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한나라당 연찬회를 앞두고 홍 의원은 본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두 번에 걸친 대선패배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신들을 냉철하게 돌아보는 치열한 자기성찰보다 외부요인에 의한 선거패배라는 책임전가식 태도로 일관함으로써 대선패배를 승복하기는커녕 DJ정권 및 노무현 정권조차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직된 자세로 일관하여 국민들에게는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주창하는 대안 없는 만년야당으로 각인되어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나는 이러한 한나라당의 무책임과 무사안일을 바라보면서 3년후 다가올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정권교체의 염원을 반드시 이루어야겠다는 생각만으로 요즘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고 있다”며 “좌파선동주의가 이루어 놓은 지역대결, 세대대결, 신·구대결 구도를 깨고 어떻게 하면 우리가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보수로 거듭날 수 있을지 우리 모두 천착에 천착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홍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한나라당의 부활은 가능하다고 보는가. 가능하다면 어찌해야 하는가.
▲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 Oblige) 정책 추진을 선언해야 한다. 한나라당이 지난 두 번에 걸친 대선패배의 이면에는 한나라당을 기득권 정당, 특권귀족정당으로 국민속에 각인되게 한 몇 가지 사건이 있었다.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면제사건, 빌라파동 등이 바로 그것이었다.
서구자본주의 사회가 건강한 사회로 발전할 수 있는 배경에는 기사도 정신과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있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한국사회는 전통사회에서 현대사회로 넘어오는 과정에 일제강점기에 이은 6.25동란을 거치면서 우리 전통사회를 지탱해오던 선비정신이 사라지고 천민자본주의가 지배하는 바람에 지도자의 바람직한 윤리가 실종되고 말았다. 한국의 정치인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지 못하고 질시와 지탄의 대상이 되는 것은 이러한 선비정신의 실종에 따른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의 망각에 있다.
한나라당이 이제부터라도 국민속에서 국민의 신뢰를 받는 정치집단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책 추진을 선언하고 그에 따른 정책과 법령, 제도 개선을 가시화하여 국민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지도자 계층의 병역제도 개선, 기부문화의 확산, 상속제도의 개선, 교육제도의 개선, 부패방지 시스템의 정비 등이 있을 것이다.
-지금 사회양극화 현상이 심각하다. 어떤 정책을 펴야 이런 현상을 해소할 수 있다고 보는가.
▲ 우리 사회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장기불황과 신용불량자 양산으로 중산층이 몰락하고 빈곤층의 확대로 가정해체와 생계비관형 자살이 늘어가고 있다. 이런 사회 양극화 현상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첨단산업과 전통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수도권과 지방, 상류층과 하류층으로 사회 각 분야에서 급속하게 양극화 하고 있다.
지난 2004년 사회지표 통계수치들을 살펴보면 우리사회가 얼마나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이런 사회양극화를 어떻게 조정, 통제하여 국가통합으로 나갈 수 있을지 우리는 이 시점에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단순히 빈곤층에 대한 생활비 지급만으로 빈곤의 악순환을 계속하기보다는 한국사회를 상향 평준화시키고 건전한 중산층을 육성, 발전시킬 수 있는 정책적 대안제시를 해야만 한국사회의 미래가 있고 한나라당의 미래가 있을 것이다.
-한나라당의 최대의 아킬레스건은 과거사 청산문제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어떤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고 보는가.
▲ 그간 한나라당은 과거사 문제에 대해 현재 민생이 급하므로 과거사 문제는 나중에 논의하자는 식으로 이 문제를 회피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작금의 현실은 한나라당의 이러한 미온적 대응을 용납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그들이 주장하는 과거사 문제는 대부분 박정희 대통령 시대에 한정해서 움직이고 있다. 그것은 한나라당 대표가 현재 박근혜 의원이기 때문에 기인한 것으로 보여진다. 박정희 대통령과 가장 대립각을 이룬 김대중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을 때도 박정희 시대에 대한 시비는 없었다. 그것은 한나라당을 격파하는데 별다른 의미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은 한나라당의 뿌리인 5·6공과 민정당만 공격하면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DJ정권이 지나고 난 뒤 느닷없이 그들은 5·6공 이전의 정권인 3공을 들고 나오고 있다.
