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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종종 상대의 실패를 먹고 자라는 짐승처럼 보이지만, 그 포만감은 결코 오래가지 않는다. 최근 윤석열 정부의 인수위에 몸담았던 경제·금융 관료들과 정책 전문가과 다시 모였는데 숨죽여 지내다 조심스레 희망을 입에 올리기 시작했다는 현상은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현 정부의 실책이 누적되면서 ‘정권 교체가 다시 올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이 싹트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짚어보자. 상대가 스스로 넘어졌다고 해서 우리가 결승선을 통과한 것은 아니다.
여의도에서는 흔히 반사이익을 자신의 실력으로 착각하는 우를 범한다. 권력을 쥔 쪽이 무능하고 거칠어 보인다고 해서, 유권자들이 자동적으로 반대편에게 국가의 운전대를 다시 맡기지는 않는다.
옆집 식당 주방장이 요리를 망치고 위생이 엉망이라고 해서, 간도 맞지 않는 우리 식당의 메뉴판을 기꺼이 선택할 손님은 없다. 시민들은 최악을 피하기 위해 차악을 선택하기도 하지만, 끝끝내 매력적인 대안이 보이지 않으면 아예 투표장이라는 식당 문을 열고 들어오지 않거나 제3의 공간으로 떠나버린다.
결국 핵심은 유권자의 구미를 당길 우리만의 고유한 메뉴판을 다시 쓰는 일이다. 경제와 나라 살림을 걱정하는 전문가들이 모여 현 상황에 한숨을 쉬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거시 경제의 불안정성, 자본시장의 위축, 국가 재정의 난맥상이라는 구조적 위기 앞에서 당장 내일 아침이라도 밥상에 올릴 수 있는 정교하고 먹음직스러운 정책 패키지가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시민들은 무능한 권력을 심판할 때 카타르시스를 느끼지만, 궁극적으로는 내 삶과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도구적 유능함’에 표를 던진다. 당을 개혁한다는 것은 과거의 관성을 버렸다는 선언이 아니라, 국가를 훌륭하게 경영할 실력이 있음을 구체적인 정책 로드맵으로 증명해 내는 처절한 과정이어야 한다.
다가오는 서울시 보궐선거와 총선은 단순한 의석수 싸움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추락의 궤도를 벗어나 다시 반등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중대한 분수령이다. 실패한 권력을 끌어내리는 힘은 대중의 분노에서 나오지만, 유능한 정부를 탄생시키는 힘은 결국 철저하게 기획된 대안에서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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