의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결정문으로만 본다면 특정 법관을 재판에 관여하지 못하게 하는 기피신청의 취지를 무시하고 양 대법관이 소송에 참여해 각하 결정을 내렸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재판부는 신청인이 이같은 점을 지적하며 항의하자 지난 달 30일 잘못된 결정문이 송달됐다는 설명을 붙인 두 번째 결정문을 보냈다. 그러나 이번에는 첫 번째 결정문의 ‘각하’가 ‘기각’결정으로 바뀌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대법원이 한 사건에서 결정 내용이 다른 결정문 정본을 두 차례 발급했기 때문에 어느 것이 대법원의 최종 판단인지를 놓고 법적 다툼이 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각하는 요건을 갖추지 못해 심리하지 않겠다는 법적 판단인 반면, 기각이나 인용은 일단 신청을 받아들인 뒤 심리를 거쳐 ‘가부’를 결정한 결과물이다.
특별1부 대법관들이 처음 날인했던 각하 결정문 원본의 행방은 묘연한 상태다. 법원재판사무처리규칙에 따르면 결정 원본은 확정일로부터 10년간 보관해야 한다.
한 변호사는 “결정문은 날인된 순간부터 유효하다는 것이 정설”이라며 “유효한 결정문 원본을 폐기했다면 이는 대법원이 스스로 중대한 위법행위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양 대법관실 이 모 비서관은 “주심인 고현철 대법관이 각하 의견으로 주문과 이유를 작성한 뒤 김지형 전수안 대법관만 날인했다”며 양 대법관의 날인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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