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개특위는 개정안을 즉각 철회하고 재논의 하라”(경실련 성명)
정치개혁특위가 지난 24일 전체회의를 열어 정치개혁안에 대한 최종 합의안을 확정하고 본회의에 회부키로 한 것과 관련,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참여연대·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 등 각 시민단체들은 26일 일제히 정치관계법 졸속개정을 규탄하고 나섰다.
민변·참여연대는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정치개혁특위의 정치자금, 정당, (지방)선거 등 법안심사소위가 자신들의 이해관계와 정략적 판단을 앞세워 정개협이 제출한 정치개혁 방안을 왜곡하고 정치권의 구미에 맞는 개정안만을 소위 합의안으로 제출한 것에 대해 강력히 항의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치개혁특위가 현재 보여주고 있는 행태는 한마디로 정치개혁을 후퇴시키는 것에 다름 아니다”면서 “무엇보다 정치자금제도에 있어 그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투명성강화 조치들이 뒷걸음질쳤다”고 비난했다.
경실련도 같은날 성명을 내고 “작년 3월, 개정 정치관계법에 의해 깨끗하게 치러진 17대 총선과 그 결과 ‘개혁국회’로 불리며 출범한 17대 국회가 이제는 정체성을 잃고 존재근거마저 스스로 포기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지방선거법 개정= 내년도 지방선거를 대비해 지방선거법 정비는 이번 정치관계법 개정에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그러나 여야가 합의했다는 지방의원 유급화와 그에 따른 선거구제 조정은 여러 부작용이 예상되는바 매우 신중해야 할 문제라는 게 이들 시민단체들의 주장이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지방의원 유급화는 재정부담이 커 의원정수를 줄이는 것과 연동돼 있다”면서 “과연 유급화를 위해 지방의원 숫자를 줄이는 것이 타당한 개혁방안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기초의원 선거구를 중대선거구로 바꾸고 의원정수를 감축하는 것에 있어서는 충분한 논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특히 이렇게 될 경우 기초의원과 광역의원 선거구가 비슷한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이며 기초와 광역으로 나눠서 선거를 하는 것이 무슨 의미를 가질 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따라서 이에 대한 논의는 보다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광역의회에서 비례직을 30% 확대하여 여성 및 다양한 전문가, 소외계층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특히 지방자치의 기본 취지를 살려 여성의 참여가 대폭 늘어날 수 있는 적극적인 조치를 마련하고, 남녀가 동반 참여하고 책임질 수 있는 과감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경실련도 지방선거와 관련, “지방의원 유급화를 전제로 광역 및 기초의원 정수를 감축하고, 기초의원 선거구를 중대선거구제로 전환하는 문제는 생활정치영역의 특성과 풀뿌리 민주주의 확대 관점을 결부시켜 좀더 숙고해야 한다”면서 “오히려 비례대표 비율을 10%가 아니라 최소 국회의원 수준으로 확대하고, 여성에 대한 교호순번제(홀짝순번제)를 확립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자금법 개정= 민변과 참여연대는 법인과 단체의 선관위 기탁금 허용, 정치자금 회계보고 및 후원내역에 대한 인터넷 공개 무산, 정치자금 영수증 발급 기한 완화, 선관위의 계좌추적권 불허 등은 정치자금법 개정의 기본방향인 정치자금 투명성 강화에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여야가 작년 3월 정치자금법 개정을 통해 금지한 ‘법인과 단체의 후원금 기부’에 대해 선관위를 통해 비지정 기탁 방식으로라도 다시 허용하자는 안을 슬쩍 끼워 넣은 것은 개정 정치자금법이 가지고 있는 소액다수의 정치자금 모금 활성화라는 입법취지와 전면 배치되는 입법안이며, 정치자금 확보에 급급하여 현실성 없는 방안을 합의한 것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또 “교섭단체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국고보조금 배분방식을 개선하라는 정개협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여야는 이를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면서 “국회개혁특위가 교섭단체 특권 철폐를 외면한 것처럼 정치개혁특위 역시 교섭단체의 기득권 유지에만 연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불법자금 수수가 탄로 난 이후 영수증을 발급해 합법적 처리를 가장해왔던 관행을 막기 위해 정치자금 영수증 발급 기한을 정한 것을 시행 1년 만에 완화하겠다고 한 것과 관련, 참여연대는 “정치자금법 개혁의 취지를 무색케 하는 것”이라며 “더구나 선관위에 계좌추적권을 주지 않겠다는 것은 불법, 탈법에 대한 엄정한 조사활동은 피하고 자신들의 편의는 최대한 늘려보겠다는 얕은 수”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또 여야가 인터넷을 통해 국회의원의 정치자금 회계보고와 후원금 모금 내역, 기부자에 대한 정보공개를 하지 않기로 한 것에 대해 “정치자금 모금내역은 유권자가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평가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근거자료”라며 “이런 정도의 정보도 공개하지 않으면서 정치개혁을 추진한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이어 “이미 열람 및 등사를 통한 공개가 가능한 조건에서 인터넷공개를 거부한다는 것은 명분이 없다”며 “국회의원의 정치자금 회계보고 및 후원금 모금 내역은 반드시 인터넷에 상시 공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실련도 “도대체 국회의원들은 국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하는 집단인가 아니면 사적 유·불리에 대한 판단에 따라 입법활동을 행하는 기득권층인가” 반문하면서 “게다가 투명성을 전제로 합법적 모금이 가능하도록 내년 3월에 폐지되는 중앙당 후원회를 유지하게 하는 것도 한나라당이 모금실적 저조를 이유로 반대한 대목에서는 얼마 전 대구 상공인 골프장 파문을 떠올리며 실소마저 들게 한다”고 비난했다.
