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술가들은 ‘황금돼지해’는 없다고 잘라 말했지만 올해 태어난 아이들은 재복이 많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지난해 중순부터 산부인과에는 아이를 가지려는 부부들의 상담이 크게 늘었다.
하지만 지난 밀레니엄에 일었던 베이비붐으로 최근 즈믄둥이의 사립초등학교 입학 경쟁률이 크게 치솟고 교실 부족 등의 부작용이 잇따르자 부모들은 황금돼지해에 태어난 아이들도 훗날 입학과 취업에 불이익을 당하지나 않을까하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
▲재물복 타고 난다는데, 올해 아기 출산 한다
서울 강남구 H산부인과는 요즘 전화 상담원이 모자랄 정도로 바쁘다. 내년 황금돼지해를 맞아 분만을 하려는 사람들로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분만을 하려는 부부들은 혹시나 자리가 모자라는 것은 아닐까 걱정에 앞 다퉈 예약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산부인과 관계자는 “상담전화만도 하루 50통 이상이고 병원을 찾는 환자도 지난해에 비해 20%정도 증가했다”며 “600년 만에 찾아오는 황금돼지해라는 상징성 때문에 많은 부부들이 출산을 희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속설이라고는 하지만 황금돼지해에 태어난 아기는 재물 복을 타고 난다고 하자 많은 부부들이 아이의 풍족한 미래를 위해 이를 정설로 받아들이고 출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안산 중앙역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이동구(33)씨 부부는 결혼한 지 3년 만에 아이를 갖기로 했다. 맞벌이를 하느라 2세 계획을 미루고 있던 이씨 부부는 ‘올해가 아기 낳을 적기’라고 판단해 2세 ‘만들기’에 돌입했다.
이씨는 “경제적으로 자리를 잡았을 때 아이를 갖기로 했는데 황금돼지해에 태어날 아이는 재물운을 타고 난다 길래 아내와 올해 낳기로 마음먹었다”며 “이달 중 임신 소식이 있으면 좋겠고 태어날 아이는 우리처럼 경제적으로 빠듯하게 살지 않고 커서 의사나 변호사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4년 전 첫째 아이를 낳고 둘째 아이 출산 계획이 없던 정해숙(34·경기 성남)씨는 지난해 초 남편과 황금돼지해인 올해 둘째 아이를 보는 것이 좋겠다는 계획에 따라 임신을 했다.
임신 4개월인 정씨는 “이왕이면 황금돼지해인 올해에 아이를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남편과 상의를 했다”며 “계획대로 임신을 해 기쁘고 황금돼지해에 낳게 될 늦둥이라 건강하게 태어나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속설일 뿐, 입학, 취업 경쟁 심할까 출산 미뤄
‘황금돼지해’라며 아이를 낳으려는 부부가 늘고 있는 것과 반대로 오히려 출산을 다음해로 미루려는 부부도 적지 않다.
2000년 밀레니엄 베이비붐이 일어 출산률이 급증했고, 이때 태어난 즈믄둥이들이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치열한 경쟁 속에 놓였다는 이야기를 들어서다.
이들 부부들은 의미 있는 해에 출산하겠다는 욕심만 앞세우다 즈믄둥이들처럼 오히려 입학, 취업 경쟁에 어려움을 겪지나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두 아이의 엄마인 김 모(32)씨는 아이가 셋이면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남편(40)의 나이를 고려해 올해 아이를 더 낳으려 했다.
하지만 즈믄둥이들이 초등학교 입학 때부터 경쟁을 해야하고 사회에 나가면 더 큰 경쟁을 해야 할 것같아 출산을 내년으로 미루기로 했다.
김씨는 “밀레니엄 베이비가 남 얘기같지 않다. 셋째가 편안하게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올 출산 계획을 포기하고 내년으로 미루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세살배기를 둔 5년차 주부 최경숙(32)씨도 “당초 2008년에 아기를 낳으려했다가 올해 태어나면 재물복을 타고 난다는 이야기를 듣고 계획을 변경했었다”면서 “하지만 최근 부모들과 이야기를 하다 밀레니엄 베이비들처럼 학급 부족과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당초 계획대로 2008년에 출산을 하기로 마음을 바꿨다”고 밝혔다.
최씨는 “부모들의 욕심으로 인해 아이들이 커가면서 힘든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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