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당내 일각에서는 행정도시법 반대파들이 ‘박근혜 필패론’을 내세우며, 박 대표를 압박하다가 뜻대로 일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당 분열이나 분당을 위한 수순으로 들어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물론 김무성 사무총장은 이에 대해 “이런 진통은 당의 성장통일 뿐”이라며 애써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으나 상황은 그리 녹녹치 않은 것으로 관측됐다.
실제로 한나라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연기·공주 행정도시법’ 처리문제를 논의했으나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 최종입장을 정리하는데 막바지까지 진통을 겪었다.
박 대표를 비롯, 당 지도부는 이미 지난번 의총에서 여야가 합의한 행정도시법안에 찬성키로 한 만큼 이날 본회의에서 예정대로 당론에 따라 표결에 임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반대파 의원들은 “4월 임시국회 때 처리”를 요구하며 오전 5시부터 법사위 전체회의장을 점거하는 등 실력행사에 나서는 한편, 의총에서도 강력히 반대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원내대표실에서 8일째 반대농성을 벌여온 이재오 김문수 박계동 배일도 의원 등은 이날 오전 법사위 전체회의장을 기습 점거한 뒤 회의장문을 안에서 잠근 채 농성에 들어가 당 지도부를 난처하게 만들었다.
의원들은 점거농성 돌입에 앞서 성명서를 내고 “대한민국의 수도가 두동강 나는 것을 앉아서 볼 수만은 없다”면서 “얄팍한 표계산으로 충청도민을 기만하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박 대표는 “행정도시법 문제에 대해선 지난번 의총에서 당론이 결정된 만큼 재의결은 있을 수 없다”면서 “4월 임시국회에서 논의하자는 것도 당론변경인 만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김무성 사무총장도 “정치는 선택이며 최선이 아니라 차선, 차차선이라도 선택해야 한다”면서 “이미 표결로 결정된 당론을 뒤집는다면 또 다른 혼란을 초래한다”고 박 대표를 `엄호’하고 나섰다.
이처럼 찬반양론이 극명하게 갈리면서 이날 의총에선 양 진영 사이에 고성과 막말이 오가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곳곳에서 연출되기도 했다.
“의총이 초등학생들의 전교 어린이회보다도 못하다”는 반대파 의원의 지적에 “말을 그 따위로 하느냐”는 당직자의 격한 말이 오가기도 했다.
안상수 의원은 “국민적 합의 부족과 위헌성 여부 검토를 위해 4월 연기를 주장하며 이를 표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이방호 의원 역시 “수도이전은 제2의 새만금사업이 될지도 모르는 국가적 재앙”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전재희 의원은 “2시 본회의는 무조건 막아야 한다”면서 “지도부가 의원 대다수의 요구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 진 의원 역시 “원점 재검토가 필요하다”면서 “대통령과 국무총리를 물리적으로 분리해 행정부를 반으로 나누는 것은 위기관리도 할 수 없는 위헌성 높은 정치논리”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충청권 발전은 법이 아니어도 할 수 있다”면서 “4월이든 5월이든 공청회나 전문가 의견을 구해야지 졸속처리는 안된다”고 본회의 통과에 강력 반발했다.
이에 대해 한 당직자는 “행정수도법 갈등이 예상했던 것보다 심하다”며 “정말 이러다 당이 깨지는 것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분당 가능성을 예고하는 대목은 그동안 반대 입장에도 불구하고 당직자라는 이유로 침묵해 온 일부 당직자들이 행정도시안 반대에 가세했다는 점이다.
또 박근혜 대표의 사실상 지지세력으로 분류되던 ‘국민의 생각’ 등 중도보수파 마저 박 대표를 겨냥, 비판의 화살을 날리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최근 당 혁신위원장을 맡은 홍준표 의원이 ‘무정쟁’, ‘상생의정치’를 강조해 온 박 대표를 겨냥, “강한 야성 회복”을 선언하는 등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것도 주요 분열조짐으로 지목되고 있다.
실제로 박세일 정책위의장은 이날 의총에 앞서 언론에 배포한 `의총발언요지’를 통해 “한나라당은 지금 죽고 영원히 살 것인가, 아니면 지금 살고 영원히 죽을 것인가”라며 재의결을 강력히 요구했는가 하면, 이날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박 정책위의장은 심지어 “한나라당이 `반쪽 수도이전’을 반대하고 올바른 선택을 하지 않는다면 국회의원직을 사퇴할 것”이라고 배수진을 쳤다.
