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타는 심정 역이용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12-02 19: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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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습공갈 돈 가로채 가출한 딸(16)을 찾아 1년 이상 전국을 헤매던 권모 씨 가족에게 지난 9월 한 통의 e-메일이 날아들었다. `당신 딸을 보호해 데리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권 씨 가족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정말이냐. 목소리만이라도 들어보자’는 내용으로 답장을 보냈다. 이후 20여통의 e-메일이 더 오갔으나 메일 내용이 점차 이상해져 갔다.

`밀항할 자금 3000만원이 필요한데 아직 500만원밖에 못 모았다’, `어제부터 따님이 아팠는데 돈이 없어 병원엔 못 데려가고 약만 지어다 먹였다’, `도움을 받고 싶은 게 사실이다. 가능한 선에서 도움 달라’.

`딸을 찾겠구나’ 했던 권 씨의 희망은 점차 의심으로 변했고 급기야 권 씨는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명문대 사회복지학과 졸업 후 청소년 공부방에서 8년 간 자원교사로도 일한 외견상 `멀쩡한’ 회사원 박모(31) 씨를 체포해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조사 결과 범죄 피해자는 권 씨에 국한된 게 아니었다.

잃어버린 자식을 찾아나선 다른 부모 10여명에게도 `아이가 있는 곳을 알고 있다’거나 `아이를 데리고 있다’는 식의 거짓 메일을 보낸 사실이 추가로 확인된 것이다.

또 박 씨는 주로 인터넷의 사람찾기 또는 미아찾기 사이트에 난 광고를 보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수법으로 상습공갈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2년 전 딸을 잃어버린 30대 김모 씨는 `해외 유학생인데 서울 J대학 근처 놀이터에서 따님을 봤다’는 박 씨의 거짓 메일에 속아 거주지인 전남에서 귀경해 2개월간 이 대학 인근에서 숙식하며 딸을 찾는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
박 씨의 범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박 씨는 지난 10월 친구의 회사 간부가 여직원을 성추행했다는 소식을 듣고 당사자에게 e-메일을 보내 “성추행 사실을 인터넷에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1500만원을 입금받아 가로채기도 했다.

지난 달에는 자신이 다니는 유통회사 사장에게 “계열사에 부당지원한 사실을 금융감독원과 국세청에 폭로하겠다. 이 사실이 공개될 경우 회사가 입을 손해액의 10%를 달라”는 협박 메일을 보냈다.

박 씨는 `무명’이라는 이름으로 가입한 e-메일을 사용하고 PC방을 이곳 저곳 옮겨다니면서 수시로 피해자들에게 연락을 취해 경찰의 추적을 따돌려 왔다고 경찰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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