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대정부질문 폐지론 꿈틀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5-06-07 16:5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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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현행 국회의 대정부질문 제도를 폐지하고, 대신 이슈 중심으로 전환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4월13일 대정부질문 시간에 김원기 국회의장은 다급한 목소리로 “의원님들, 안에 들어오셔서 대정부질문에 응해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하는 방송을 내보냈다.

하나 둘씩 자리를 떠나는 의원들이 증가하면서 의사정족수(59명, 재적의원의 1/5)마저 채우지 못할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사실 현행 대정부질문제는 불과 10여명의 의원들에게만 발언권이 주어지는 데, 그 시간이 6시간 이상이나 된다고 하니 보통 인내심이 아니면 자리를 지키고 앉아있기 어렵다는 게 의원들의 지적이다.

더구나 후반부로 갈수록 질문내용이 중복되는가 하면, 형식적이고 비생산적인 형태로 운영되기 일쑤다.

이에 대해 손봉북(민주당) 의원은 “반드시 필요한 제도인데 지금 같이 하루 종일 앉아 있으면, 내가 이렇게 비생산적으로 의정활동을 할 수 있나, 전부 다 그런 것 느끼잖아요?”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것이 대정부질문인가’라고 의구심이 들 정도로 왜곡사례가 빈번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와 관련 참여연대는 7일 “야당은 정쟁 부추기기, 여당은 정부 감싸기 식의 형식적 질문으로 무의미한 대정부질문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현행 국회의 대정부질문 제도를 폐지하고, 대신 이슈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17대 국회에 들어서도 대정부질문에서는 여전히 당의 원내전술 차원에서 ‘저격수’로 불리는 의원을 배치하는 등 구태의연한 정치행태가 존재한다”며 “국무위원에게 신상에 관한 모욕적 발언을 하고, 무조건 사퇴를 종용하거나 추측성 발언으로 몰아붙이고 수준 미달의 용어를 사용하는 의원들도 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28일 한나라당 안택수 의원은 정치 분야 질문에서 이해찬 총리에게 ‘그러면 끝까지 한번 해보자 이 말씀이십니까?’, ‘막가자네’, ‘부디 좌파 시각에서 벗어나서 시대착오적인 노무현 혁명을 일으키겠다는 생각은 제발 포기하십시오’ 등의 발언으로 정쟁을 부추겼으며, 11월12일 같은 당 정두언 의원은 사회·문화 분야에서 ‘저는 이런 기본적인 상식도 없는, 그리고 상생을 포기한 총리에 대해서 질문을 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총리가 사퇴해야 된다고 생각합니까, 안 합니까?’ 등 질문은 하지 않은 채 할애된 시간을 넘기면서까지 여당 총리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아 급기야 김원기 의장으로부터 몇 차례에 걸쳐 제지당한 일까지 있다.

또한 올해 4월11일에는 역시 같은 당 이계진 의원이 정치 분야 질문에서 이해찬 총리에게 총리의 고압적인 자세를 비판하며 ‘총리께서는 열린우리당의 총리십니까, 전체의 총리십니까?’ 등의 정쟁유도형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반면 여당 의원들의 경우에는 여당 출신 국무위원에게 형식적, 의례적으로 대정부질문을 진행하거나 대정부질문이 아닌 야당 공격에 전력을 쏟는 식으로 대정부질문을 활용해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 2월15일 경제 분야 질문에서 열린우리당 박명광 의원은 이해찬 총리에게 ‘어려운 시기 고난도 겪으시면서 잘 헤쳐 나오셨다고 생각한다’, ‘그게 다 5선 경륜에서 기인한 게 아닌가’라며 총리를 추켜세웠고, 지난해 11월 16일 정치 분야 질문에서 같은 당 김종률 의원은 신행정수도건설 위헌결정에 대한 한나라당의 태도에 대해 ‘한나라당은 기만적 이중적 태도에 대해서, 대국민 사기극에 대해서 진심으로 속죄부터 해야 마땅한 것 아니냐’며 야당에 대한 공격을 퍼붓다가 방청석으로부터 ‘대정부 질문을 하세요’라는 야유를 받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대정부질문에 걸맞지 않은 발언과 행동을 하는 의원들도 부지기수라는 것.

