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한민국 형사사법제도가 거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2026년 10월 2일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동시에 출범한다. 여기에 검사의 직접수사와 보완수사 구조까지 근본적으로 바뀌면서 수사와 기소의 분리는 제도적으로 한층 분명해졌다. 검찰청 폐지, 공소청과 중수청 신설, 경찰의 수사책임 확대는 단순한 조직개편이나 수사권 조정이 아니다. 대한민국 형사사법체계의 기본 틀을 다시 세우는 역사적 개혁이다.
그러나 형사사법 개혁을 어느 기관의 권한이 줄고 어느 기관의 권한이 커지는가의 문제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형사사법제도는 검찰과 경찰, 새로운 수사기관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억울한 피해를 구제하며 사회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존재한다. 기관의 간판과 조직도가 달라져도 국민이 피해 현장에서 더 신속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받지 못한다면 개혁의 목적은 완성됐다고 보기 어렵다.
이재명 대통령도 8월 4일 국무회의에서 개정 형사소송법의 기관 간 견제장치와 피해자 권리구제 방안을 상세히 점검하고, 권한이 커진 경찰이 그만큼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형사사법 개혁의 성패는 기관별 권한의 크기가 아니라 국민이 피해를 당하였을 때 얼마나 신속하고 공정하게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느냐에 의해 평가되어야 한다.
국민이 범죄나 분쟁의 피해를 당했을 때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문제는 사건을 어느 기관이 수사하느냐만이 아니다. 피해 사실을 어떻게 설명하고, 흩어진 자료를 어떻게 모으며, 삭제되기 쉬운 디지털 증거를 어떻게 보전할 것인가가 더 절실하다. 고소장을 제출하기 전부터 국민은 사건의 발생 시각과 장소, 관련자, 계좌와 통신자료, 온라인 기록을 스스로 정리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작업은 대부분 국민에게 낯설고 어렵다.
스토킹 피해자는 반복되는 접근과 위협을 시간순으로 정리해야 한다. 가상자산이나 투자사기 피해자는 계좌 흐름, 단체대화방, 모집 구조와 약속된 수익 내용을 확보해야 한다. 실종자 가족은 마지막 행적과 생활관계, 이동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 학교폭력과 사이버 괴롭힘 피해자는 게시물이 삭제되기 전에 관련 화면과 접속정보를 보전해야 한다. 기업 내부비리나 공익침해 행위의 제보자도 자료의 진위와 취득 경위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지 못하면 신고 단계부터 어려움을 겪는다.
국가 수사기관은 강제수사권을 통해 범죄 혐의를 밝히고 형사책임을 규명하는 기관이다. 그러나 모든 국민의 일상적 의혹과 분쟁, 사건 접수 전의 사실확인, 민사·가사·행정 영역의 조사 수요까지 국가가 전부 떠안을 수는 없다. 사건이 형사범죄로 인정되기 전 단계, 수사기관이 즉시 개입하기 어려운 생활분쟁, 피해자가 자료를 정리해 제출해야 하는 영역에는 분명한 공백이 존재한다. 수사인력을 아무리 늘려도 국민 개개인의 모든 사실확인 요구를 공권력이 대신하기는 어렵다.
바로 이 지점에서 국민을 위한 공인탐정제도가 필요하다. 공인탐정은 경찰이나 중대범죄수사청을 대신해 범인을 체포하거나 압수수색을 하는 민간수사기관이 아니다. 수사권을 요구하는 직역도 아니다. 합법적인 범위에서 사실을 확인하고 자료를 수집·정리하며, 국민이 수사와 재판, 행정절차에 제대로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사실조사 전문직이다.
공인탐정은 의뢰인의 진술과 자료를 토대로 사건연표와 인물관계도를 만들고, 공개정보와 적법하게 제공된 자료를 확인할 수 있다. 현장을 살피고 관계인의 자발적 진술을 청취하며, 온라인 게시물과 문자, 전자우편, 거래자료 등 소멸 가능성이 있는 증거의 초기 보전을 지원할 수 있다. 실종자의 생활반응과 마지막 행적을 확인해 가족과 관계기관에 제공하고, 수사기관에 제출할 자료를 객관적인 사실·진술·정황으로 구분해 정리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법률판단과 소송대리는 변호사가 담당하고, 강제수사와 형사처분은 국가 수사기관이 담당해야 한다. 공인탐정은 그 사이에서 국민이 가진 단편적인 정보와 피해의 호소를 검증 가능한 사실자료로 바꾸는 역할을 맡는다. 탐정이 수사기관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경찰·중수청·변호사와 각자의 전문영역에서 협업하는 구조다. 이는 국가의 책임을 민간에 넘기는 것이 아니라 공권력이 직접 감당하기 어려운 사실확인 영역을 적법한 민간 전문서비스로 보완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이미 공공서비스와 민간 전문서비스의 협력을 통해 국민의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공공의료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필수 안전망이지만 공공병원만으로 모든 의료 수요를 충족할 수 없어 병원이라는 수많은 민간 의료기관이 함께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치안 영역도 마찬가지다. 경찰의 지구대와 파출소만으로 모든 시설의 경비와 범죄예방 업무를 담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경비업법」에 따라 민간경비업이 제도화되어 공공치안을 보완하고 있다.
