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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실종사건이 우리 사회에 무거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실종 신고를 담당한 경찰관이 실제 안전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사건을 종결하고 관련 기록을 허위로 처리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같은 경찰관이 담당했던 또 다른 실종자는 뒤늦게 숨진 채 발견됐고, 장미란 씨로 추정되는 시신도 실종된 지 104일 만에 발견됐다. 형사책임은 수사와 사법적 판단에 맡겨야 하지만, 이번 사건을 한 경찰관 개인의 일탈로만 보고 끝내서는 안 된다.
한성숙 국무총리에 이어 이재명 대통령도 철저한 진상규명과 사건 종결 경위, 경찰 지휘·감독체계 전반의 점검을 지시했다. 경찰 내부 절차와 관리·감독체계를 강화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질문을 한 단계 더 넓힐 필요가 있다. 실종자가 발생했을 때 경찰과 가족 사이의 조사 공백을 누가 어떻게 메울 것인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국가의 공적 권한과 민간의 조사 전문성을 연결하는 촘촘한 사회안전망이 필요한 이유다.
그 규모도 작지 않다. 경찰청의 「연도별 실종아동등 가출인 접수 및 해제현황」에 따르면 2025년 성인 실종 신고만 7만 814건에 이른다. 대부분이 발견·복귀 등으로 해제되지만, 연간 7만 건이 넘는 신고를 소수의 경찰 인력만으로 가족 면담부터 현장 탐문, 공개정보 분석, CCTV 동선 확인, 제보 검증까지 모두 촘촘하게 수행하기에는 현실적인 부담이 너무 크다.
소중한 가족 한 사람이 갑자기 연락이 끊겼다고 생각해 보자. 가족은 신고한 뒤 가만히 기다릴 수 없다. 마지막 통화 상대를 확인하고 지인들에게 연락하며, 자주 가던 장소와 주변 상점·숙박업소를 돌며 목격자를 수소문한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뒤지고 CCTV 위치를 살피며, 들어오는 제보의 진위도 직접 판단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가족에게 절박함은 있어도 조사 전문성까지 요구할 수는 없다.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어떤 정보의 신뢰도가 높은지, 시간대별 이동경로를 어떻게 재구성해야 하는지 일반 시민이 알기는 쉽지 않다. 실종 초기에는 마지막 정상접촉 시점, 목격 장소, 이동수단, 평소와 다른 행동을 신속히 정리해야 하고, 시간이 지나면 목격자의 기억과 CCTV 영상 같은 단서도 사라질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법률에 따라 자격과 업무범위를 갖춘 공인탐정 제도의 필요성이 드러난다. 필자가 말하는 공인탐정은 경찰의 축소판도, 경찰권을 나누어 갖는 사람도 아니다. 가족 곁에서 초기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현장을 탐문하며, 공개정보와 목격정보를 검증해 경찰의 공적 수색체계로 연결하는 민간 조사전문가다. 경찰과 경쟁하는 존재가 아니라 공적 수색·수사를 보완하는 인력이다.
실종사건에서 공인탐정이 담당할 수 있는 영역은 넓다. 가족과 관계인을 면담해 실종 전 24~72시간의 행동을 시간순으로 재구성하고, 마지막 정상접촉 시점과 목격 장소, 이동수단, 생활습관, 최근 행동 변화를 하나의 타임라인으로 연결할 수 있다. 막연했던 행적을 구체적인 조사대상으로 바꾸는 작업이다.
공개정보를 활용한 OSINT 조사도 중요하다. 공개된 SNS 게시물과 온라인 활동, 확인 가능한 장소정보 등을 적법한 범위에서 분석해 이동 가능성을 좁히고, 예상 동선을 따라 상점·숙박업소·교통시설을 탐문해 목격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 “비슷한 사람을 봤다”는 제보도 시간·장소·인상착의·이동방향을 교차검증해 우선 확인할 단서를 가려낼 수 있다.
CCTV 역시 탐정의 역할과 한계를 함께 보여준다. 공인탐정에게 영상을 강제로 열람하거나 제출받을 권한이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예상 경로에서 어떤 CCTV가 중요한지와 필요한 시간대를 특정해 영상이 삭제되기 전에 보존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 이렇게 시간·장소·동선을 구체화하면 경찰의 법적 절차에 따른 후속 확인에도 도움이 된다.
이때 공인탐정의 역할과 경찰의 권한은 분명히 구분돼야 한다. 타인의 GPS 위치정보나 통신자료를 임의로 확인하거나 경찰 데이터베이스를 자유롭게 열람하도록 하자는 것이 아니다. 개인정보와 위치정보는 법률이 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엄격히 보호돼야 한다. 공인탐정에게 필요한 것은 경찰권이 아니라, 적법하게 확보·검증한 조사 결과가 공적 수색체계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통로다.
