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투위-수요모임과 손잡나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5-03-23 18:4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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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1주년 朴근혜대표에 “천막정신 실종” 쓴소리 ‘이구동성’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23일로 당 대표를 맡은 지 1년이 됐으나 그 앞길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8일간의 미국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박 대표는 이날 오전 염창동당사에서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를 주재하고 방미결과를 설명한 데 이어 취임 1주년 기념 기자간담회를 갖는 등 의욕적으로 당무를 재개했다.

그러나 행정도시법 국회통과를 ‘수도분할’로 규정하고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는 수도지키기 투쟁위 소속 의원들이 “1년 전 천막정신은 실종되고 안방정신, 쓰레기정신만 남았다”며 극도의 반발감을 드러내는가 하면, 박 대표 체제 출범 당시 가장 든든한 후원세력이던 ‘수요모임’소속의 소장파 의원들마저 박 대표의 지나친 우경화 행보를 비판하며 천막정신의 실종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당내 일각에서는 수투위와 ‘수요모임’의 연대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수요모임의 권오을 의원은 수투위와 수요모임과의 향후 전망에 대해 23일 본사와의 통화에서 “큰 가닥으로 보면 함께 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큰 가닥의 실체’에 대해 “당의 개혁이나 혁신의 차원의 입장에서 볼 때 그렇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큰 가닥의 반대편에 박근혜 대표가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서는 “어느 한 개인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영남보수’를 한 세력으로 봤을 때 대척점 저편에 있는 관계를 말하는 것”이라며 “박 대표는 이번 방미 때, 북한관계에 대한 입장표명이 우리와 같았고, 박 대표는 자신의 선택에 따라 함께 할 수도 있다”며 수요모임이 박 대표와 대척점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선택의 여지가 남아 있음을 시사했다.

권 의원은 또 “수투위와 수요모임에는 개혁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으나, 행정수도 이전문제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면서 “제 개인적으로도 행정수도 이전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고진화 의원도 “박 대표의 일관성 없는 오락가락 행보로 당의 안정성을 흔든 것은 비판받아야 마땅하다”면서도, 발전연 중심의 수투위에 대해서는 “자기칼라가 뚜렷하지 않아 현재 수도이전 반대부분만이 쟁점사안으로 부각돼 있는 점 등은 문제이며, 당초 모임의 취지인 발전을 위한 전략이 없다”고 폄하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수투위 한 관계자는 오히려 “수요모임과 수투위를 동격으로 취급하지 말라”며 연대 가능성을 일축했다.

하지만 이날 수투위와 수요모임은 박 대표 취임 1주년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한결같았다.

수투위 소속 김문수 의원은 박 대표 취임 1주년과 관련, “천막정신이 안방정신이 됐다”고 부정적 평가를 내렸으며, 배일도 의원도 “천막정신은 지도부의 야합정신으로 훼손됐다”고 비난했다.

송영선 의원도 “1년 전 한나라당의 현판을 들고 천막당사로 걸어가는 박 대표의 단아하고 고집스러운 모습을 보며 ‘한나라당과 박 대표가 근본부터 바뀔 준비를 하는구나’하고 감탄했었다”면서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에는 그때 한나라당이 국민에게 보여준 감동의 정치를 하는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수요모임’소속 의원들도 수투위의 이 같은 비난에 적극 동의하고 나섰다.

수요모임 공동대표 정병국 의원은 “천막당사 시절의 정신이 갈수록 훼손되고 있는 느낌”이라며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원점으로 돌아가겠다는 결심 아래 천막당사로 들어갔는데 몸은 이동했을지 몰라도 과거의 기득권적 사고를 버리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심지어 남경필 의원은 “당시 절대적인 죽음 앞에서 모든 것을 다 바꾸겠다고, 국민속의 정당을 만들겠다고, 제발 버리지만 말아달라고 호소했다”면서 “그런데 죽다 살아나서 배에 기름이 끼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박대표를 겨냥, 노골적으로 날을 세웠다.

권오을 의원도 “한나라당의 변화에 일반 국민들은 아직까지 ‘미흡하다’고 평가한다”면서 “말의 성찬은 있을지 몰라도 당내 민주화나 의사결정과정이 구체적 현안이나 정책으로 국민에게 보여지지 않고 있다”고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특히 이들 수요모임 소속 의원들은 국가보안법 과거사법 사립학교법 등 3대 쟁점 법안과 관련해 한나라당이 먼저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등 박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이들은 국가보안법과 관련, 지난해 연말 마련한 한나라당 안 뿐만 아니라 열린우리당 일각에서 제기했던 국보법 폐지안, 대체입법안 등 다양한 안을 법제사법위원회에 모두 상정해 국회 내에서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이는 강재섭 원내대표가 4월 임시국회에 3대 법안 처리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줄기차게 주장한 내용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수요모임은 또한 당의 의사결정구조 혁신과 관련, 의총 안건을 24시간 전에 의원들에게 문서로 통보하고 대통령의 탄핵·헌법개정·대통령이 재부의한 법의안의 경우나 재적의원 과반수의 요구가 있는 중대 사안에 대해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의결할 것을 제안했다.

이들은 혁신안과 관련해 오는 27~ 28일 1박2일간 워크숍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박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탄핵의 후폭풍속에서 한나라당의 대표를 맡아 1년을 보낸 데 대해 “야당 대표로서 임무와 사명을 다하기 위해 고심과 선택의 연속이었다”며 “힘들었던 1년”이라고 회고했다.

그러나 박 대표는 “인사문제나 공천, 재정문제를 투명하게 시스템에 의해서 이뤄지도록 했다”면서 “의원들을 단순히 거수기로 만들지 않고 당론도 의총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토록 했다”고 당내 민주화에 대해 자평했다.

/이영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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