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시장, 대권가도‘암초’만나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5-05-10 20: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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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게이트' 비리 꼬리물어 서울시 ‘뒤숭숭’ 청계천 재개발 사업과 관련해 이명박 서울시장 면담을 주선해주는 조건 등으로 부동산개발업자로부터 거액을 챙긴 혐의로 한나라당 전 지구당 위원장이 검찰에 구속됨에 따라 이제 이 시장은 ‘청계천게이트’의 중심에 서게 됐다.

이로 인해 차기대권을 향해 가파른 상승세를 타던 이 시장의 대권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양윤재 서울시 행정2부시장에게 뇌물을 건넨 M사 대표 길모씨로부터 청계천 주변 고도제한 완화 등을 도와주겠다며 14억원을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한나라당 전 성남중원지구당 위원장 김일주씨를 10일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2003년 9월 성남 자신의 사무실에서 7개의 보따리에 나뉘어 에쿠스 차량으로 운반된 현금 6억5000만원을 길씨로부터 건네받은 것을 비롯해 지난해 4월까지 6차례에 걸쳐 모두 14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씨가 “서울시장 등에게 잘 이야기해 원하는 대로 건물 높이 제한을 완화해주고 인허가가 빨리 진행되도록 도와주겠다”면서 “이 시장을 직접 만나도록 해주겠지만 최소 10억원 정도 든다”고 돈을 요구했다는 것.

물론 김씨는 이에 대해 “사무실 빈터가 좁아 에쿠스는 들어올 수도 없다”며 “거짓말탐지기로 조사해보자”고 검찰의 혐의 내용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서울시도 “김씨가 비서실에 시장 면담을 요청하며 찾아왔지만 이 시장을 만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 일각에서는 청계천 복원 및 재개발 사업과 관련해 양윤재 서울시 제2행정부시장이 수뢰 혐의로 구속된 데 이어 이 시장과 친분을 매개로 한 한나라당 소속 전 지구당 위원장의 금품 거래 혐의가 새롭게 포착됨에 따라 이 시장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 시장으로서는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다.

실제로 이명박 시장은 시민일보와 시민단체 및 전국공무원노조 서울본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뇌물사건으로 구속된 양윤재씨를 청계천사업본부장에 임명했을 뿐만 아니라, 그를 부시장으로 전격 승진시키는 인사를 단행했다.

양씨는 길씨로부터 지난 2003년 12월경 “청계천 주변에 30층 이상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고도제한을 풀어달라”는 청탁과 함께 굴비상자에 든 현금 1억원을 전달받고, 같은달 방미 때 길씨와 동행해 미국 체재비 미화 5000달러(약 500만원)와 명품 구두 2켤레, 스카프, 의류 등 구입비 3000달러 등 모두 8000달러 상당의 편의 및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양씨는 지난해 2월에 건축회사 명의의 은행계좌로 1억원을 추가로 제공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밖에도 양씨 집무실에서 출처가 불분명한 일화 100만엔과 수백만원 상당의 유로화 현금 뭉치, 1억원이 넘는 돈이 든 통장 2개 등이 발견됐다. 검찰은 이에 따라 양씨의 추가범행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이 부분도 조사하고 있다.

특히 검찰은 양씨가 길씨의 청탁을 받은 뒤 “요구대로 고도제한이 완화되면 1000억원의 개발 이익이 생길 테니 60억원 정도는 받아야겠다”며 거액을 요구한 혐의점을 포착한 상태다.

실제로 길씨가 대표로 있는 M사는 청계천 일대의 서울 중구 삼각동, 수하동 5번지 일대 ‘을지로 2가 제5지구 도시환경 정비구역’의 고도제한을 풀어 주상복합건물을 지음으로써 거액의 분양차익을 노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M사는 고도제한이 완화된 후 38층 주상복합건물 계획을 제출했고, M사가 매입할 당시 평당 3000만원이던 땅값은 4000만원으로 뛰어 땅값으로만 무려 1000억원을 챙겼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견해다.

사실 길씨의 M사가 시행을 맡고 있는 을지로 한화그룹 사옥 건너편의 을지로 2가 정비구역은 청계천 개발의 최대 특혜가 예상되는 황금지역으로, 이 곳은 당초 고도제한 90m 제한으로 사업성이 낮아 대한주택공사가 사업을 포기했던 지역이었다.

하지만 길씨의 전방위 로비결과 지난해 8월 ‘청계천 복원에 따른 도심부 재개발 발전계획’에 따라 고도제한은 110m로 대폭 완화되고 용적률 역시 종전의 600%에서 1000%로 대폭 상향 조정됐다.

당시 시민일보와 시민단체는 4대문 안에 초고층 주상복합이 난립하면 역사·문화공간으로서 서울의 조망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며 시에 줄곧 철회를 요구해왔다.