이 문제의 해결방법은 한나라당이 나서지 말고 박근혜 대표께서 당당하게 박정희 시대의 공과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 대처해야 한다.
만약 이 문제를 한나라당이 나서게 되면 세력 대 세력의 싸움으로 문제의 본질을 벗어난 정쟁으로 얼룩질 수밖에 없고 한나라당은 박정희 시대의 인권탄압을 비호하는 과거지향적 세력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야박하지만 박근혜 대표 홀로 거대 여당과 노 정권의 책동에 맞선다면 그들은 박 대표 혼자만을 상대로 하는 과거사 분식 책동은 국민 정서상 계속 진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진다.
-홍 의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 5·6공은 부정의 시대로 이미 규정됐지만 박정희 시대는 국민정서상 긍정의 시대로 각인되어 있다. 여권이 특별히 박 전 대통령을 공격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여당은 박정희 시대마저 부정의 시대로 만들어야만 그들이 종국적으로 노리는 주류세력 교체 작업이 완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이 노리는 박정희 시대는 긍정적인 박정희 시대가 아니라 개발독재 시절에 저질러진 인권탄압 사건에 국한될 것으로 보여진다.
그간 그들은 박정희 기념관 건립 무산, 친일법, 효자동 이발사, 문래동 흉상철거, 과거사 기본법 추진, 행정각부 과거사 조사활동 시작, 한일협정 문서 및 문세광 사건 문서공개, 그때 그사람들 개봉에 이어 정인숙 사건, 김형욱 사건, 인혁당 사건 등 과거 3공 시절의 권력비리와 인권탄압 사건을 줄줄이 공개하거나 영화, 드라마로 제작하여 박정희 시대의 어두운 단면을 국민들에게 감성적으로 호소할 것이다.
하지만 박정희 대통령 시대의 문제는 아무리 생각해도 과(過)보다 공(功)이 많은 시대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이 문제를 대처함에 있어 당당하게 나갈 것을 거듭 주장한다.
-연찬회에서 한나라당 개혁과 관련 격론이 예상된다. 특히 당내 노선결정에 대한 각 계파의 공방이 예상되는 데 홍 의원은 어떤 입장인가.
▲ 기본적으로 한나라당은 이제 보수, 진보를 넘어 국익우선주의로 나가야 할 것으로 본다.
우리 헌법 제46조 제1항에는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비단 이 조항은 국회의원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 행정각부 장관 등 이 나라의 지도자적 위치에 있는 모든 공무원에게 적용되어야 한다.
박정희 대통령시절 박 대통령의 이념적 좌표는 반공이었다. 소위 극우이념으로 나라를 통치한 것이다. 그러나 경제정책은 정반대로 계획경제, 통제경제를 채택하여 전통적인 좌파 경제정책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다.
나는 여기에서 국익(National Profit)우선주의의 전형을 본다.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좌파든 우파든 이념적 지향점은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굳이 한나라당의 이념적 지향점을 말한다면 한나라당은 개혁하는 보수가 돼야 할 것이다.
지난 1999년 12월 이회창 총재께서 개혁적 보수의 기치를 내걸었을 때 당내에서조차 보수면 보수이지 개혁적 보수가 뭐냐라고 하는 비아냥이 있었다. 그러나 이회창 총재는 개혁적 보수를 내걸고도 정책이나 인물등용에 있어서는 수구보수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그 당시 이 총재는 당내에 기반이 없이 정치를 시작했기 때문에 본인의 개혁이미지에도 불구하고 수구 보수들의 포위망을 벗어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끊임없이 자기혁신을 하고 자기정화를 하는 깨끗한 보수가 됐어야 함에도 우리는 그동안 우리는 수구보수의 퇴행적인 길을 걸어왔다.
이제 한나라당은 국익우선주의를 내걸고 이에 따른 정책지표를 설정하고 말만하는 정당이 아닌 일하는 정당체제로 거듭나야 한다. 예를 들어 박 대표의 민생탐방이 정책과 연결이 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박 대표 혼자 하는 ‘민생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당내 제도나 체제에 대한 문제는 없는가.
