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도 한국 노동운동의 두 축인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서울 광화문에서 연대집회를 열고 ‘비정규직 개악 반대’를 한 목소리로 외쳤었다. 이 시기 당시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과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사상 초유의 공동단식 투쟁도 함께 하는 등 굳건한 공조체제를 유지했다. 그러나 1년뒤 노동절을 맞이하는 두 노동단체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민주노총은 올해도 소속 조합원이 이마에 ‘투쟁’ 구호가 적힌 빨간 띠를 두른 채 예년처럼 거리행사를 연다.
서울 청계광장과 시청광장에서 열리는 민주노총의 ‘116주년 세계노동절 행사’는 비정규직법안 재협상과 한·미 FTA 협상 반대, 노사관계 로드맵 분쇄 등을 주장하는 구호로 뒤덮일 전망이다.
특히 여야의 사학법 개정 합의 움직임으로 2일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비정규직법안이 처리될 가능성이 고조된 가운데 비정규직법안의 강행처리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어느때보다도 커질게 확실시된다.
반면 한국노총은 올해 노동절 집회를 아예 계획하지 않았다. 대신 민주노총의 광화문 집회가 열리는 같은 시각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 인근에서 ‘노총 창립 60주년 기념 및 손기정 선수 베를린 올림픽 제패 70주년 기념’ 마라톤 대회를 개최한다.
이날 대회에는 조합원과 일반 시민 등 1만3000여명이 참여한다. 이상수 노동부 장관과 이수영 경총 회장,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이명박 서울시장 등 사회지도층도 대거 동참한다.
더욱이 매년 노동절마다 가두행진 등의 과정에서 노동계와 대립각을 세워야 했던 경찰의 총수인 이택순 경찰청장도 함께 ‘뜀박질’을 하기로 했다. 이같은 달라진 ‘풍경’은 지난해 공조를 돈독히 했던 한국노총이 강경투쟁 위주의 민주노총과 선긋기를 하고 ‘새로운 노동운동’ 노선을 채택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한국노총은 비정규직법안 대립으로 ‘노-정’ 관계가 꽉 막혀있던 지난해 11월 기존 주장에서 양보한 절충안을 제시, 논의 진전에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하면서 민주노총과의 결별을 감지케 했다. 이를 두고 민주노총에서는 ‘공조파기이자 배신’이라고 맹비난했었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한국노총은 올 초 새 노선을 선언한 뒤 노사정대표자회의 및 노사정위 참여, KOTRA와 외국기업 직접투자 유치를 위한 공동협력 협정식 체결 등 한층 ‘유화'된 독자 노선 움직임을 지속하고 있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제 무조건적인 반대와 투쟁만 외치는 노동운동으로는 안된다”면서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 등 근로자의 실질 권익을 향상시킬 수 있으며 어느 단체나 기관과도 협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민주노총은 여전히 노사정대표자회의를 비롯한 각종 정부 주도의 노동관련 기구에서 탈퇴한채 정부와 재계를 상대로 ‘날이 선’ 요구를 계속하고 있다.
국회에서 비정규직법안 처리 논의가 있을 때마다 ‘전가의 보도’인 총파업 카드를 꺼내들고 있는게 대표적인 예다. 비정규직법안이 발의된 뒤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벌인 것만도 벌써 7번째로 이 법안이 본회의에서 처리될 경우 또다시 무기한 총파업을 예고해 놓고 있다.
개다가 최근 14만명의 조합원이 가입한 전국공무원노조가 새로 가입함으로써 조합원수가 80만명으로 늘어 한국노총(78만명)을 제치고 제1노총이 됨에 따라 ‘선명성’을 더해 갈 것으로 보인다.
조준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사유제한 조항이 없는 비정규직법안은 열악한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악법으로 결코 수용할 수 없다”며 “정부가 반노동자적인 정책을 고수하는 한 노동계의 저항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노동자가 잘 사는 세상’이란 같은 공동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걷는 길이 달라진 국내 제1, 제2 노동세력의 2006년 봄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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