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수 한국소방안전원 인천지부장
![]() |
| ▲ 시상수 지부장 |
최근 인기를 끈 한 드라마에는 현실을 꼬집는 장면이 나온다. 더 나은 집으로 옮겨 살 기회를 주겠다며 기존의 생계 수단은 내려놓으라고 한다. 그러나 막상 도착한 곳에는 제대로 된 거처도, 살아갈 기반도 없다. 명분은 있었지만 대책은 비어 있었다.
비현실적인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지금 한국소방안전원(이하 '안전원')이 마주한 현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는 안전원의 공공기관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공공성을 강화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국가 책임 아래 더욱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방향이다. 여기에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지방 이전까지 맞물리면서 안전원은 기관의 성격과 운영 기반이 동시에 바뀌는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이 변화는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공공기관으로서 새로운 역할과 책임을 맡게 되면 지금까지 회원 회비를 중심으로 유지해 온 재정 구조는 근본적인 변화를 피하기 어렵다. 지방 이전이 현실화되면 새로운 교육시설과 근무환경을 갖추는 일은 물론, 직원들의 안정적인 정착 기반도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안전원은 이 변화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결론은 분명하다. 안전원은 이 변화와 도전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적어도 필자는 그렇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소방안전 체계를 국가의 공적 영역에서 한 단계 높이겠다는 대의가 있다면, 그 변화에 먼저 동참하는 것은 안전원의 책무이기 때문이다. 더 크고 더 나은 집으로 옮겨가는 결단은 응당 주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점이 있다. 명분을 받아들이는 것과 그 명분을 현실에서 구현할 기반을 마련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공공기관 지정이 국가의 첫 번째 결정이라면, 그에 걸맞은 재정 구조와 교육 인프라를 설계하는 일은 두 번째 단계다. 안전원이 국가 정책에 선제적으로 협조하고 변화를 수용한다면, 정부 역시 그 변화가 성공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역할을 부여했다면, 그 역할을 수행할 기반까지 설계하는 것이 정책을 완성하는 행정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안전원의 역사는 이러한 요구의 정당성을 뒷받침한다. 안전원은 1980년 사단법인 설립 이후 46년 동안 정부 출연금이나 보조금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재원을 마련해 왔다. 1997년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2001년 소방안전관리자 등 회원 의무가입 폐지, 2018년 재단법인 전환이라는 굵직한 제도 변화 속에서도 정부의 직접적인 재정 지원 없이 자립 경영을 이어왔다.
실제 결산 기준으로 안전원의 연간 사업수익은 2024년 약 431억 원, 2025년 약 462억 원이다. 이 가운데 회원 회비는 각각 약 167억 원과 165억 원으로 전체 재정의 35% 이상을 차지한다. 민간 소방안전 관계자들의 자발적 참여와 신뢰를 바탕으로 구축된 이 회비 체계는 지난 46년 동안 국민 소방안전 교육과 각종 공익사업을 가능하게 한 핵심 기반이었다.
하지만 공운법에 따라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는 순간 상황은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비록 법적 형식이 재단법인으로 유지된다 하더라도, 공공기관 승격은 대외적 지위와 행정적 규제를 전혀 다른 차원으로 바꾸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지정에 따라 실무교육비 면제 등 기존 회원 혜택이 공정 수수료 체계와 충돌하여 축소·폐지될 수밖에 없고, 국가 공적 기구에 민간이 자발적 회비를 보태야 할 법적·제도적 근거와 유인 역시 소멸하게 된다. 공공기관이 수행하는 공적 사업에 왜 민간이 자발적 회비로 재정을 보태야 하느냐는 의문은 너무도 자연스럽다. 이는 결국 반발성 회원 이탈과 구조적 재정 손실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 규모다. 연평균 166억 원에 달하는 회비 수입이 흔들리면 기관은 단순한 수익 감소가 아니라 공공기관 전환 과정에서 발생한 구조적 손실을 떠안게 된다. 수십 년 동안 스스로 구축해 온 자립 기반이 국가의 제도 변화로 흔들린다면, 그 대안 역시 국가 정책 속에서 함께 마련되는 것이 마땅하다.
