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고 있는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은 16일 시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수투위와 연합 형태의) 신당창당 가능성에 대해 “지금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노코멘트다”며 일단 답변을 회피했다.
그는 그러나 ‘노코멘트를 부정할 수 없어 곤란하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맞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번 수요일(18일)에 이주일 일정으로 외국에 나가야 하는 일정이 있다. 돌아오면 좋은 답변 해드리겠다”고 여운을 남겼다.
지금 한나라당은 박근혜 대표를 정점으로 하는 당 지도부에 박사모까지 가세, 수투위와 수요모임측 의원들을 강도 높게 압박하고 있다.
실제로 박근혜 대표는 15일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선거 때 당원들은 한 표라도 더 얻으려고 발이 부르트도록 뛰어 다니는데 인터넷 게임이나 하고 당에 악영향을 미칠 인터뷰를 하는 사람들에게 문제가 있다”며 이들을 겨냥해 칼날을 세웠다.
심지어 박 대표는 “박사모의 격려가 내게 큰 힘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박사모에 대해 ‘고마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노골적으로 박사모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에 따라 수투위와 수요모임 등 반(反)박진영에서는 ‘박근혜 사당화’ 작업이 가속화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박사모가 지난 14, 15일 이틀 간 창립 후 첫 워크숍을 갖고 당의 개혁작업에 직접적인 참여를 선언하는 등 적극적인 정치참여를 준비하고 있어 이 같은 가능성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박사모는 이재오 홍준표 배일도 의원 등 수투위 소속 의원들을 향해 강한 어조로 비판한 데 이어, 최근에는 원희룡 남경필 정병국 고진화 의원 등 수요모임 소속 의원들을 향해 노골적으로 ‘축출’을 주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박사모가 적극적인 정치참여를 실행에 옮길 경우, 이들 양대 모임 소속 의원들은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당장 박사모가 당 개혁작업에 참여할 경우, ‘조기 전당대회 개최’ ‘집단지도체제 도입’ 등 수투위 소속 홍준표 위원장을 중심으로 추진중인 당 혁신추진위원회의 활동과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로 박사모는 이미 자체적으로 재정국, 감사단 등 10개의 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는 팬클럽을 뛰어넘는 사실상 정당조직의 모습이다. 실제로 박사모는 정당의 대변인역할을 하는 ‘대외협력 홍보단’의 구성에 이어, 고문단과 법무단, 조직위원회까지 구성했다.
이들의 목표는 오는 2007년 대선에서 박근혜 대표가 당 후보로 출마해 대선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따라서 박 대표의 후보선출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反)박진영을 겨냥해 날을 세우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박사모 최진무 워크숍 준비위원장은 워크숍에서 “당내에서 보수세력을 위장해 활동하면서 박 대표를 흔드는 세력들과 일전도 불사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그 신호탄이다.
박사모는 ‘개혁보수’세력과 분명한 선을 긋는 동시에, 박근혜 대표에 대해 비판적인 당내 인사들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선을 긋고 있다.
박사모가 ‘보수세력 위장’을 운운한 것은 이재오 김문수 홍준표 권철현 의원 등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발전연과 원희룡 남경필 정병국 의원 등이 중심이 된 수요모임을 겨냥한 것이다. 발전연 소속 의원들은 대부분 수투위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결국 박근혜 대표와 당 지도부에 박사모가 가세하는 원조보수정당론과 수투위와 수요모임 중심의 개혁보수정당론이 충돌을 빚을 것이란 전망이다.
문제는 수투위와 수요모임이 실제로 손을 잡느냐가 관건이다.
수요모임의 권오을 의원은 수투위와 수요모임과의 향후 전망에 대해 최근 시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큰 가닥으로 보면 함께 갈 것으로 본다”고 밝힌 바 있다.
권 의원은 ‘큰 가닥의 실체’에 대해 “당의 개혁이나 혁신의 차원의 입장에서 볼 때 그렇다”고 말했다.