▲ 현재의 당헌 당규는 탄핵이후 총선을 앞둔 비상상황에서 박근혜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 만든 기형적인 구조라고 아니 할 수 없다. 최고위원을 뽑아 놓고도 최고위원회의 조차 없고 최고위원회의 운영규정도 없다. 당내선거를 하면서 문제점이 이미 노출된 인터넷 투표, 여론조사 규정을 그대로 존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당내선거는 진성당원으로 선거를 할 수 밖에 없고 공직후보 선거 때는 국민참여 경선으로 족할 것이다. 조작 가능한 여론조사, 인터넷 투표제도는 이제 없앨 때가 되었다.
아울러 당권 대권 분리 정신에 비추어 대선후보 선출 1년 전에는 대선후보들은 당의 직책을 맡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한나라당 차기 대권후보가 박 대표를 비롯, 이명박 서울시장과 손학규 경기도지사 등 소위 ‘빅3’로 함축되고 있다. 그런데 홍 의원은 최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제3후보론’을 역설했는데, 지금도 그 입장에는 변함없는가.
▲ 한나라당은 과거와 달리 앞으로 유례없는 대선후보 홍수를 이룰 것이다. 현재 나타난 빅쓰리 이외에도 많은 페이스 메이커(pace maker)들이 나타날 것이다. 나는 이러한 현상을 아주 바람직하게 생각한다. 이러한 안개 속을 거쳐 2007년 7월에 가서 대선후보가 가시화되어야만 우리는 저들의 공작에서 벗어날 수가 있기 때문이다.
-2007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 노무현 후보가 대권도전을 선언한 2001년 1월경 그의 지지율은 3% 미만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화려한 정치쇼를 통해 대권후보를 만들었고 정권도 쟁취했다.
반면 대안부재론에 안주한 한나라당은 또다시 정권탈환에 실패했다. 우리는 이러한 민주당의 선전과 책략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아울러 차기 대선후보들의 당권 경쟁은 이제 그만 지양하고 차기 당권은 대선후보 선출의 공정한 룰을 만들 관리형 대표체제로 가야만이 한나라당의 결속과 차기 대선 승리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대권주자들은 출마 1년 전부터 당직을 맡지 않는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한나라당내에서 유력한 차기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런 논리가 시·도당에도 적용되는가. 즉 시장이나 도지사 출마예정자들은 시·도당위원장을 맡아서는 안된다는 논리냐는 거다.
▲ 물론이다. 시·도당 위원장들도 차기 광역단체장 출마할 후보들은 대선후보들과 마찬가지로 당연히 배제돼야 한다.
대선후보나 광역단체장후보가 당 대표와 시·도당위원장을 장악하게 되면 후보경선의 불공정으로 인해 당이 분열과 혼란에 빠질 수가 있기 때문이다.
-당명개정문제가 한나라당의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홍 의원의 견해는.
▲ 당명개정 문제는 당의 내용이 바뀔 때까지 보류하고 차기 전당대회 때 검토되어야 당의 이미지 변신과 지지율 제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단순히 문패 바꾸기로는 또다시 대선후보 선출 후 당명을 개정해야 하는 부담을 안을 수 있다. 현재로서는 반대다.
-국가보안법, 사학법, 과거사법 등 소위 개혁3법을 둘러사고 여야간의 공방이 치열하다. 이에 대한 홍 의원의 입장은 무엇인가.
▲ 이 문제에 관하여 우리는 이미 당론이 사실상 정해진 상태다. 국가보안법은 지난 12월 대치국면에서 여당과 1차 합의를 본 그 안(案)대로 밀고 나가면 되고 과거사법도 행자위에서 사실상 합의를 보았다. 사학법은 사학경영의 투명성 제고라는 방향으로 가닥을 이미 잡았으므로 더 이상 주저할 것이 없다. 한나라당이 이 3법 개정에 주저하고 회피하면 할수록 수구보수의 기득권 옹호 이미지만 가속될 것이므로 당론이 정한 틀 속에서 여당과 협상하여 이번 회기에 위 3법은 이제 종결지어야 한다. 이를 통해 한나라당은 첨예하게 대립하였던 국가보안법, 사학법, 과거사법 등 정쟁과 분열의 쟁점을 털어내고 오로지 민생과 경제에 전념하여 대한민국의 희망을 되살리는데 앞장 서야 할 것이다.
/이영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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