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민주당 합당론 물건너간듯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5-02-06 19: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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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한화갑대표, 정계개편쪽에 더 무게둬 한화갑 대표가 6일 소속 의원과 당직자 등 100여명과 함께 경기 파주시 경의선 도라산역을 방문하는 등 지난 3일 열린 전당대회에서 명실상부한 민주당의 `선장’으로 재선출된 뒤 그의 행보에 힘이 실리고 있다.

`리틀 DJ’로 불리는 한 대표는 이번 행사를 통해 김 전 대통령의 `적자’임을 당 안팎에 재삼 과시하면서 미니 정당으로 추락한 당 위상회복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는 특히 4.30 재·보선을 앞두고 대통령 탄핵 등으로 이반됐던 `호남 민심’을 다시 돌려 지난 해부터 시작된 호남지역에서의 재.보선 승리여세를 이어나가는 동시에, 고 건 전 총리 등 대권후보의 영입시도와 함께 내년 6월 지방선거 등에 대비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그동안 열린우리당 일각에서 제기됐던 합당론을 완전히 배제한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이에 따라 우리당과 청와대 내의 조기 합당 추진 세력들은 김효석 의원을 무리하게 교육부총리로 임명하고 이를 기회로 삼아 민주당과 조기 통합을 강행하려는 계획에 대해 비판론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 일부 핵심 참모들은 “민주당 내부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았고, 김 의원 본인도 마음이 흔들리고 있는 마당에 무리하게 대통령까지 나섰다가 여론의 질타를 대통령이 직접 받도록 만든 것에 대해 조기 통합 추진세력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흥분하고 있다는 후문까지 들린다.

민주당과의 조기 합당을 은밀히 추진했던 핵심 여권인사들은 호남 출신의 염동연 의원과 친노직계 문희상 의원 및 청와대 김우식 비서실장 등이다.

이들 중 염 의원은 같은 동교동계 식구였던 민주당 일부 호남 출신 세력들을 부추기면서 조기 합당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 당내 한 관계자는 “염 의원은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당 지도부를 구성하게 될 경우 조기 통합이 물 건너 갈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에 무리하게 합당을 추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염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 중에 목포 출신 이상렬 의원과 김효석 의원 등은 충분히 설득이 가능할 것으로 자신했으며, 노 대통령은 염 의원 등 우리당에서 조기 합당에 큰 어려움이 없다고 확신하자 못 미더워 하면서도 자신이 뒤에서 돕기 위해 김효석 부총리 카드를 꺼내 들었던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한 관계자는 “민주당과의 통합은 여러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며 “우리당 내에서 자꾸 소장파들이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이들을 견제하고 곧 여소야대로 국면이 바뀔 가능성이 높아 그런 것을 감안해 조기 통합을 하려고 시도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염 의원과 문 의원, 이부영 전 당의장 등은 민주당과 조기 합당을 하려면 4월 재보선을 치르기 전에 전격적으로 실시해야 하며, 민주당 지도부 구성을 위한 전당대회 전에 해야 한다고 강력히 건의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같은 건의를 김우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수렴, 노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이에 노 대통령은 “당 대 당 통합에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냐”면서 김효석 의원의 교육부총리 제안 등 방법론을 제시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언론에 모든 것이 공개되면서 도리어 민주당 내의 강경 세력들과 한화갑 대표에게 반발 명분만 제공한 셈이 돼 버렸다.

특히 민주당 한 대표로 하여금 합당 보다는 정계개편 쪽으로 결심을 굳히게 하는 요인이 되고 말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소수 정당으로 전락한 민주당의 살길은 우리당과 합당하는 방안이나 제3의 정계개편방안이지만, 대세를 이뤘던 합당론이 물건너가면서 자연스럽게 정계개편 쪽으로 가닥을 잡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민주당 현역 의원 9명 중에 지역구 출신 의원은 5명에 불과한데 이들 5명 중에 한 대표를 제외한 나머지 4명(이정일, 이상렬, 김효석, 이낙연)은 모두 우리당과의 합당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쪽으로 기울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민주당 관계자는 6일 본사와의 통화에서 “호남 현지 민심이 비록 우리당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지는 않고 있지만 현실 정치를 감안할 때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민주당이 우리당과 합당하는 방법 외에 다른 수단이 없다는 분위기가 적지 않았었다”면서 “전국구(비례대표) 의원들도 김종인, 손봉숙, 이승희 의원 등은 합당을 선호하고 있으며 김대중 전 대통령 장남 김홍일 의원만 반대하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이 김효석 의원에게 교육부총리를 제안한 것이 언론에 부정적으로 비치면서 상대적으로 수세에 몰렸던 한 대표가 주도권을 쥐고 합당 반대 분위기를 확산시키고 있어 이제는 거꾸로 합당 반대세력들이 민주당의 중심적인 여론 형성을 하고 있다”며 “이제 한 대표는 제3의 정계개편 쪽으로 몰고 나가면서 우리당과의 합당은 일절 언급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의 측근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한 대표의 배신감이 생각 보다 훨씬 더 깊다”면서 “지난해에 경선 자금 문제를 검찰이 조사하면서 한 대표를 구속하려고 했을 당시 한 대표는 직접 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도와 달라고 요청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노 대통령은 당시 이에 확답을 하지 않아 한 대표가 무척 서운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호남지역 민심도 열린우리당에 우호적이지 않아 각종 재보선에서 민주당이 여당 후보와 1대1로 맞붙어도 더 승산이 높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굳이 합당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한 대표의 생각인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한 대표는 당분간 민주당 조직을 자신의 지지 세력으로 더욱 굳건히 하고 고 건 전 국무총리나 아니면 한나라당 비주류 세력과의 연대 등을 통해 새로운 정계 개편을 모색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민주당이 최근 김효석 의원의 교육부총리 임명 제안 파문과 관련, 열린우리당과의 합당을 둘러싸고 광주, 전남 지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긴급 여론조사를 한 결과 합당반대여론이 많게 나온 것도 한 대표로 하여금 이 같은 결심을 굳히게 한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우리당과의 조기 합당을 주장했던 온건파들은 “광주, 전남 지역 여론은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열린우리당과 합당을 하되 명분을 세워 모양새 좋게 하라는 뜻으로 해석해야 한다”면서 “계속해서 독자생존을 주장한다면 민주당은 호민련(자민련을 빗대 호남민주연합을 의미함)과 같은 특정 지역만을 대변하는 반쪽짜리 정당에 불과할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한 대표와 강경 세력들의 목소리가 지금은 훨씬 강하다.

이에 따라 다급해진 것은 여권이다.

실제로 청와대와 열린우리당 조기통합론자들은 오는 9월 정기국회 이전까지 과반수 의석을 다시 확보하려면 민주당과의 조기 합당만이 유일한 답안이라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따라서 조기 통합론자들은 양당 합당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한 대표를 어떤 형태로든 설득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파격적인 반대급부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열린우리당 한 관계자는 “한 대표는 ‘리틀 DJ’로 불리는 정계 거물로서 노 대통령과 열린당에 대해 강한 적개심을 갖고 있는데, 그가 2월 전당대회에서 다시 당권을 잡게 돼 조기 합당은 물거품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면서 “실제 한 대표는 앞으로 있을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에서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고, 또 2007년 대선에서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는 입장
이어서 구태여 열린우리당과 합당을 추진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입장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그런 한 대표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상당한 자리나 조건을 보장해 줘야 한다”면서 “예를 들어 국무총리 자리를 주거나 합당하는 통합 여당의 대표 자리를 보장해서라도 한 대표의 마음을 돌려야 한다는 의견마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영란 최용선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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