따라서 수투위와 수요모임이 박사모의 공세에 공동대응전선을 펼 가능성은 매우 높은 것으로 관측됐다. 특히 박사모로부터 집중 공격을 당하는 8인방 가운데 4명은 수투위, 또 다른 4명은 수요모임 소속 의원들이기 때문에 이 같은 가능성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수투위와 수요모임은 혈통 자체가 틀리다. 아무리 공동 목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두 그룹의 합류는 태생적인 한계 때문에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 모 관계자는 “수투위나 수요모임이 현재 수세에 몰려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명박 서울시장이 최근 청계천게이트 여파로 인해 위기에 처한 상황이어서 반(反)박진영의 구심점이 없고 과거처럼 돈으로 어떻게 해 볼 수 있는 상황도 아니기 때문에 신당창당 전망은 너무 앞서가는 것 같다”고 ‘개혁보수신당’ 탄생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하지만 한나라당 남경필, 정병국 의원은 16일 박사모를 향해 “박사모의 혁명은 소장파를 제거하는 혁명이냐”, “박사모는 한나라당과 박 대표, 한국 정치에 커다란 위해세력” 등 거침없는 맹공을 폈다.
이는 박사모를 사이에 둔 간접 설전이지만, 사실상 박 대표를 의식한 것으로 양측의 갈등은 이제 돌이키기 어려울 만큼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앞서 13일에도 수요모임 소장파 의원들은 “박사모가 당내 건전한 비판세력에 무차별적 인신공격, 언어 테러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었다.
수요모임 소속의 한 의원은 “지난 연찬회때 혁신위를 만들어 당을 혁명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당에 대한 비난이 있었지만 현재 당이 바뀐 게 뭐가 있느냐”면서 “보궐선거를 이긴 게 전부”라고 비판했다.
심지어 남경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박사모에게 드리는 충고 - 무엇을 위한 혁명입니까?’라는 글을 통해 “박사모에겐 ‘박근혜 대표의 대선승리’가 주어지만 저에게는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승리’가 주어”라며 “박 대표는 유력한 한나라당 후보 중의 한 명이라는 것도 인정하지만 박 대표의 승리가 아닌 한나라당의 승리가 주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박사모가 말하는 혁명이란 이(재오), 홍(준표), 권(철현), 남(경필), 원(희룡), 정(병국), 고(진화), 배(일도) 의원 등 소위 반(反)박 의원들을 축출하는 혁명이냐. 박 대표 뒤통수 때리기나 하는 소장파들을 제거하는 혁명이냐”며 격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박근혜 당대표의 ‘차기대권후보 굳히기’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따라서 이 같은 감정의 골이 결국 수투위나 수요모임 의원들로 하여금 박근혜 대표에게 등을 돌리는 극한 상황으로 초래될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이 같은 당내 분란과 관련 박근혜 대표를 향해 “박사모가 재보궐 이후 박근혜 세 몰아주기를 본격화하고 있으며, 이를 박 대표 측의 당내 세력 줄세우기로 보는 시각도 있다”며 “박대표는 줄세우기보다 당내 화합과 당선진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당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최근 박사모의 움직임은 민주사회에 맞지 않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은 북핵문제나 유전게이트, 청계천 문제 때문에 당내 움직임이 그다지 주목받는 시기가 아니다”며 수투위와 수요모임측의 자제를 요구했다.
권오을 의원은 “박사모 그룹은 회원규모나 영향력 등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는 할 수 있지만 정치단체도 아니고 현실정치에 들어와 있는 것도 아닌 만큼 특정 국가 경영에 대한 비전 제시나 특정 정치인의 지지는 모르지만 일부 당내 그룹을 적대시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본다”면서도 “그러나 당내 그룹도 박사모 반응에 일일이 대응하는 것이 현명한 처사가 아니라고 본다”며 양비론을 펼쳤다.
그는 “최근 수요모임 분위기가 이완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여태까지의 수요모임 결정이 잘못된 것은 없다고 본다. 개인의 출세나 입신양명에 치중한 행보는 없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그래도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있듯이 한나라당 간판으로 출마해야만 금배지를 다는 게 현실인데, 그 울타리를 뛰어넘기는 어려운 것 아니냐”며 개혁신당 창당 가능성을 일축했다.
한편 수요모임의 손학규 지원설과 관련, 권 의원은 “수도권 의원과 영남권 의원은 수도이전 대응 논리가 다르다. 그 논리에서 비롯된 일일 뿐”이라면서 “수요모임은 특정 대권주자 지원입장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정한 바 없다”고 밝혔다.
이영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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