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양윤재 행정2부시장의 구속으로 촉발된 소위 ‘청계천게이트’로 인해 이명박 서울시장은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한나라당내에서 박근혜 대표와 함께 차기 대권주자 ‘빅3’로 거론되던 손 지사는 ‘뜨는 해’로, 이 시장은 ‘지는 달’로 두 단체장의 명암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는 것이다.
▲‘뜨는 해’ 손학규= 이 총리와 손 지사는 지난 7일 정부중앙청사에서 개최된 `수도권 발전대책 협의회’ 3차 회의에서 수도권 공장 신·증설 허용 문제를 논의했으나, 국내 대기업과 관련해 신중한 입장을 보인 이 총리와 `25개+α’ 업종으로 확대하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은 손 지사가 첨예한 설전을 벌이는 등 갈등을 보여 왔다.
결국 이날 손 지사는 회의 도중 퇴장하고 말았으며, 앞으로도 대책협의회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이후 이 총리와 손 지사가 서로 기자회견 등을 통해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으나 대세는 손 지사쪽으로 기울고 있다.
손 지사가 속한 한나라당은 물론, 경기지역출신의 열린우리당 소속의원들과 노무현 대통령까지 모두 손 지사의 손을 들어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나라당 원희룡 최고위원은 11일 염창동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이 총리는 손 지사가 대선 후보이기 때문에 수도권내 국내 첨단대기업 신·증설 허용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식으로 한 것이며, 이는 경제문제를 정치적인 색채로 덧칠 한 것”이라고 이 총리를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경기도 여주 지역구 출신의 이규택 최고위원 역시 “경기도가 6만명의 고용창출을 하려는 사업을 막음으로서 손학규 경기도지사 거세 작전과 함께 1000만 경기도민을 죽이는 작전을 시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영선 최고위원은 “지난 7일 3차 `수도권 발전대책 협의회’에서 총리가 앞장서 수도권 대책을 원천적으로 배타시하는 대응을 한 것은 집권여당의 폐쇄정치를 노출한 것”이라며 “지역균형발전과 화합차원에서 행정도시특별법의 국회통과에 합의해줬으면 새로운 수도권 조치로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서병수 제1정조위원장과 이혜훈 제4정조위원장은 같은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와 여당은 공장설립문제를 지방과 수도권의 대결구도에서 바라보는 근시안적 사고에서 벗어나 국가경쟁력이라는 큰 틀에서 보기를 바란다”고 손 지사를 지원했다.
서병수 위원장은 “이 총리가 ‘지방 균형발전과 공공기관 이전에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면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대기업 공장 설립을 허용해 줄 수 없다고 해 3조6000억원의 첨단 LCD사업 등이 수포로 돌아갔다”며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인구 규제는 강화하되 다른 불합리한 규제를 푸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표도 이날 아침 대전MBC 라디오 ‘시대공감’과 가진 전화 인터뷰를 통해 “불필요한 수도권 규제를 완화해 투자를 막는 일을 없애야 한다”며 손 지사의 손을 들어줬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수도권 문제와 관련, 손 지사의 심정에 동조하는 의원들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열린우리당 경기지역 의원들은 11일, 2008년 법개정에 앞서 2007년까지 지난해 말 종료된 수도권내 외국인 투자기업의 25개 업종 공장 신·증설을 허용하는 특례기간을 연장키로 했다. 이는 사실상 손 학규 지사 손을 들어준 것이다.
열린우리당 경기발전위원회는 이날 조찬모임을 열고 “행정도시 건설과 공공기관 이전 등이 가시화되는 2008년 이전까지는 수도권 규제를 부분적으로 완화해 인구집중을 유발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경쟁력 제고와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조치를 취하겠다”며 “2008년에는 수도권 정비법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을 포함한 법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안병엽 위원장이 전했다.
안 위원장은 구체적으로 “외국투자기업에 대해선 1년 단위로 25개 업종에 한해 연장하던 것이 지난해 말 끝났고 새 시행령을 만들지 않은 상태인데, 시행령을 3년 단위로 연장토록 하겠다”며 “이렇게 되면 2008년 새 법안을 마련하기 전인 2007년까지는 첨단외국기업의 허용을 연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행령을 빨리 개정해서 외국투자기업의 공장신설을 허용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전향적인 안을 정부측에 요구해 13일 당정협의에서 결론을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과 여당 경기지역출신 의원들뿐만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도 손 지사에게 힘을 실어주는 듯한 발언을 했다.
