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일보 = 이대우 기자] 정년퇴직자를 촉탁직 등으로 꾸준히 다시 고용해온 회사라면 근로자에게 정년 이후 재고용될 수 있다는 기대권이 인정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지역 버스회사 나주교통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번 소송은 나주교통이 정년에 도달한 버스기사들을 촉탁직으로 다시 고용하지 않으면서 시작됐다.
나주교통 취업규칙은 정년을 만 61세로 정하고, 업무상 특별히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정년퇴직자를 촉탁 계약직으로 고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실제 회사에서는 정년퇴직자의 재고용도 이뤄져 왔다.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정년퇴직한 버스기사 38명 가운데 18명(약 47%)이 다시 채용됐으며, 재고용을 신청한 기사들의 경우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촉탁직으로 근무를 이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재고용 대상에서 제외된 기사들은 이를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며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다.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 이어 중앙노동위원회도 기사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자 회사 측은 재심 판정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취업규칙과 그동안의 재고용 관행 등을 고려할 때 기사들에게 촉탁직 재고용에 대한 기대권이 있다고 판단했다. 회사가 재고용을 거절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도 인정하기 어렵다며 나주교통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면 2심은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취업규칙상 회사가 정년퇴직자를 반드시 재고용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고, 실제 전체 정년퇴직자 가운데 재고용된 비율도 약 47%에 불과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기사들이 별도 채용공고에 지원해 이력서를 제출하는 절차를 거친 뒤 촉탁직으로 채용됐다는 점도 재고용 기대권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 근거가 됐다.
아울러 ‘정년에 도달한 자에 대해서는 노사 합의에 따라 촉탁직으로 근로계약을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했던 2017년 단체협약 역시 이미 효력을 상실해 재고용 기대권의 근거로 삼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이 재고용 기대권에 관한 법리를 잘못 적용했다고 봤다.
취업규칙의 내용과 실제 정년퇴직자 재고용 과정 등을 종합하면 회사와 근로자 사이에는 일정한 요건을 갖출 경우 정년 이후에도 기간제 근로자로 다시 고용될 수 있다는 신뢰 관계가 형성돼 있었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은 "2021년과 2022년에 정년퇴직하고 촉탁직 재고용을 신청한 원고 소속 버스기사 중에는 일부를 제외하고 예외 없이 재고용됐다"며 "그전에도 정년퇴직자의 재고용 신청을 거부한 사례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특히 재고용 기대권의 근거는 효력을 잃은 2017년 단체협약 자체가 아니라 그동안 회사와 근로자 사이에 형성된 신뢰 관계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에 따라 기사들에게 정년 이후 재고용될 수 있다는 기대권이 인정되며, 회사가 촉탁직 재고용을 거부한 데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해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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