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문용선)는 23일 ‘인민혁명당(인혁당) 재건위 사건’ 관련자 고(故) 우홍선씨 등 8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와 내란예비 음모 혐의에 대해서는 “피의자 신문조서와 법정 진술 등의 신빙성과 증명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하고 대통령 긴급조치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법령의 개폐로 형이 폐지됐다는 이유로 면소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구성 혐의에 대해 “수사 당시 물고문과 전기고문 등 폭행과 가혹행위를 당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진술이나 조서가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작성됐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어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증인 진술과 공판 조서에 대해서도 “재심 법정에서 본인들이 부인하고 있어 증인 진술의 진정 성립이 인정되지 않고,공판 조서 또한 앞뒤가 맞지 않는 등 모순이 있다”며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
여정남씨의 민청학련 배후 조종 혐의에 대해서도 “협박·회유·심적 압박 등 강압수사 사실이 인정돼 피의자·증인 신문 조서의 신빙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하재완씨와 송상진씨의 북한방송청취, 수록 혐의에 대해서도 “이적동조에 해당하는 증거가 없다”며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여정남씨의 방공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해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방공법 위반 혐의 부분은 여정남씨가 인혁당 사건에 연루돼 비상보통군법회의에 회부되기 전 대구지법에서 심리 중이던 사건으로, 유족들이 재심 청구 당시 포함하지 않은 부분이다.
재판부는 “법리상 재심 사유가 없어 사실 인정을 뒤집을 수 없다”며 “다만 사안이 중하다고 보여지지 않아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고 하재완씨의 부인 이영교씨는 “당시 무슨 이유로 남편이 구속된지도 몰랐다”면서 “우는 어린 자식들을 달래고 밥알을 모래알같이 씹으며 지난 세월을 보냈는데 살아 있길 잘 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씨는 “이 사건은 한 사람의 장기집권을 위해 조작된 사건”이라며 “이나라 정의가 암담하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판결로 진실은 살아있고 정의는 뒤따라 온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이철 한국철도공사 사장은 재판을 지켜본 뒤 “33년만에 정당한 심판을 받았지만 그동안 온 가족이 풍비박산이 나 정상적 생활을 하지 못한 분들과 후유증에 시달리다 이승을 떠난 동지들이 많다”며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분들의 희생은 영원히 되돌릴 수 없는 것이지만 이렇게나마 바로잡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민청학련 결성 당시 의장으로 활동하다 1974년 정부 전복을 위한 전국적 민중봉기 획책, 인혁당계 지하공산세력, 재일조총련계열 등과 결탁한 혐의(반공법 위반 등)로 구속기소돼 사형이 확정됐으나 이듬해 형집행 정지로 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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