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당은 일단 5일 오전 의원총회·중앙위원 연석회의에 이어 중앙위원회의를 소집해 후속대책을 논의키로 했다.
이날 비상대책위 등 임시기구 구성 문제를 다룰 중앙위원회 결과가 노선경쟁의 향배를 가를 변수로 거론된다.
물론 비대위 구성을 통해 중진들의 역할이 커진다면 실용주의에 입각한 노선이 유지될 가능성이 있지만, 그 반대로 강경파의 영향력이 커진다면 강성 기류로 흐름이 쏠릴 개연성이 짙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부영 의장 왜 사퇴 했나= 이부영 의장은 3일 오전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 의장직 사퇴의사를 표명했다.
이 의장은 “천정배 원내대표와 함께 당을 이끌어 왔으나, 제 역량이 부족해 소임을 다하지 못해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 “올해 우리당은 갈등과 대립이 아닌 대화와 타협의 노선을 택해야 한다”며 국가보안법 등 주요 개혁입법 처리과정에서 드러난 여야 강경파의 태도를 비판했다.
이날 상임중앙위회의에서 의장 승계권을 가진 이미경 상중위원도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대화와 타협이 필요하다”며 이 의장을 거들면서 동반사퇴의사를 밝혔다.
김혁규 상중위원은 “우리당이 국민에 부응하는 정치를 하지 못했다.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하면서 국민을 위한 정치에 바탕을 두고 바뀌어야 한다”면서 “사퇴하는게 당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으며, 한명숙 상중위원도 동반 사퇴의사를 밝혔다.
이미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 천정배 의원을 포함해 집권여당의 지도부 전원이 중도하차한 셈이다.
당내 강경파가 국가보안법 등 4대 입법의 처리 무산에 대한 책임을 100% 당 지도부에 미루는 상황에서 이 의장의 사퇴는 상당부분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의장은 여야 4인대표회담이 일단 결렬되고, 당내에 4대 입법 단독 강행처리에 대한 여론이 최고조를 이뤘던 지난달 30일 오전 처음으로 천 원내대표에게 사퇴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여야간 막후 채널을 통해 도출한 대체입법으로의 국가보안법 절충안이 사실상 천 원내대표의 `비협조’로 무산된 지난달 31일에도 중진들에게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그는 임시국회가 끝난 뒤 4대 입법 무산에 대해 강경파들이 지도부 책임론을 정면으로 제기하고 나서자 사퇴하겠다는 뜻을 최종적으로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문희상 임채정 유인태 의원 등 중진들은 이 의장의 사퇴 결심을 번복시키기 위해 적극적인 설득작업에 나섰지만 무위에 그쳤다는 후문이다.
특히 문 의원은 천 원내대표 등 강경파를 겨냥하는 비난의 글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다.
또 김우식 청와대 비서실장도 이날 오전 이 의장에게 전화를 걸어 어려운 당의 사정을 고려해 사퇴 의사를 번복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임중앙위원회에서도 천 전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중진들은 이 의장의 사퇴를 만류하고, 오는 4월로 예정된 전당대회까지 당을 관리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이날 소위 당권파 그룹과 `친노(親盧)’ 직계로 분류되는 초선 의원들도 이 의장의 사퇴 의사를 되돌리기 위해 발 벗고 나서는 등 일부 강경파를 제외한 대다수 여당 의원들이 이 의장을 유임시켜야 한다는데 인식을 함께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들도 끝내 이 의장의 사퇴의지를 막지는 못했다.
후문에 의하면 이 의장은 당 중진의 마지막 설득작업이 이뤄진 3일 상임중앙위원회가 열리기 1시간 전부터 의장실에 나와 사퇴서를 다듬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의장의 한 측근은 “대화와 타협을 통한 국회를 만들어야 하지만 이 상태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며 “이 의장은 자신이 물러남으로써 국회와 당을 바꾸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향후 비대위 구성 어떻게 되나= 이 의장과 함께 이미경 김혁규 한명숙 상임중앙위원도 사퇴함으로써 지난해 1월11일 전당대회에서 첫 대의원 직접선거를 통해 출범했던 열린우리당의 지도부가 모두 퇴진하게 됐다.
