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말했더니 ‘미친년’이라면서 펄펄 뛰었어요. 어떻게 아빠를 치한으로 모냐면서… 제 말은 안 믿고 욕만 하더군요. 엄마가 ‘더 이상 다른 가족들을 괴롭히지 말고 나가 살라’고 했어요”
‘친족 성폭력’의 특수성을 보여주는 상담 사례다. 강간 미수 직후 친오빠가 태연하게 TV를 보면서 과자를 준 경우, ‘아빠가 널 사랑해서 그랬다’며 강간 직후 가해자인 아버지가 피해자의 용돈을 올려 준 경우처럼 ‘친족 성폭력’은 일상적인 가족의 애정표현과 가해행위가 뒤섞여 있다.
상담활동가 ‘어린’씨는 18일 오전 한국성폭력상담소(소장 이미경)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성폭력 범죄의 공소시효를 연장하거나 공소시효 대상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2004년부터 지난 8월까지 6609건의 성폭력 상담 사례 분석 결과를 밝혔다.
공소시효가 지난 성폭력 상담 사례 592건(8.95%) 중 피해자가 여성인 경우는 97.1%(575건)에 달했으며, 강간이 290건(48.98%), 성추행이 248건(41.89%)으로 조사됐다.
연령별로는 8~13세 284건(47.97%), 7세 이하 133건(22.46%), 14~19세 107건(17.22%), 성인 63건(10.64%)으로 13세 이하 어린이가 70.43%에 달해, 어린 시절에 성폭력을 당한 경우 적절한 법적 대응을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가해자가 ‘아는 사람’인 경우가 520건(87.8%)으로 가장 많았으며 친족·친인척인 경우가 363건(61.3%), 동네 사람이 64건(10.8%)으로 나타나 공소시효가 지난 경우 상담을 청한 피해자 중에 친족 성폭력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어린씨는 “어린 시절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를 상담해 보면 대부분 ‘그때는 무슨 일인지 잘 몰랐다’고 사건 당시를 회상했다”며 “특히 가해자가 아는 사람인 경우, 어른들의 애정표현과 성폭력을 구분하지 못해 피해 사실이 ‘범죄’라는 인식은 커녕 주변에 사건을 알리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어린씨는 피해자들이 ▲자책감과 수치심 ▲성폭력 피해에 대한 불신·비난에 대한 우려 등의 이유로 피해 사실에 대해 적절한 대응을 하기 어렵다며 “다른 범죄와 성폭력 범죄에 동일한 공소시효를 적용하는 것은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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