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 장애인 화면해설·자막 제공해야"

이대우 기자 / [email protected] / 기사승인 : 2026-09-03 16:14:35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大法, '횟수 제한' 원심 파기
"사업자 부담 과도하게 고려"

[시민일보 = 이대우 기자] 영화관이 시각·청각 장애인에게 화면해설과 자막 등을 제공하지 않은 것은 장애인 차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다만 하급심이 장애인에게 제공해야 할 편의의 범위를 제한한 부분은 다시 심리해야 한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3일 김모씨 등 시각장애인 2명과 청각장애인 2명이 CJ CGV·롯데컬처웍스·메가박스중앙을 상대로 제기한 차별구제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이 같이 판단해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환송했다.

대법원은 영화관 사업자들이 시각장애인에게 화면해설을, 청각장애인에게 자막과 이를 이용할 수 있는 수신기기 등을 제공하지 않은 행위가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금지하는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사건은 2016년 2월 김씨 등이 CJ CGV 등 멀티플렉스 3사를 상대로 모든 영화에 자막이나 화면해설을 제공해달라며 소송을 내면서 시작됐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 민사28부는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받아들여 영화관 측에 화면해설과 자막을 제공하도록 했다.

1심은 이와 함께 장애인이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영화의 상영정보를 웹사이트를 통해 안내하고, 영화관에서도 점자자료나 큰 활자로 된 문서, 한국수어 통역이나 문자 등 필요한 수단을 제공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서울고법은 2021년 11월 차별행위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편의 제공 범위를 축소했다. 좌석 수 300석 이상의 상영관 등을 대상으로 전체 상영 횟수의 3%에 해당하는 수준에서 자막과 화면해설을 제공하도록 했다. 편의 제공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할 경우 영화관 사업자에게 과도한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대법원은 이 같은 기준 설정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상영관 범위와 상영 횟수 기준을 동시에 적용해 편의 제공 범위를 제한한 것은 영화관 사업자의 재정적 부담을 지나치게 고려한 결과라는 것이다.

장애인의 영화 정보 접근권과 문화 향유권을 보장하는 이익과 영화관 사업자의 재산권·경제적 자유를 함께 따져 구체적인 편의 제공 범위를 정했어야 한다고 대법원은 판단했다. 비장애인 관객에게 과도한 혼란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장애인의 문화적 차별을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과 사업자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수단도 함께 검토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대법원은 "장애인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려면 사회·국가적 차원의 적극적인 조치가 요구된다"며 일정한 범위에서 개인과 기업의 재산권 및 경제활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판단은 소송이 제기된 지 10년6개월 만에 나온 대법원의 최종적인 판단이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느 범위까지 자막과 화면해설 등을 제공해야 하는지는 서울고법이 대법원의 판단 취지에 따라 다시 정하게 된다.

이날 선고에서는 대법원 최초로 '이지리드'(easy-read·읽기 쉬운) 판결문도 제공됐다. 판결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서울고등법원은 잘못 판결했습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냅니다"와 같이 간결한 문장으로 내용을 설명했다.

청각장애인과 청각·언어장애인인 원고들을 위해 수어통역도 지원됐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