이날 임채정 기획자문위원장도 기자회견을 통해 “기획자문위는 성격상 상중위를 중심으로 해서 현실적으로 활동해온 것인 만큼 상중위가 해체된 순간에는 기획자문위도 기능을 잃은 것”이라며 “기획자문위 회의를 열어 기구 해체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우리당 지도부 개편문제는 오는 5일 소집될 중앙위원회의에서 사퇴한 현 지도부를 재신임하거나 아니면 사표를 수리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4.2 전당대회까지 운영하는 방향으로 압축될 전망이다.
하지만 임종석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중앙위에서 사퇴의사를 표명한 현 지도부를 재신임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 “이에 따라 중앙위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4.2 전당대회까지 당을 관리해 나가는 방안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 대변인은 “5일 의총·중앙위원 연석회에 이어 열리는 중앙위원회의의 큰 안건은 지도부 공백 상황에서 비대위를 구성하는 문제와 새 원내대표를 한달내에 선출하기 위한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는 문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임 대변인은 “비상대책위의 주요 역할은 4월 초에 있을 전대를 준비하는 것이 될 것이며, 당내 분포를 두루 감안해 구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비상대책위는 어떤 형태로 꾸려질까.
우선 힘의 균형을 최대한 모색하는 선에서 구도가 짜여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재 본인의 의사과 관계없이 비대위원장에는 임채정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임 의원은 선수(選數) 면에서 김덕규 국회부의장과 이해찬 국무총리에 이어 당내 3위인 4선인 데다, 여당내 적통인 민주당 출신이라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특히 임 의원은 재야파로 분류되는 데도 불구하고 국가보안법 파동 과정에서 보여준 균형감각 때문에 적임자로 평가받는 분위기다.
임 의원이 고사할 경우에는 3선 중진인 유재건 의원 등이 전대 출마 의사가 없다는 점에서 차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일단 비대위는 당장 늦어도 내달초 실시될 원내대표 경선과 전당대회를 앞두고 중립적 관리형 자세를 견지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각 계파의 대표성을 띤 인사들로 채워져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그러나 국보법 파동을 거치면서 당내 이념분화 현상이 뚜렷해진 상황에서 계파별 이해관계를 떠나 강경파가 이념적 연대를 이루면서 `절반의 지분’을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당의 최고의결기구인 중앙위원회에 강성의 당밖 출신 세력이 3분의 1 이상을 점하고 있다는 점이 무시못할 힘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당권경쟁 가속화 속 강경파 득세 하나= 우리당은 5일 중앙위에서 비상대책위를 구성할 예정이지만 상중위원이 전원 사퇴한데 이어 임채정 기획자문위원장도 “상중위가 해체된 만큼 기획자문위도 해체돼야 한다고 생각하며 그런 방향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말해 지도부 공백사태가 불가피하게 됐다.
따라서 이달말로 예정된 원내대표 경선을 전후로 당내 당권경쟁이 조기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중도온건파와 재야 강경파 의원들간의 노선투쟁도 가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당내 일각에서는 지도부 총사퇴를 계기로 17대 총선 이후 대외적으로 `중도적 실용주의’를 표방해온 여권의 노선이 근본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제기하면서, 당의 이념적 균형추가 강경 원리주의로 옮겨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비대위 구성을 통해 중진들의 역할이 커진다면 실용주의에 입각한 노선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지만, 그 반대로 강경파의 영향력이 커진다면 강성 기류로 흐름이 쏠릴 개연성이 짙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물론 현재까지의 진행상태를 볼 때에 그동안 중진들이 강경파의 기세에 눌려 제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따라서 원리주의가 득세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 의장의 사퇴 결심에도 강경파의 의지가 고스란히 당론에 반영되는 원내 현실이 반영됐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일 신년 하례식에서 “올해는 사회적으로 큰 갈등이나 싸울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말한 것도 실용노선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점등을 감안 할 때에, 당이 강경 일색으로 흐를 것으로 속단하기 어렵다.
특히 경선 과정에서 당권파와 재야파, 개혁당파 등 각 계파간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특정 계파에 힘이 쏠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합종연횡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영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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