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사제들'의 루저가 보여주는 구마(驅魔)의 의미

온라인 이슈팀 /   / 기사승인 : 2015-11-02 23:5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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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해당영화스틸컷)
'루저'들의 반란. 미지의 존재를 향한 사투를 벌이는 두 사람을 그린 영화 '검은사제들'(감독 장재현)이 올 가을 관객들을 찾아온다. 한국판 '엑소시스트’(1973, 감독 윌리엄 프리드킨)이라고 불리며, 개봉 전부터 관객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해당영화에서 김신부(김윤석 분), 최부제(강동원 분)는 ‘부마자(付魔者)’로 일컬어지는 악령이 쓰인 소녀 영신(박소담 분)을 구마하기 위해 장엄구마예식을 진행하며 고군분투 한다. 영신은 침대에서 손발이 묶인 저지당한 상태로 소름끼치도록 눈이 뒤집히며 피까지 토하는 등 극의 분위기 긴장감을 극도화시킨다.

게다가 이 소녀는 말 한 마디마다 입에 담을 수 없는 쌍욕과 함께 성적인 폭언마저 내뱉는다. 소녀가 딱히 어떠한 원한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령의 종류인 12형상 중 하나가 우연찮게 몸에 흡수됐을 뿐이다. 재수가 더럽게 없는 입장인 무고한 소녀를, 악령을 처단해야 한다는 사명으로 죽여야만 하는 상황 속에서 김신부는 딜레마에 처한다.

'검은사제들'의 김신부와 최부제의 캐릭터 설정에서 '엑소시스트'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받는다. 두 사람의 캐릭터는 의외로 친근하다는 점이다. 김신부는 교단으로부터 이른바 꼴통, 깡패 등으로 불리며 문제적 인물로 낙인 찍힌 인물이며, 최부제는 컨닝, 월담, 음주까지 교칙을 어기는 게 일상인 문제의 신학생이다.

이들은 '아웃사이더' 혹은 '루저'라는 갠며으로 통할 수 있는 인물들로 곤경에 처한 소녀를 구하는 위험천만한 예식을 함께 거행하는 모습은 도전적이긴 하지만 주변에 있을 법한 인물들로 익숙한 존재들이다.

이들이 이러한 캐릭터기 때문에 이 영화는 더 흥미를 자극한다. 순결하고 무구한 신부였다면 영신의 고통을 얼마나 헤아렸을지 모르긴 몰라도 김신부와 최부제 만큼의 페이소스로 이 가엾은 소녀를 진심을 다해 이해하려 노력한다. 어두운 과거를 지닌 김신부와 최부제가 검은 신부복을 입고 보이지 않는 세상에서 세상을 구하는 일련의 과정들은 그렇게 ‘검은 사제들’이란 제목으로 귀결된다.

또한 이 영화는 마냥 극의 톤이 음울하게만 그려지지 않는다. 예상치 못한 장면에서 유머를 구사하는 재치있는 장면들이 등장, 관객들의 긴장감을 살짝 풀어주기도 한다.하지만 장장 40여 분간의 구마예식을 거행하는 시퀀스는 행위에 최대 초점을 맞춘 상태로 엄숙한 분위기로 그려내며 ‘검은 사제들’의 중심을 이끌어간다.

'검은사제들'의 영신의 신들린 연기는 이 영화의 백미다. 영신은 눈을 뒤집고 혀를 날름거리는 흉측한 행동과 함께 김신부와 최부제를 유린하는 단어들로 팽팽하게 맞선다. 이에 맞선 두 사람은 크게 동요하지 않고 오히려 이 어린 양을 구제하기 위해 밀폐된 공간 속에서 소금을 뿌려 경계를 만들고 책과 성물, 촛불 등으로 예식을 준비함은 물론, 한국어, 영어, 라틴어, 중국어를 오가며 소녀를 향한 기도와 언명을 반복하는 데에 사력을 쏟는다. 이 세 사람의 내공을 터뜨리는 연기대결과 풍기는 묘한 분위기는 관객들을 압도하기에 충분하다.

'루저'가 '위너'가 되는 순간, 실패의 확률이 더 높은 불확실한 처지에서 목숨까지 내던지며 사투하는 이야기을 그린 '검은사제들'. 이는 자신을 나약하다 생각하는 우리들에게 의미있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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