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청와대가 25일 브리핑을 통해 “그동안 야당도, 언론도, 일반식자들도 대통령에게 얼마나 자주 편을 가리지 않는 넓은 인사, 포용인사를 권고하였는가. 그런데 막상 실행을 하려고 하니 야당이 들고 일어난다”면서 “설사 대통령이 연정을 할 생각이 있거나 제의할 생각이 있었다면 그것이 어떻다는 말인가. 전 세계가 다 하는 지극히 당연한 정치행위이다.
연정을 놓고 이런 저런 협상과 흥정을 하는 것이 선진국 정치의 보편적 현상이다”라고 주장해 ‘통합론’을 둘러싼 논쟁이 급기야 ‘연정론’으로 비화되고 말았다.
이에 따라 열린우리당에서는 4월2일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앞두고 `통합론’과 `연정론’을 둘러싼 논란이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이 논란이 어떻게 가닥을 잡느냐에 따라 여권의 구체적인 행동 방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조짐에 대해 특히 한나라당의 반발이 거세다.
한나라당은 26일 여권의 민주당 인사들에 대한 입각 제의를 계기로 정치권에서 `연정론’이 제기되고 있는데 대해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한나라당은 이날 정여옥 대변인 논평을 통해 “청와대 브리핑은 누구를 위한 브리핑인가”반문하면서 “연정(聯政)은 ‘연정(戀情)’이 있어야 되는 법”이라고 꼬집었다.
전 대변인은 “김효석 의원 등 잇따른 민주당의원 빼가기에 대한 브리핑이 제대로 된 것 같지 않다”며 “노 대통령은 연정은 생각도 안한다는데 ‘연정하면 어떠냐?’하고 나섰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제 어미배를 째고 나온 살모사처럼 한때는 민주당을 향해 ‘도저히 더불어 할 수 없는 부패세력’이라고 매도한 것이 어젯 일”이라며 “그런데 지금은 ‘너 없이는 못살겠다’고 한다”고 비아냥 거렸다.
특히 김덕룡 원내대표는 같은날 오전 염창동 당사에 열린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청와대는 공식브리핑을 통해 `연정이 어떠냐’고 민주당 인사들에 대한 입각 제의를 정당화 했다”면서 “연정을 미끼로 야당파괴 공작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 원내대표는 “노무현 정권이 과반수 의석 확보를 위해 정계개편 의도를 서서히 드러내고 있다”며 “겉으로는 국정기조가 변화하고 상생기조를 보이는 것처럼하면서도 뒤로는 음습한 의도로 정치개편을 추진하는 반민주, 반개혁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노 대통령은 정치불안과 정치경색을 초래하는 이러한 시도를 하지 않겠다고 국민과 야당 앞에 약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또 “어느 일간지를 보니 여권의 정계개편 시나리오가 자세히 보도됐더라”면서 “4.30 재·보선 이전에 민주당과 합당하고 한나라당 의원들도 빼내가는 정치공작이 시작됐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모 고위 관계자는 “우리 한나라당이 민주당과의 제휴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며 “전략적 제휴를 모색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당사자격인 민주당은 지금 흥분이 고조된 상태다.
이날 김정현 부대변인은 “전당대회가 코앞에 임박해있는 시점에서 여권으로부터 여전히 민주당과 합당을 한다느니 시점은 연말이라느니 하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면서 “다시 말하지만 민주당에 분당세력과의 합당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이 당운을 걸고 미래를 설계하고 있는 마당에 합당이나 연정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정치의 금도를 벗어난 일”이라면서 “일체의 합당논의를 중지할 것을 정중히 요청한다”고 주문했다.
유종필 대변인도 전날 논평을 통해 “이번 사건은 청와대가 나쁜 일 하다가 들킨 것이고, 참여정부에 공작이 있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라면서 “청와대가 연정을 이야기 하는데, 연정이란 정당간에 협약을 맺고 그 협약에 따라 정당의 추천을 받아 각료를 내각에 참여 시키는 것으로, 이는 청와대가 거짓말을 하다가 궁지에 몰리고 국민여론이 나빠지자 당황한 나머지 억지논리로 변명을 하는데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구도에서 4월 재.보선을 치를 경우 열린우리당 쪽의 승산이 많지 않아 150석의 불안한 원내과반이 붕괴될 가능성이 높은데다, 중장기적으로는 2006년 지방선거와 2007년 대선 등을 고려할 때 호남 민심의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점 등이 `연정론’의 정황적 기반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그같은 생각은 어디까지나 그들(열린우리당)만의 생각일 뿐”이라며 ‘통합가능성’을 일축했다.
하지만 여권 일각에선 여전히 4월 재·보선에서 여당과 민주당의 연합공천에 이은 합당 시도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물론 공식적으로는 당내 논의가 이뤄진 바 없다.
열린우리당 정세균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과의 통합론’과 관련, “당내에서 그런 논의가 이뤄진 적이 없고 아무 결정된 것도 없는데 너무 나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민주당과의 합당 얘기가 자꾸 나와 곤혹스럽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민주당에서도 그런 논의나 결정이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안다”면서 “이런 문제가 잘못 비쳐지고 경우에 따라 정쟁으로 비쳐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과의 통합을 추진한 적도 없는데 이 문제가 정쟁으로 비화돼 국정운영의 걸림돌이 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런나 오는 4월2일 개최될 열린우리당 전당대회에서 민주당과의 통합론이 쟁점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대가 원내과반 붕괴를 예측할 수 있는 4.30 재·보선 직전에 개최되기 때문에 호남권 민심과 밀접하게 관련된 통합론 논의에 대해 당원들의 관심이 집중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특히 노 대통령의 측근이자 당내 호남 정서를 대변하는 염동연 의원은 이미 통합론을 전대 공약으로 내세우겠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재야파의 장영달 의원, 구당권파의 신기남 의원, 참정연파의 김두관 전 행자부장관 등 당내 각 계파를 대표해 출마하는 후보들도 통합론에 대한 입장을 밝힐 수밖에 없는 상태다.
물론 현재까지는 재야파와 구 당권파, 참정연파 모두 민주당과의 통합론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친노 직계 문희상 의원 등이 통합에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데다 당내 역학구도 등 다양한 요소를 감안해 볼때에 입장 선회가능성은 남아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참정연의 한 관계자는 “통합론은 과거로의 후퇴”로 “전국정당화라는 원칙에 맞지 않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재야파의 한 관계자는 “재보선은 물론 내년 지방선거 등을 고려하면 통합은 불가피한 선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다소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친노직계 모 의원은 “아직 드러내놓고 통합을 말하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향후 정국전망을 할 때에 민주당과의 합당 필요성을 느끼고 있고, 방법과 시기 등을 고심하는 사람들은 많이 있다”며 “재·보선에서 연합공천이 가능하다면 그것도 논의해볼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다소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영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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