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열린 한나라당 의총은 박근혜 대표 사퇴론을 둘러싼 공방으로 ‘살얼음’판을 걷는 듯 했다.
`친이(親李·친이명박)성향’의 한나라당 `수도지키기투쟁위(수투위)’ 소속 의원들이 이날 의원총회에서 “행정도시법 통과 책임져야 한다”며 박근혜 대표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 지도부를 비롯한 `친박(親朴·친박근혜)성향’ 의원들은 “박 대표를 중심으로 당이 화합하고 단결해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며 사퇴론을 일축, 양 진영사이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그동안 ‘친이성향’의 이재오, 김문수, 안상수 등 ‘수도지키기 투쟁위(이하 수투위)’ 소속 의원들은 일부 비례대표 의원들의 의원직 사퇴를 종용한 김무성 사무총장과 전여옥 대변인의 당직 사퇴를 강력히 촉구하고 행정도시법 통과에 따른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의총 재소집을 요구해왔다.
이에 따라 당 지도부는 지난 8일 주요당직자 회의를 통해 의원총회 소집요구를 수용했고 ‘신임 원내대표 선출 후’라는 전제를 달기는 했지만 김무성 사무총장과 전여옥 대변인의 사퇴를 시사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9일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의총은 비록 정족수 미달로 예정보다 15분 늦은 오전 8시45분부터 시작됐으나 분위기는 비교적 좋았다.
실제로 김덕룡 의원의 원내대표 사퇴로 원내대표 대행을 맡고 있는 남경필 의원은 “원내대표 직무대행이란 거창한 이름으로 인사를 드려 가문의 영광”이라면서 “내친 김에 한 3개월 정도 원내대표 경선을 연기하는 게 어떻겠습니까”라며 가볍게 농담으로 분위기를 돋우는 역할을 맡기도 했다.
그러나 ‘친이성향’의 의원들이 적극 발언에 나서, 당 지도부 사퇴 문제, 원내대표 경선 연기 문제, 박세일 의원의 의원직 사퇴와 전재희 의원의 단식중단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분위기는 일순간에 급냉했다.
김문수 의원은 “한나라당의 상생정치 노선이 망국노선의 최대원군이 되고 있다”면서 “수도이전은 노무현 정권이 나라를 망치는 것의 핵심인데 한나라당은 시종일관 야합과 사쿠라 짓을 했다”고 박 대표를 겨냥해 포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정권) 비위 맞추고 상생한다고 한 첫째 책임은 박 대표”라고 주장하며 박 대표의 결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충환 의원은 “이인제 의원이 과거 대선후보 경선에서 졌을 때 경선에 불복한 사례가 있다”고 지적하고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은 다수결인데 그것을 제대로 따르지 않는 것은 민주주의의 훈련이 제대로 안된 것이 아니냐”고 수투위 소속 의원들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특히 이날 의총에서는 11일 원내대표 경선 문제와 관련, ‘친이성향’쪽에서는 대다수가 원내대표 경선 연기를 주장했고 ‘친박성향’ 의원들은 한달간의 지도부 공백은 곤란하지 않느냐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이재오 의원은 “첨예하게 대립되는 문제니 시간을 두고 3월말까지 수습하자”고 제안하며 “강재섭, 맹형규, 권철현 의원 등 원내대표 후보 3인이 뒤로 미루자는 제안이나 논의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의원은 또한 “박 대표 중심으로 수습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다”면서 “이제 감정상하는 말을 하지 말고 당직자 사퇴는 대표에게 사퇴서를 내고 수리 여부는 박 대표에게 맡겨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외부행사에 참여했다가 도착한 박 대표는 회의장에 들어서기 전 원내대표 경선을 연기할 수도 있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원내대표 경선은 빠른 시일내에 해야 한다”며 “특별한 게 없으면 당헌당규대로 가야한다”고 경선 연기는 없음을 확고하게 밝혔다.
또 이날 의원총회에서는 박세일 전 정책위 의장의 의원직 사퇴철회와 전재희 의원의 단식중단을 위한 결의안이 배포되기도 했다. 결의안은 심재철 의원이 준비했다.
이에 대해 김덕룡 전 원내대표는 원내대표직 사임의 변을 통해 박 의원의 의원직 사퇴 철회와 전 의원의 단식 중단을 간곡히 호소했다.
박 대표도 박세일 의원을 언급하며 “지금 연락이 되고 있지 않아 안타깝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그러나 그는 “모든 문제에 찬성반대가 없을 수 없고 특히 행정도시 같은 큰 문제를 두고 논쟁이 없을 수 없지만 이제 그 모든 생각을 접고 다시 당이 하나 돼 한목소리로 나가야 되지 않겠는가”라며 당 대표직을 사퇴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한편 이날 의총에서는 당 지도부 일각의 일부 비례대표 의원들에 대한 사퇴 종용발언과 관련, 이에 대한 해명과 책임규명에 따른 논란도 있었다.
논란의 핵심 당사자였던 전여옥 대변인은 이에 대해 “정치적으로 미숙해서 일어난 실수”라고 해명하고 “자신의 발언으로 불편한 점이 있었다면 사과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전 대변인은 “이름을 거명한 적도 없고 공식브리핑을 통해 사퇴를 요구한 것이 아니었다”면서 “발언의 진의가 잘못 전달됐고 오해가 증폭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삶을 살아왔다”면서 “사표를 낸다고 해서 실제 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정치세계에 들어와서 나중에 알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김무성 사무총장은 “가슴 아프게 한 것 유감스럽다”면서도 “하지만 사무총장으로 당 기강을 잡는 것을 이해해 달라”고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란 박영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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