따라서 공공기관 지정으로 발생하는 연간 160억 원대의 재정 공백을 기관 스스로 감당하라고 하는 것은 책임 있는 정책 추진이라 보기 어렵다. 공공성 강화를 국가가 요구한다면, 줄어드는 회비를 대체할 공적 재정 지원이나 법정 교육 주기와 수수료 체계 개편 등 실질적인 재정 보전 방안이 사전에 정교하게 설계되어야 한다.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입법 보완도 필요하다. 현행 '화재의 예방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제48조제2항은 소방관서장이 안전원에 소방안전관리자 선임신고 접수, 해임 확인, 건설현장 선임신고 접수, 종합정보망 구축·운영, 강습교육 및 실무교육 등 권한을 위탁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직접비를 수반하지 않는 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업무와 제6호 종합정보망 구축·운영은 공공성이 높은 국가 위탁사무임에도 안정적인 비용 지원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 따라서 제48조 제2항 후단에 “이 경우 소방관서장은 제1호부터 제3호까지 및 제6호의 위탁사업에 필요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는 취지의 규정을 신설하여 국가가 위탁사무의 수행 기반을 책임질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재정만이 과제는 아니다. 지방 이전 역시 단순히 주소지를 옮기는 문제가 아니다. 안전원은 서울에 집중된 기관이 아니라 전체 현원 216명 가운데 156명, 약 72%가 이미 전국 15개 지부에서 근무하는 분산형 조직이다. 본부 이전은 전국 소방안전 교육 네트워크를 어떻게 유지하고 발전시킬 것인가의 문제이지, 건물 하나를 옮기는 행정 절차가 아니다.
새로운 지역에서도 국가가 요구하는 교육 기능을 안정적으로 수행하려면 체험·실습 중심의 교육 인프라를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 또한 오랜 기간 축적된 전문성과 조직의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직원들의 정주 여건도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이것은 특정 기관에 대한 복지가 아니라 국민에게 제공될 공공서비스의 품질을 지키기 위한 정책 이행 조건이다.
특히 교육시설은 이제 개별 기관의 선택적 자산이 아니다. 국가가 안전관리자의 실무역량을 높이고 국민 안전을 공적 책무로 강화하려 한다면, 이를 뒷받침하는 실습시설을 갖춘 교육원 역시 국가 소방안전 인프라의 일부로 바라봐야 한다. 새로운 교육원 건립에 필요한 부지와 시설을 국가가 책임 있게 지원하는 것은 특혜가 아니라 미래 안전에 대한 투자다.
이제 공은 국가와 정부 부처로 넘어갔다. 안전원은 이미 국가가 제시한 새로운 길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공공기관 지정이라는 명분에도 공감하며, 지방 이전이라는 국가적 과제에도 동참할 의지가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명분을 현실로 만드는 국가의 책임이다. 더 나은 집으로 옮기라고 했다면, 그곳에서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역할을 흔들림 없이 수행할 수 있도록 새로운 터전과 필요한 기반까지 함께 마련하는 것, 그것이 명분에 걸맞은 국가의 책임이다.
이제 남은 질문은 하나다. 정부도 그 명분에 걸맞은 대책을 준비하고 있는가.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로컬거버넌스] 강진군, ‘강진품애’ 100가구 돌파](https://simincdn.iwinv.biz/news/data/20260916/p1160278387446244_883_h2.jpg)

![[로컬거버넌스] 경기 하남시, ‘독서의 달’ 도서관 행사 풍성](https://simincdn.iwinv.biz/news/data/20260914/p1160277818894892_603_h2.jpg)
![[로컬거버넌스] 영광군, 18~27일 '불갑산상사화축제'](https://simincdn.iwinv.biz/news/data/20260913/p1160280055016929_746_h2.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