필자는 이를 가칭 ‘실종자 수색 민관협력 프로토콜’로 제도화할 것을 제안한다. 공인탐정이 가족의 의뢰로 면담·OSINT·탐문·동선분석을 하고, 자료의 출처·취득경위·확인 시각·신뢰도를 담은 표준 조사보고서를 경찰 실종담당부서에 제출한다. 경찰은 필요성과 적법성을 검토해 위치정보·CCTV·통신자료 등 공적 권한이 필요한 부분을 법적 절차에 따라 확인하고 수색·수사에 활용한다. 해외의 실종자 수색과 사실조사에서도 경찰과 민간 조사역량을 상호 보완적으로 활용하는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핵심은 경찰 정보를 탐정에게 넘기는 것이 아니라, 탐정이 현장에서 적법하게 확보하고 검증한 단서를 경찰의 공적 수색체계와 연결하는 것이다. 이는 경찰 업무의 민간 외주화가 아니라 한정된 수색자원을 법적 권한과 긴급조치가 필요한 곳에 집중하도록 돕는 협력방식이다. 지역경찰이 모든 골목과 시설의 방범을 직접 담당하기 어려워 민간경비가 이를 보완하듯, 실종자 대응에서도 공적 치안과 민간의 현장 조사역량을 결합한다면 보다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만들 수 있다.
특히 실종 초기 24~72시간에는 단서가 빠르게 사라진다. 훈련된 공인탐정이 가족을 대신해 확인사항을 정리하고 예상 동선을 추적하며 보존이 필요한 자료를 신속히 특정한다면, 경찰은 보다 구체적인 단서를 바탕으로 수색을 시작할 수 있다. 그만큼 초기 대응의 속도와 정확성이 높아지고, 골든타임을 지킬 가능성도 커진다.
물론 ‘공인’이라는 이름에는 높은 전문성과 책임성이 전제돼야 한다. 실종조사 실무, 개인정보 보호, 면담·탐문기법, OSINT, 디지털자료의 적법한 취급, 조사보고서 작성과 직업윤리를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위법한 위치추적이나 개인정보 침해, 불법 자료취득에는 자격정지·취소와 손해배상 등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경제적 여건 때문에 민간조사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운 국민도 고려해야 한다. 아동, 치매환자, 장애인, 고령자, 장기실종자와 취약계층 등 보호 필요성이 큰 사건에는 일정한 요건 아래 공익적 실종조사를 지원할 수 있다. 전문교육과 윤리기준을 갖춘 공인탐정이 공익탐정 활동에 참여해 경찰·지방자치단체·복지기관과 협력한다면 사회적 약자를 위한 또 하나의 안전망이 될 수 있다.
공인탐정 입법 논의는 오랫동안 이어져 왔지만, 국민에게는 여전히 “탐정이 왜 필요한가”라는 물음이 남아 있다. 그 답은 일상 가까이에 있다. 가족이 갑자기 사라졌을 때 흩어진 단서를 적법하게 찾아 연결하고, 이를 국가의 공적 수색체계에 전달하는 것 또한 공인탐정이 담당할 수 있는 중요한 사회적 역할이다.
결국 공인탐정은 경찰의 대체재가 아니라 국가 사회안전망의 보완재여야 한다. 경찰의 공적 권한, 공인탐정의 조사 전문성, 가족과 지역사회의 정보가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실종자의 흔적을 더 빨리 찾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제 오랫동안 지연돼 온 공인탐정 제도를 조속히 도입해 자격과 업무범위를 명확히 하고, 개인정보 보호·윤리기준·금지행위·책임체계를 갖춘 민간 조사전문가를 사회안전망의 한 축으로 세워야 한다.
좋은 실종대응체계는 한 사람의 생명을 찾기 위해 우리 사회가 얼마나 촘촘하게 연결돼 있느냐로 평가돼야 한다. 제주 실종사건의 아픔을 또 하나의 사건으로 흘려보내지 않으려면 국가의 공적 치안과 민간의 전문 조사역량이 함께 작동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실종된 가족을 찾아 헤매며 홀로 눈물짓는 국민을 한 사람이라도 줄이는 것, 그것이 이번 사건의 아픔을 제도적 교훈으로 바꾸는 길이며 공인탐정 제도가 필요한 가장 분명한 이유다.
<최순호>
▲서울디지털대학교 탐정학과 학과장 ▲경찰학박사, 美경영학박사 ▲경찰청 총경 퇴임 ▲前대통령실 행정관 ▲K-탐정연구소장 및 K-탐정단장 ▲공인탐정법 등 민간조사업 관련 논문·저서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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