실제로 우즈베키스탄을 국빈 방문 중인 노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외국자본 투자에 대해 “한국의 경우 한때 외국자본에 국내시장을 개방하는 문제를 놓고 국내적으로 논쟁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정리가 돼 결국 외국 자본 투자가 경제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결론이 났다”며 “외국자본이 투자하게 되면 많은 기회와 일자리가 생겨나고 새로운 기술과 경영 기법이 도입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자본의 수도권투자 규제 문제는 노 대통령 귀국 후 규제 완화쪽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결국 손 지사의 결연한 행보가 그를 유력한 대권주자로 부각시키고 있는 셈이다.
▲‘지는 달’ 이명박= 손학규 경기도지사가 소신행보로 정치권의 주목을 받고 있는 반면, 같은 당내 대권경쟁자인 이명박 서울시장은 정치적으로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실제로 청계천 재개발 비리 의혹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서울 시내에 있는 다른 부동산개발업체 2곳을 전격 압수수색하는 등 청계천 재개발 사업에 대한 수사를 전방위로 확대하고 있다.
시민일보가 확인한 바에 의하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11일 오전 서울 충무로의 H사 등 2개 재건축 시행업체 사무실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다. H사는 도심 재개발을 통해 고층 주상복합 건물을 세우려고 하는 부동산 개발업체로 알려져 있다.
이미 양윤재 서울시 행정2부시장이 2억여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8일 구속된 데 이어, 10일 시장 면담주선 명목으로 14억원을 챙긴 김일주 전 한나라당 성남중원 지구당위원장이 구속된 상태다. 여기에 검찰은 이미 서울시 고위 공무원 5~6명을 출국금지 조치를 한 마당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모두 부동산개발업체 미래로RED사 길모 대표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현재로서는 어느 선까지 파장을 미치게 될지 가늠하기조차 힘든 상황이다.
더구나 시민단체들은 이 시장의 최대치적으로 자랑하고 있는 청계천복원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고, 공무원노조는 “양씨를 인선한 이명박 시장의 책임”이라며 이시장을 압박 하고 있다.
청계천복원사업이 이 시장의 대권가도에 족쇄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다 엎친데 덥친격으로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위례시민연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지역본부로부터 11일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과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공동 고발당한 상태다.
이 시장의 공선법 위반 혐의의 경우 서울특별시선거관리위원회도 인정했던 것으로 드러난 만큼 쉽게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개다가 한나라당내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박근혜 대표측 의원들은 “‘차떼기 사건’ 이후 천막당사·천안연 수원 매각 등을 통해 공들여 쌓아놓은 당 이미지가 훼손되는 것 아니냐”며 이 시장측과 선을 긋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청계천게이트와 관련된 과실은 한나라당의 ‘과실’이 아니라 이 시장측의 ‘과실’이라는 것이다.
여기에다 열린우리당의 공세가 집요하게 전개되고 있다.
열린우리당 염동연 의원은 “청계천 복원 관련 비리는 한나라당이 서울시와 의회 권력을 한꺼번에 차지한 서울시 독점권력이 낳은 결과”라며 “특히 이명박 서울시장과의 면담 대가로 준 소개료 14억원은 차떼기 정당인 한나라당 수준에 걸맞는 액수”라고 비난했다.
견디다 못한 이명박 시장이 역공에 나섰으나 그 효과는 아직 미지수다.
실제로 11일 광주에서 열린 전남대학교 주최의 ‘용봉경영포럼’ 연사로 참석한 자리에서 “청계천복원사업이 통째로 잘못되었으면 돈을 제공한 관련자들을 모두 조사해서 국민의 의심을 풀어줘야 한다”고 역공을 가했다.
이 시장은 또, ‘검찰 수사에 정치적 의도가 없다’고 보는지에 대한 질문에 “검찰이 어떤 오해를 받을 만한 일을 안할거라고 본다”면서도 “검찰이 괜히 한사람 얘기만 듣고 계속 말을 흘리면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가 있다”고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행정도시특별법 통과 이후 한나라당내 수투위 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될 때까지만 해도 이명박 대세론이 굳어가는 것처럼 보였으나, 이제 이 시장은 ‘빅3’가운데 가장 여려운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면서 “그러나 대선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는 만큼, 아직은 누구의 대세라느니 낙마라는 얘기를 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이영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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