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가기밀 자료 국회지원 지침 마련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5-01-12 20:4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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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과도한 제재조치” 반발 정부가 국회의원들에게 국가기밀의 제공을 거부할 수 있는 `국가기밀 자료 국회지원 지침’을 마련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정부는 12일 “무분별한 국가기밀 유출을 막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여야 정치권은 “정부의 지나친 정보독점이자 국민의 알권리 침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지침 내용 및 배경 = 정부는 지난해 11월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실무조정회의를 열고 국가기밀자료를 제공하는 절차와 열람 요건을 강화하는 `국가기밀 자료 국회지원 지침’을 마련한 것으로 드러났다.

새 지침은 공무원이 군사, 외교, 대북관계 등 국가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대해서는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에 의거해 5일 이내에 장관 명의로 소명해 서류제출 또는 대면설명을 거부하는 등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비밀의 보안관리에 철저를 기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국방부도 `국회 및 당정협조 업무처리 지침’을 개정해 국회에 제공하는 기밀자료는 차관급을 위원장으로 한 자체 보안심사위원회를 통해 사전에 보안여부를 철저히 검토하기로 했다.

지침 개정의 배경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다. 당시 한나라당 박 진·정문헌 의원은 `2급 비밀’이라는 한국국방연구원(KIDA) 보고서와 북한정권 변화시 남한대책에 관한 `충무계획’ 등을 각각 공개했다. 이후 국방부는 중대한 군 기밀사안은 자료 제출과 구두보고를 하지 않겠다고 항의했다.

국가기밀 논란은 그동안 국회 정보위 활동을 놓고도 심심찮게 불거졌다. 관련부서인 국정원은 의원들의 `언론 플레이’가 국가기밀을 노출시킨다고 `항의’하곤 했으나 의원들은 `국민의 알권리’라는 논리로 맞섰다. 하지만 심대한 국익 손상을 초래, 법적 심판대에 오른 경우는 없었다.

◇정치권 반응 = 여야는 대체로 “의원 재량권을 침해할 과도한 제재조치”라는 입장이다. 특히 야당 의원들은 관련 법률 제·개정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통일외교통상위 여당 간사인 유선호 의원은 “기밀 분류 세분화 등 여러 방법이 있는데도 정부가 경직된 자세로 일을 처리한 것 같다”고 했고, 국방위 임종인 의원(열린우리당)도 “기밀공개 여부판단을 정부가 독점하는 것은 알권리 침해와 정보폐쇄를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의 반발이 거세다.

박 진 의원은 “자료제출 거부는 3권 분립정신에 역행한다. 참여정부가 아닌 폐쇄정부로 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황진하 의원도 “이번 지침은 국민의 눈·귀를 가리는 독재주의적 발상”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또 “국방 관련 기밀분류 등급을 재검토, 군사기밀보호법 등 관련 법률 개정안을 내겠다”고 말했다.

같은당 송영선 의원도 “정부의 기밀 국회제출 거부는 행정부와 입법부의 협조를 파기하는 심각하고 중차대한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송 의원은 “군사기밀(국가기밀)은 국가의 사활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국방부 등의 비밀 생산자가 등급을 정하고 그 생산일자와 파기일자를 결정하도록 돼있다”며 “현재까지 한국의 군사기밀은 전략상 북한을 ‘주적’으로 산정해 그 정보의 중요성과 국익을 고려하여 범위와 등급을 부여하여 생산·관리 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따라서 “북한을 ‘주적’으로 보지 않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라면 북한을 ‘주적’으로 산정하여 작성된 비밀에 대한 재분류와 파기일자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면서 “그렇지 않다면 법적으로나 절차적으로도 북한을 명확하게 ‘주적’으로 명시한 국방백서의 발행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시점에서의 정부가 내어놓은 기밀 국회제출 거부는 국정감사기관인 입법부의 눈과 귀를 막겠다는 행정편의주의적 탁상공론에 불과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정부가 이중잣대로 행정부와 입법부가 상호 협조하고 감시하는 최소한의 기본적 원칙마저 무시하는 독선적이고 독단적인 처사”라고 비난했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도 “국민의 알권리에 대한 정부의 오만한 도전에 전면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한다. 국민은 정부의 행정행위에 대해 알권리가 있다”면서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은 상시적으로 정부의 행정행위를 견제해야 할 의무와 권한이 있다. 헌법에 보장되어 있고 국회법에 적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비밀로 지정한 용산협상의 대부분은 ‘국가안보’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부끄러운 치부를 숨기기 위한 것”이라며 “정부의 외교안보 관련 비밀주의는 도를 넘어섰다. 국가안보라는 미명 하에 국익에 반하는 행정행위를 숨기는 도구로 악용하고 있다. 용산협정이 그 대표적 예”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부의 비밀문서 지정 및 관리, 폐기에 대한 총체적인 법률안을 제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영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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