경실련은 이어 “한 발 나아가 유권자들에게 득표를 호소할 때는 ‘정치개혁’을 외치다가 정작 당선되면 버젓이 ‘개혁후퇴’를 일삼던 과거 역대 국회의 구태를 다시 보는 듯하여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고 비꼬았다.
경실련은 “불법 정치자금 수수에 대한 사후적 영수처리를 차단하기 위해 영수증 발급기한을 1개월로 축소한 것을 다시 1년으로 연장시킨 것은 정치자금 투명성 제고라는 정치개혁 핵심 목표를 후퇴시킨 개악조치로밖에 볼 수 없다”며 “오로지 의원 편의에만 골몰하여 헌법기관의 회계수준을 친목단체만도 못하게 만드는 창피스런 일”이라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이어 정치자금 투명성 강화와 관련, “연간 100만원 이상 정치자금 기부자의 성명 및 소속과 직책을 명기하여 인터넷에 상시 공개하도록 하며, 국고보조금제도도 당비 및 후원금 납부실적과 연계 지급하는 매칭펀드제를 도입하고, 배분방식도 직전선거의 정당득표율 만을 반영하도록 개선되어야 한다”며 “또한 선관위에 계좌추적권을 부여하여 실사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관계법 개정= 유권자의 선거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한 선거자유 확대, 대표성 강화, 여성의 정치진출 확대 등 선진적 선거문화 도입 방안에 대해서는 논의 자체를 유보해 아무런 진전도 보지 못했다는 게 이들 시민단체들의 지적이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선거법 개정에 있어 비례대표 확대와 사전선거운동 제한 완화, 선거운동의 자유 확대 등은 이번 선거법 개정의 핵심방향”이라고 전제한 후 “하지만 비례대표 확대 문제는 아예 논의 자체를 유보시켜 제대로 다뤄지지도 않았고, 정치신인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유권자의 선거활동 활성화를 위해 제안된 사전선거운동 제한 완화는 한나라당의 반대로 합의안에서 완전히 제외됐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이어 “유권자의 정치활동 활성화를 위해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인터넷 실명제 폐지는 역시 한나라당의 반대로 무산되어 버렸다”고 덧붙였다.
경실련도 “이번 정개특위의 정치관계법 개정안 의결을 선거운동의 자유확대와 정치자금 투명성 강화, 정당 민주화라는 시민사회의 정치개혁 여망을 져버린 정치개악 행위로 규탄하며, 의결안의 즉각 철회와 재논의를 강력히 촉구한다”며 “이번 개정안은 국회의장 산하 자문기구인 정개협 건의안의 반영도 미미할 뿐더러, 수차례 진행된 공청회 의견도 수렴된 것이 별반 없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졸속야합’이라는 비판이 합당하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지역 당원협의회 설치를 정당법에 규정하는 것에 대해 “현역 의원이 의장을 맡는 등 과거 지구당의 각종 폐해가 재연될 우려가 크다”며 “지금처럼 정당지지자들의 자발적 조직이 활성화되지 못한 상황에서는 당분간 현행 정당법 체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이어 “필요하다면 정당조직이 아니라 선거가 있는 해 선거사무소 운영기간의 연장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실련은 특히 국회의원 선거구제도와 관련, 의원정수의 고정을 전제로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을 2 : 1로 하며, 인구상한편차 또한 2 : 1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선거구 획정위원회를 전원 외부인사로 구성해 중앙선관위 산하에 두도록 하고 국회의 수정이 불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실련은 또 선거운동 방식과 관련, 포괄적 제한을 폐지하고 선거비용 총량범위 내에서 창의적인 운동이 가능하도록 개선해야 하며, 인터넷 실명제를 완화해 온라인상의 자유로운 정치적 의사표현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후보자 합동토론회를 의무화해 불참 시 제재하고 군소후보에게도 정견발표 등의 기회를 갖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게 경실련의 입장이다.
경실련은 유권자참여 확대와 관련, “선거연령을 만 18세로 인하하고 투표마감시각을 오후 8시로 연장하며, 국내 주민등록이 있는 자에게 대선과 비례대표 국선에 한해 국외 부재자투표를 허용해야 한다”면서 “아울러 교사의 선거운동 및 공직선거의 출마허용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이어 유권자 알권리 증진과 관련, 후보자 범죄기록의 공개범위를 벌금형까지 확대하고, 여론조사 공표 제한기간도 선거 직전일까지 단축하며, 선거비용지출보고내역에 대한 열람기한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실련은 또 정당 민주화와 관련, “비례대표 명부확정시 당원 직접투표로 선출된 대의원의 비밀투표를 거치도록 의무화하고, 정당요청 시 당내 경선에 대해 선관위의 관리와 통제가 가능하도록 하며, 경선비용 또한 후보자 선거비용에 포함시켜 총액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현숙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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