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마피아’ 수사 사실상 중단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12-02 19: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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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줄 전면 차단” 경찰 의욕불구 경찰이 국내에 진출한 러시아 마피아의 자금줄을 차단하겠다고 나섰지만 수산물 확보라는 `국익’ 논리에 가로막혀 수사가 사실상 중단됐다.

경찰청 외사3과는 지난 10월 중순 러시아산 생선을 수입한 뒤 대금을 불법 송금한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로 수산업자 전모(42)씨를 구속하고, 부산과 인천, 강원 동해·고성·속초·양양 일대 수산업자 2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겉으로는 미리 신고하지 않은 제3자에게 외환을 송금한 게 불법이라는 수사 내용이었지만 경찰이 `제3자’를 마피아로 판단했다는 점 때문에 시선을 끈 사건이었다.

사건의 출발은 지난 4월 부산에서 발생한 러시아 마피아 두목 피살사건.

러시아 명태·왕게 어업을 장악하고 있는 마피아가 국내 수산물 거래 이권을 두고 다툼을 벌이다 피살 사건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확인한 경찰은 마피아 자금줄을 차단하겠다며 제3자 불법 송금을 문제삼았다.

경찰은 사건발표 당시만 해도 “일단 주로 왕게를 조사했지만 곧 명태 덕장 등을 중심으로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며 의욕을 보였다.

그러나 경찰 수사에 대한 해양수산부 반응은 냉소적이었다.

정부가 러시아와의 협상에서 따 오는 어획 가능량(쿼터)이 매년 줄어드는 상황에서 그나마 마피아와 연계된 명태, 왕게 어업에 대해 수사를 하면 국내 수요를 어떻게 충당하느냐는 반응이었다.

실제 매년 한·러 협상으로 정해지는 명태 쿼터는 지난 2000년 4만4000t, 2001년 3만5000t, 지난해 2만5000t, 올해 2만2000t으로 매년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해양부의 한 관계자는 “정부 쿼터는 한정돼있고 합작 조업 등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마피아와 연계된 조업을 통해 명태를 들여오는 게 사실”이라며 “문제가 있다는건 알지만 우리 나라의 명태 수요를 해결하려면 다른 방법이 없다. 우리도 몰라서 놔두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명태·왕게 조업이 국익이라면 마피아 국내 진출 차단을 위한 수사도 국익”이라며 “해양부가 지나치게 단기적인 국익 논리에 사로잡혀 있다”고 불쾌해 했지만 수사는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내년 명태 쿼터를 논의하는 지난달 24∼29일 제13차 한.러 어업위원회 협상을 앞두고 경찰 수사 확대가 협상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수사가 위축된 한 요인이었다.

이 협상은 결국 내년에 명태 쿼터를 2만t으로 줄이는 것으로 결론이 났지만 경찰은 애초 수사 의욕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청 외사분실 관계자는 2일 “국익이라니 어쩌겠느냐”면서 “명태·왕게 수사는 보류 상태라고 보는 게 정확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청 다른 고위 관계자는 “러시아 마피아 자금줄 차단이 시급하긴 하지만 앞으로는 떠들썩하게 수사를 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며 “꾸준히 첩보를 수집해서 확실한 단서가 나오면 수사를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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