지난 2월14일 정치·통일·외교·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열린우리당 이은영 의원은 난데없이 ‘2005년을 맞아 열심히 일 하겠다’며 자기다짐을 했고, 4월 13일 같은 당 박찬석 의원은 경제 분야 질문에서 ‘본인은 자전거타기로 디스크를 치료했다’며 대정부질문 시간 전체를 ‘자전거 예찬’에 할애하기도 했다.

심지어 대정부질문 자리를 빌려 은근슬쩍 ‘정치적 민원’을 제기하는 의원들도 있다.

지난해 10월28일 정치 분야 질문에서 한나라당 박계동 의원은 ‘대선자금 관련 정치인들과 김우중 회장을 비롯한 경제인들을 대승적 차원에서 풀어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4월14일 열린우리당 안영근 의원은 교육·사회·문화 분야에서 김승규 법무부 장관에게 ‘장관이 대통령에게 사면을 건의하면 거시기 하느냐’며 불법 대선자금 연루 정치인 사면을 요구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이는 대정부질문을 위해 서면질문이나 상임위 활동, 국정감사 등 다른 수단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회의장에서의 대정부질문이 개별 국회의원의 홍보 활동, 언론으로부터 관심을 받을 수 있는 기회로 부각되면서 왜곡 운영된 사례”라며 “관련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6월30일로 활동시한이 만료되는 국회개혁특별위원회가 대정부질문제도 개선방안에 대한 논의를 벌이고 있지만 의원별로 제각기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는데다 아직까지 의견 조율이 이뤄지지 않아 시한 내에 관련법 개정이 이뤄질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실제로 국회개혁특별위원회 법률심사2소위원회 소속 위원들의 입장은 판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열린우리당 문석호 의원(소위원장)은 행정부에 대한 통제 기능이 훼손될 우려로 지금의 형식을 유지하자는 입장이다.

노현송 의원은 원칙적으로 대정부질문 폐지 입장이나 해당 상임위에 소속되지 않은 의원들의 참여도 보장돼야 하기 때문에 대정부질문은 유지가 불가피하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반면 이원영 의원은 대정부질문만을 위한 본회의를 폐지하고, 법률안을 처리하는 본회의에서 개회시점에 한두 사람이 현안관련 질문을 하는 형태로 개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은 본회의장에서 진행할 필요 없다는 입장이고, 민주당 손봉숙 의원은 대정부질문의 실효성은 있으나 형식이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대정부질문의 개선방안에 대해 ‘개선론’과 ‘폐지론’이 동시에 제시되고 있다.

‘개선론’은 현행 제도를 유지하되 대정부질문의 비생산적 요소를 제거하고 정부정책 견제·감시 기능을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장치 마련에 초점을 두고 있고, ‘폐지론’은 현행 대정부질문을 폐지하고, 이슈 중심으로 그 형식을 전환하되 상임위 중심의 대정부질문을 활성화할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개선론의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국회운영위원회의 사전 조율로 반복 질문 불허, 의원 질문시간 축소, 질문 의원 수 확대 및 방청석의 추가 질문 허용, 대정부질문 사후 처리 보고 의무화, 회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하루 6시간에서 2시간으로 분할 진행, 비교섭단체 소속 의원 참여비율 확대 등이 제안되고 있다.

참여연대는 “개선론과 폐지론이 각각의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 국회가 ‘상임위 중심주의’를 택하고 있고, 주제와 이슈를 특정 하는 것이 준비과정과 질문과정에서 집중도를 높여 효과적일 것이라 판단, ‘폐지론’을 중심으로 개선방안을 정리했다”고 밝혔다.

이영란 박영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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