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주 연속 집값 폭등, 수요 억제 정책 철회하고 실행력 있는 ‘닥공’ 나서야

시민일보 / [email protected] / 기사승인 : 2026-09-08 15: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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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며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해 1월 셋째 주 상승 전환한 이후 올해 8월 다섯째 주까지 무려 85주 연속으로 올랐다. 연휴로 인한 통계 누락을 감안하더라도 이는 과거 문재인 정부 당시의 최장 기록과 동률이며, 누적 상승률은 16.93%로 당시(7.69%)의 두 배를 훌쩍 넘어서는 폭등장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상승세가 강남이라는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있는다는 점이다. ‘8·3 부동산 세제 개편안’ 발표 이후 강남권은 다소 주춤하는 모양새지만, 경기 성남시 분당구가 최근 1년간 29.5% 폭등했고 광명시(28.4%), 서울 동작구(25.3%), 성동구(22.6%) 등 비강남권과 수도권 남부 지역으로 무서운 ‘풍선효과(Balloon Effect)가 번져나가고 있다. 집값 안정을 호언장담했던 정부의 ‘9·7 공급 확대 방안’이 발표된 지 1년이 지났으나, 시장은 철저히 정책에 역행(逆行)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장의 반란은 정부 정책의 태생적 한계에서 기인한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주택 문제를 '수급 불균형'이라는 시장의 언어가 아닌 '징벌적 과세와 억제'라는 이념적 잣대로 접근했다. 다주택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고, 심지어 비거주 1주택자에게까지 과세를 강화하는 초강경 세제 개편안을 내놓았으나 집값은 잡히지 않았다. 반면 공급 대책은 공허했다. 2030년까지 수도권에 135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거창한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올해 상반기 수도권 주택 착공 물량은 약 7만 8,000호로 연간 목표치의 29.1%에 불과하다. 과천경마장이나 태릉골프장, 용산공원 등 실현 가능성이 낮고 논란만 무성한 부지에 매달리는 사이, 정작 수요자들이 원하는 도심 내 양질의 주택공급은 꽉 막혀버렸다.

정책 부작용의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과 청년 등 주거 취약 계층에게 전가되고 있다. 다주택자에 대한 촘촘한 규제와 갭투자 원천 차단은 임대차 시장의 전세 매물 급감으로 이어졌다. 전셋집을 구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월세 시장으로 내몰리면서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사상 처음으로 160만 원을 돌파했다. 특히 대학가의 충격은 참담한 수준이다. 치솟는 월세를 감당하지 못한 청년들은 좁은 고시원으로 밀려나거나 아예 통학이 버거운 서울 외곽으로 쫓겨나고 있다. 부자를 잡겠다며 빼든 반시장적 규제의 칼이 가장 가난하고 약한 이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정부가 간과한 또 다른 핵심은 대한민국 국민의 주거 상향에 대한 강력한 열망이다. 과거 한 마지기의 논을 늘려가며 자부심을 느꼈던 ‘소농적 세계관’은 현대 사회에 이르러 ‘똘똘한 한 채’를 향한 건전한 성취욕으로 진화했다. 근면 성실하게 일해 더 나은 인프라(Infra)와 교육 환경을 갖춘 동네로 이주하고자 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욕망이다. 하지만 ‘합리(合理)’를 가장한 ‘징벌적 세제’는 이 평범한 ‘주거 사다리’를 걷어차 버렸다. 1주택자의 정상적인 이사마저 가로막는 무지막지한 거래세와 징벌적 보유세는 시장의 유통 기능을 마비시켰다. 팔고 싶어도 세금 탓에 팔지 못하는 ‘매물 잠김 현상’이 극에 달하면서, 희소해진 매물을 향해 매수세가 몰려 가격이 폭등하는 기현상이 고착화(固着化)되었다.

이제는 헛바퀴만 도는 수요 억제와 공공 주도의 강박에서 벗어나, 시장의 순리에 따르는 대대적인 정책 전환에 나서야 한다. 해법의 핵심은 ‘민간 주도의 도심 공급 획기적 확대’와 ‘조세 및 대출 규제의 정상화’에 있다. 우선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에 가해진 겹겹의 규제를 서둘러 과감히 혁파해야만 한다. 인허가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고, 공공 기여 비율을 현실화하여 민간 자본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사업성을 보장해야만 한다. 공공은 직접 시행자로 나서기보다, 민간이 원활하게 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인프라(Infra)를 지원하고 갈등을 중재하는 조력자 역할로 물러서야만 한다.

또한 시장의 거래 숨통을 틔워줘야만 한다. 과도하게 책정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를 한시적이 아닌 영구적으로 합리화하여 잠겨있는 절세 매물이 시장에 나오도록 유도해야만 한다. 아울러 실수요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유연하게 적용하여 내 집 마련의 사다리를 복원시켜야 한다. 무엇보다 청년층을 위한 입체적인 주거 안전망을 구축해야만 한다. 민간 임대시장의 자율성을 훼손하는 낡은 규제를 정비하여 전세 공급이 자연스럽게 늘어나도록 유도하고, 도심 역세권 중심의 신축 매입임대와 공공기숙사를 속도감 있게 조속히 확충해야만 한다.

특히 고금리가 집값을 억제할 것이라는 안일한 기대는 버려야만 한다. 이미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 비중이 60%를 넘어선 데다, 내년부터 본격화될 입주 절벽이 금리 인상의 압력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집값 안정은 이념적 구호나 징벌적 세금으로 달성할 수 없다. 수요자가 체감할 수 있는 꾸준하고 예측이 가능한 주택공급만이 유일한 해법임을 각별 유념해야 한다. 정부는 당장 가시적(可視的)인 성과만 거양(擧揚)하기 위한 탁상행정을 멈추고, ‘집이 꾸준히 공급된다.’라는 확고한 시장의 신뢰를 쌓는 ‘실행력 있는 닥공(닥치고 공급)’에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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