그는 “오늘은 당의 진로와 그리고 나라의 발전이 백척간두에 서 있다고 판단돼 미리 당 대표께 당직사의를 표명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박 정책위의장은 또 “`반쪽 수도이전’은 위헌이기 때문에 한나라당은 국민적 동의없이 `반쪽 수도이전’에 동의해 준 결정을 철회해야 하며, 부분이든, 전체든 수도이전은 반드시 헌법개정 절차의 국민투표라는 국민적 동의가 필요함을 주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정책위의장은 지난 17대 총선 때 외부인사 영입케이스로 입당해 박 대표와 함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고 비례대표 2번으로 원내에 진입한 뒤에는 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장을 역임하는 등 박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돼 왔다는 점에서 그의 이 같은 공세는 ‘당 분열조짐’으로 받아들이기 충분하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행정도시법안 갈등과 관련, 한나라당에서의 당직사퇴는 심재철 전략기획위원장, 안상수 `4.30 재보선 공천심사위원장’에 이어 세번째여서 당내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심 의원은 이에 앞서 지난 28일 “당의 찬성 결정은 정략적 야합”이라면서 당직사퇴를 선언했으며, `행정수도 합의안 추인’에 반발해 최근 4.30 재.보선 공천심사위원장직을 사퇴한 안상수 의원도 “(박근혜 대표와 김덕룡 원내대표는) 반국민적, 반역사적인 범죄를 저질렀다”며 “이분들은 당연히 사퇴하고 전당대회를 다시 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또 박 대표를 사실상 지지해 오던 중도보수파의 반발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맹형규 박진 임태희 정병국 공성진 정두언 등 중도보수파인 수도권 의원들은 최근 기자회견을 갖고 행정도시건설에 반대하고 나섰다.
박 진 의원은 최근 “이번 결정은 애초부터 정략적으로 무리한 천도를 추진해 온 정부여당과 정치적 논리에 매몰된 한나라당간의 타협의 산물로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며 “소속 의원 1/3이 의총에 불참했던 만큼 정식 의총은 재소집돼야 하고 소속 의원 전원이 참석하는 기명투표에 의한 재투표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또 “지난 2월23일 여야 합의로 결정된 수도 이전은 정치 논리에 의한 편법 천도이며, 기형적인 수도 분할”이라며 “이번 결정대로 수도가 분할되고 정부가 둘로 쪼개진다면 수도권과 충청권 모두 피해를 입을 것이 자명하며, 국가경쟁력 저하는 물론 이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맹형규 의원도 최근 성명서를 통해 “수도가 이전하거나 정부부처가 옮긴다면 주민 동요는 이전장소가 아닌 떠날 곳에서 일어나는 것이 일반적이며 그런 주민들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여야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전제한 후 “그런데 당은 이전대상 지역주민만 생각했지 한나라당을 믿고 나라의 안정을 위해 침묵했던 수도권 주민들의 여론엔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한나라당은 여당이 제안한 ‘행정중심도시’에 동조함으로써 제2차 탄핵의 덫에 빠지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나라당의 분당 가능성을 예고하는 대목은 최근 박 대표에 의해 당혁신위원장으로 선임된 홍준표 의원이 ‘무정쟁’, ‘상생의 정치’를 강조한 박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강한 야성회복”을 선언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실제로 홍 의원은 최근 국회 기자실에서 간담회를 갖고, “혁신위 활동을 통해 야당의 야성을 갖추고, 각 선거에서 수권정당이 되는 기본 틀을 갖추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홍 의원은 당시 “한나라당이 야당의 정당한 비판기능을 마치 정쟁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며 ‘무정쟁’과 ‘상생의 정치’를 강조해온 박 대표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홍 의원은 “과거 지방선거에서 1번 기호만 달면 수도권의 90%를 한나라당이 석권했다”며 “그 배경에는 정권의 실정과 비전에 대한 야당의 집요한 파헤침이 있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특히 홍 위원장은 당권·대권 분리를 거듭 강조하며 “당내 이미 합의가 되었다고 본다”며 “당권을 잡았다고 반드시 대권을 잡은 게 아니”라고 말해 당헌당규 개정을 추진할 뜻을 밝혔다.
또 홍 위원은 혁신위의 ‘독립성’을 재차 강조하며 “공동묘지의 평화를 깨야 당이 살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공동묘지의 평화가 단결인 것으로 착각하고 살았다”고 말해 혁신위 활동의 논란에 정면 대응할 뜻을 피력했다.
이어 홍 위원은 ‘수도이전 후속대책안’에 대한 당 내분과 관련해 여야 합의안을 존중해야 한다는 지도부의 방침을 정면 비판하며 “작년 10월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수도이전 논란은 끝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한나라당 비례대표 의원들 마저 박 대표에 반기를 들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실제로 당 비례대표 출신 의원 모임인 `21세기 네트워크’(회장 김애실)는 지난 27일 심야회동을 갖고 당내 모임차원에서는 처음으로 합의안의 재의결을 건의키로 결의한 바 있다.
비례대표들은 행정부처 이전이 중대한 문제인 만큼 의총에서 재의결하고, 국회 본회의에서의 `행정도시법’ 상정 및 처리도 신중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이 같은 내용을 지난 28일 오전 김덕룡 원내대표에게 전달하는 등 박대표와 다른 행보를 취하고 있다.
여기에 서울시와 시의원들의 반발이 날로 그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는 점도 박 대표에게는 부담이다.
서울시의원들은 2일 국회 본청 현관 앞에서 행정도시법 제정을 반대하는 유인물을 손에 쥔 채 출근하는 국회의원들에게 반대를 촉구하는 등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와 함께 한나라당 서울특별시당(위원장 박성범)도 최근 성명서를 내고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계획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면서 “국민의 의사를 직접 확인하는 절차를 통해 계획 추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그러나 한 당직자는 “이들 행정도시법 반대세력들이 모두 힘을 합해 박 대표를 압박할 경우 당이 깨질 수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해를 달리하는 이들이 연대해서 당을 깨고 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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