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여야 정치권은 대부분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서울신문 4일자 보도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서울 모처에서 열린 여권의 수뇌부 모임인 ‘11인 회의’에 예고도 없이 참석해 “정부와 여당이 비상한 사태를 맞고 있다”면서 연정의 필요성에 대해 발언을 했다는 것.
이에 따라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은 지난달 30일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의 ‘공조’로 한나라당이 제출한 윤광웅 국방장관에 대한 해임결의안을 부결시킨 것에 대해 의혹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여당 지도부는 “대통령이 ‘여소야대’라는 새로운 상황에서 국정을 운영하는데 따른 어려움을 토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희상 의장은 4일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 “최근 있었던 비공개 모임에서 대통령이 ‘연정’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는지 분명치 않다”며 “여러가지 어려운 정황에 대해 얘기를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는 국방장관 해임건의안 처리를 앞두고 ‘여소야대 상황이 계속 유지되면 국정운영이 제대로 될 것인가’하는 노 대통령의 걱정 속에서 나온 얘기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은 4.30 재·보선 이후 다시 도래한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정운영의 어려움을 여러차례 언급한 바 있으며, 특히 윤광웅 국방장관 해임안 처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여야 지도부를 초청한 자리에서 “사실상 한나라당이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한 의도”라며 수용불가방침을 천명하기도 했었다.
문 의장은 따라서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자 시절 당시 민주당 의원들을 상대로 한 특강이나 국회연설, 기자회견 등을 통해 꾸준히 연정에 대해 언급을 해 왔으며 이날의 발언도 그러한 대통령의 평소 생각을 다시 밝힌 것 아니겠느냐”고 강조했다.
문 의장은 “연정의 대상으로 특정 정당을 거론하는 등 구체적인 얘기는 나오지 않았으며 이 문제와 관련해 여당과 협의한 일도 일체 없었다”고 말했다.
임채정 열린정책연구원장도 “노 대통령의 발언은 ‘다른 정당과 사안별 또는 정책별 공조를 할 수 있지 않느냐’는 일반론적인 얘기였으며 구체적인 정치적 의지나 계획을 갖고 연정을 언급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언론에 의해 연정 대상자로 지목된 것으로 알려진 민주당과 민주노동당도 이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민주당은 이날 유종필 대변인 논평을 통해 “연정보다는 초당적 국정운영을 하라”고 촉구했다.
유 대변인은 “대통령이 국정실패에 대한 탈출구로 연정을 생각하는 것 같은데, 연정보다는 대통령이 열린우리당 당적을 이탈하고 초당적인 국정운영을 하는 것이 현 난국의 해결책”이라며 “대통령이 각 정당의 정체성을 무시하고 권력을 이용한 유인책으로 무리하게 과반수를 확보하는 것은 정당정치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면 어느 정당이 협력을 거부 하겠느냐”고 분만하면서 “국회교섭단체 요건을 완화하여 각 정당을 협상 파트너로 삼아 국회에서 협상을 통해 국정운영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유 대변인은 특히 민노당의 이번 국방장관 해임안 처리와 관련한 행보에 대해 “민노당이 국방장관 해임건의안 처리때 반대입장을 취한 것과 관련해 열린당의 2중대 말 등이 많다”면서 “우리는 민노당이 열린당의 2중대라는 생각안하지만, 미심쩍은 부분은 국민적 입장에서 점검해 봐야 한다”고 은근히 민노당을 꼬집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단 수석부대표은 오히려 “국면전환을 위해 노 대통령이 이용해 온 성동격서식 `생뚱정치’의 일환으로 본다”고 노 대통령의 ‘연정’발언을 평가절하 했다.
심 수석부대표는 이날 브리핑에서 “노 대통령은 연정론과 같은 손쉬운 방법으로 국면을 전환하려는 편의적 발상을 버려야 한다”며 연정론에 대한 거부방침을 분명히 했다.
심 수석부대표는 “연대를 하려면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과 연대해야 하며 치솟는 부동산값과 민생파탄으로 신음하는 서민들과 연대해야 한다”며 “이런 것 하나도 하지 않으면서 연정론을 이야기하는 것은 결국 보수정치가 위기국면마다 손쉬운 국면전환책으로 선택해왔던 낡은 정치세력끼리의 부도덕한 조합을 꿈꾸는 것으로 국민들은 이해할 것이며 국민 서민들과 더욱 멀어지는 행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 수석부대표는 “아울러 민주노동당을 연정의 대상으로 거론한 것과 관련해서는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민주당 사이에는 실개천이 흐르지만 보수정치와민주노동당 사이에는 큰 강물이 흐른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하겠다”고 연정불가론을 거듭 강조했다.
한나라당의 반발은 더욱 심하다.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은 “구체적인 정국구상인지 노무현 대통령 특유의 ‘돌발아이디어’인지 모르겠다”면서 “노 대통령의 연정발언 의도 역시 여소야대 상황에서 절대로 밀릴 수 없다는 노 대통령 특유의 오기 정치의 실천전략”이라며 강도높게 비난했다.
전 대변인은 또한 “노무현 대통령은 우리 정부에 내각책임제 요소가 있기 때문이라고 연정의 근거를 댔다”며 “바로 며칠 전에는 대통령제 아래서 야당이 장관 해임건의안 내는 것조차 없는 일이라고 하더니 자고 일어나보니 우리 정부가 내각책임제로 변모해 있는 희한한 꼴”이라고 비꼬았다.
그는 이어 “국민의 정서와 상식이라는 흐르는 물을 감히 거스르면 무슨 화를 자초할지를 직언하는 각료조차 없는 현실이 더욱 두려울 뿐”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올해 초 민주당 김효석 의원에게 교육부총리직을 제의하는 등 야당 인사를 내각에 기용하는 방침을 추진했고, 이는 연정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진 바 있다.
이영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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