더구나 청계천 복원사업의 한축을 맡고 있는 시민위원회 위원들이 지난해 9월 양씨의 독선적인 행정에 반발하면서 집단사퇴한 일까지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 같은 반대 목소리를 외면하고 말았다. 물론 여기에는 길씨의 로비가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되지만, 길씨가 직접 이 시장을 상대로 로비를 벌인 것이 아닌 만큼 양씨가 이 시장 대리인으로 로비자금을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점차 커지고 있다.

실제로 검찰이 포착한 정황대로라면 양씨는 청계천 프로젝트 대가를 길씨로부터 챙기려고 한 셈이지만, 양씨가 상식범위를 넘는 60억원을 요구한 배경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네티즌 일각에서는 이 거액이 향후 이명박 대선캠프로 흘러들어갈 돈이 아니었겠느냐는 의혹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물론 양씨는 영장실질심사에서 수뢰 혐의는 물론 검찰의 60억 요구 주장에 대해서도 모두 강하게 부인하고 있으며, 이 시장도 “검찰의 코미디”라고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이 시장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특히 전국공무원노조 서울시지부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뇌물수뢰혐의로 구속된 양윤재 부시장은 이명박 시장의 최측근으로서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은 이러한 인물을 인선한 이 시장에게 있는 것”이라며 이 시장을 압박하고 나섰다.

공무원노조는 또한 “양윤재 부시장뿐만 아니라 원세훈 행정부시장도 하급부서의 판공비 1900만원을 부당하게 사용한 혐의로 감사원에 의해 적발됐다”면서 “이는 공무원노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비리혐의자를 부시장으로 인선한 이명박 시장의 밀어붙이기식 인사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경실련 등 시민단체들도 성명을 통해 “서울시는 막개발을 제한하거나, 공공성을 담보할 기준을 마련하기는커녕 앞장서서 막개발을 부추기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뇌물과 비리로 검은 뒷돈까지 챙긴 혐의를 받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심지어 이들 시민단체들은 “양윤재 부시장 구속은 독선적인 행정의 비참한 말로”라면서 “서울시는 뼈를 깎는 자기반성으로 청계천 일대 개발사업을 전면 수정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실제로 녹색연합, 문화연대,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서울환경연합, 초록정치연대, 환경정의 등 14개 시민ㆍ사회단체로 구성된 ‘올바른 청계천 복원을 위한 연대회의’는 최근 성명을 내고 “청계천 복원 사업을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진행할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이 시장의 최대 치적으로 꼽히는 청계천 복원사업이 ‘청계천게이트’로 인해 최대 ‘치욕’으로 지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서울시민연대, 전국빈민연합은 10일 오전 서울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인 비리가 아닌 청계천 복원사업 전반으로 검찰의 수사가 확대·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이번 뇌물수수 비리사건은 서울시의 독단행정이 낳은 필연적 결과”라며 “뇌물행정, 비리행정의 최고 책임
자인 이명박 서울시장은 이번 사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더구나 ‘청계천게이트’수사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라 이제 시작단계에 불과하다.

검찰은 지난해 8월 고도제한을 완화한 을지로 2가 지역의 고도제한 완화 과정에 서울시 공무원들의 연루 여부를 집중 수사하는 등 검찰 수사가 청계천 사업 자체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서울시 관계자들 사이에 검은돈 거래가 있었던 게 사실로 밝혀지면 차기 대권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돼온 이 시장의 정치적 행보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이제 검찰수사의 칼날은 서서히 이명박 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김종빈 검찰총장은 앞서 9일 대검찰청에서 취임후 처음 열린 전국 특수수사부 부장 회의에서 “부정부패는 도덕적 해이와 계층갈등, 국민화합을 저해하는 요소”라면서 “구조적, 고질적 비리는 선진국 진입의 가장 큰 장애로, 부정부패 척결은 검찰의 기본 책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에 따라 권력형 비리 등을 주요 부패척결 대상으로 삼아 강력 단속키로 하고 ▲고위공직자, 정치인 등 권력형 비리 및 공기업ㆍ정부투자기관 비리 ▲지역세력화 된 공무원과 유착한 지역토착비리 ▲공직부패의 유발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민간기업의 구조적 비리 등을 척결대상으로 결정했다.

사실상 지방자치단체 밀착형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따라서 이 시장으로서도 이번만큼은 검찰의 칼날을 피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한편 한나라당 강재섭 원내대표는 10일 CBS 뉴스레이다 대담에 출연, ‘검찰수사의 칼날이 한나라당 출신의 서울시장에게로 향하고 있는 것 같다’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런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강 원내 대표는 “만일 검찰이 공정하게 비리를 밝힌다면 당에서도 이의가 없겠지만 그것이 의도적으로 한나라당의 중요한 인물을 겨냥한다든지 할 때는 검찰이 도를 넘은 것이고 당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당의 중요한 인사에 대해 정치적인 보복 차원, 또는 정략적인 의도에 의해 수사를 한다면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이영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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