교육 영역에서도 공교육이 국민의 기본 교육권을 책임지지만 모든 학습 수요를 학교만으로 해결할 수 없어 힉원이라는 다양한 민간 교육서비스가 이를 보완한다. 공공의 책임과 민간의 참여는 대립관계가 아니다. 국가는 기준과 감독을 세우고 민간은 전문성과 접근성을 더하는 협력관계다. 탐정제도 역시 이러한 공공·민간 협력의 원리 위에서 설계되어야 한다.
형사사법 분야도 예외일 수 없다. 국가 수사기관의 책임은 더욱 강화하되, 국가가 직접 담당하기 어려운 일상적 사실확인과 피해자 지원은 엄격한 자격과 감독을 받는 공인탐정이 보완해야 한다. 공인탐정제도는 특정 업계의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직역 확대가 아니다. 국민의 사실확인권을 지원하고 피해자의 수사절차 접근성을 높이며 국가 형사사법체계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공공안전 제도다.
특히 고령자와 장애인, 다문화가정, 디지털 취약계층 등 경제적·정보적 약자에게 공인탐정제도는 더욱 절실하다. 이들은 피해를 입고도 무엇을 증거로 남겨야 하는지, 어느 기관에 어떤 순서로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지 알기 어렵다. 억울함을 호소하면서도 사건의 구조를 설명하지 못해 권리구제의 문턱에서 돌아서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공익적 기준에 따라 운영되는 탐정이 초기상담과 사실정리, 전문기관 연계를 지원한다면 형사사법 접근성은 크게 높아질 수 있다.
물론 탐정의 이름만 공인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국가가 인정하는 자격과 등록제, 명확한 업무범위와 금지행위, 개인정보보호와 인권교육, 조사계약서와 업무기록 작성, 손해배상책임보험, 윤리강령과 보수교육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불법 의뢰를 거절할 의무와 위법행위에 대한 자격정지·취소제도도 필요하다. 현재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인 민간조사 수요를 국가의 자격·등록·감독체계 안으로 편입해야 불법 흥신업을 줄이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탐정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형사사법 개혁은 국가기관의 권한과 조직을 재편하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국민이 피해 사실을 확인하고 증거를 보전하며 적절한 수사와 재판절차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까지 마련되어야 한다. 국가 수사기관은 강제수사와 범죄 규명을, 변호사는 법률적 권리구제를, 공인탐정은 합법적인 사실확인과 증거가 되는 자료정리를 담당하는 협업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제 정부와 국회는 공인탐정제도를 탐정업계의 직역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권리구제와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한 국가적 과제로 바라봐야 한다. 국민을 위한 공인탐정제도가 제도권 안에 자리 잡을 때 형사사법 개혁은 기관 중심의 개편을 넘어 국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개혁으로 완성될 수 있다. 공인탐정제도는 바로 그 마지막 퍼즐이다.
<최순호>
▲서울디지털대학교 탐정학과 학과장 ▲경찰학박사, 美경영학박사 ▲경찰청 총경 퇴임 ▲前대통령실 행정관 ▲K-탐정연구소장 및 K-탐정단장 ▲공인탐정법 등 민간조사업 관련 논문·저서 다수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로컬거버넌스] 경기 하남시, 노인일자리 정책 고도화 박차](https://simincdn.iwinv.biz/news/data/20260819/p1160278812681910_625_h2.jpg)
![[로컬거버넌스] 경기 화성시, ‘화성 황금해안길’ 걷기 명소로 주목](https://simincdn.iwinv.biz/news/data/20260818/p1160277987990951_409_h2.jpg)
![[로컬거버넌스] 서울디자인재단, 시민 참여형 프로 잇따라 선보여](https://simincdn.iwinv.biz/news/data/20260817/p1160273127631141_517_h2.jpg)
![[로컬거버넌스] 인천시 강화군, 올 하반기 인구정책 속도](https://simincdn.iwinv.biz/news/data/20260813/p1160278402793616_959_h2.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