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이 일부 국회 상임위의 운영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는 것을 `지연전술’이라며 의혹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반면, 한나라당은 국가보안법 개폐를 비롯한 4대 입법과 `한국형 뉴딜’ 관련법 등 쟁점법안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들 법안에 대한 꼼꼼하고 철저한 심의방침을 재확인하는 등 여당의 ‘급행심의’를 견제하고 나섰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뒤늦게 등원한 한나라당이 예결특위 등 임시국회 파행기간 운영된 국회 활동의 무효를 주장하는 한편, 사학법 개정안과 과거사기본법이 각각 상정된 교육위와 행자위의 의사일정에 합의하지 않는 등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우리당은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를 열고 행자위 등 여당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상임위는 위원장의 권한으로 기왕에 이뤄진 활동을 인정하고, 주요법안에 대한 처리수순을 밟기로 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우리당은 국회 본회의가 오는 29일과 30일 각각 예정돼 있는 점을 감안해 4대 입법을 제외한 주요 법안이 27일까지 처리되지 않을 경우 단독으로라도 각종 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당직자는 “4인 회담에서 `합의처리’라는 표현을 썼지만 표결처리가 안된다는 말도 없다”며 “한나라당이 상임위 활동을 미루면 우리당도 명분을 갖는다”며 최악의 경우 표결처리를 강행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박영선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교육위 등에서 4인 회담의 합의정신을 위반하는 등 심각한 상황”이라며 “연내에 주요 법안을 처리하자는 4인 회담 합의를 관철하기 위해 얼마나 성의를 보이는지 심각하게 주시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원내대책회의 결과 브리핑을 통해 “원내대책회의에서는 한나라당의 상임위활동 지연전술에 대한 지적이 많이 나왔다”며 “특히 어제 교육위에서 사립학교법개정안에 대해 27일까지 상임위 일정을 거부하고, 1월에 공청회를 하겠다고 하는 것은 4자회담의 합의정신을 위반한 심각한 사태라는 것이 지적됐다”고 밝혔다.
그는 “어제 교육위 위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강력 항의를 하자, 오후 7시경에 한나라당 김영숙 의원 대표발의로 법안을 제출하기는 했으나 다시는 이런 행위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어제 열렸던 상임위 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임위로는 교육위, 행자위, 예결위이며, 예결위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불참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박 대변인은 이어 “우리당은 4자회담의 연내 합의처리를 관철시키기 위한 노력에 과연 한나라당이 얼마만큼의 성의를 보이느냐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견제심리는 쉽게 해소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한나라당은 4대 입법과 `한국형 뉴딜’ 관련법 등 쟁점법안들이 국가의 정체성이나 안보, 언론, 역사의 골간을 바로세우는 일과 관련된 중요한 법안일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선 국민에게도 엄청난 부담을 안길 수도 있는 중대한 법안이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나라당은 `합의처리’라는 여야 4인 대표회담 합의에도 불구하고 열린우리당이 연내처리 방침에 얽매여 졸속심의도 불사하며 급행처리에만 몰두해 있다고 비판하며 사안별 여론조사 실시, 청문회 또는 심층토론회 개최 등을 제안했다.
박근혜 대표는 이날 52차 운영위 회의에서 “4자 대표회담을 열어서 쟁점법안들에 대해서 합의를 볼 수 있는 물꼬를 트게 되고 국회도 정상화 할수 있는 계기가 마련돼서 그나마 다행으로 생각한다”며 “얼마 남지 않은 기간이지만 각 상임위, 예결위에서 모든 법안들이 잘 마무리되도록 잘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최선’을 강조했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문제는 국가안보와 직결된 중대 사안이기 때문에 상임위 차원이 아니라 4인 대표회담에서 다루기로 한 것”이라며 “한나라당은 체제수호에 최소한의 안전장치로서 안보형사법이 반드시 존치돼야 한다는 입장을 확고히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또 “열린우리당이 비록 국가보안법 폐지를 당론으로 하고 있지만 애당초 개정하려는 흐름이 다수였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합의의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여야는 물론이고 국민적 합의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특히 새해 예산안과 관련, “지금 예결위가 계수조정소위에 있는데 열린우리당은 자신들이 단독심의 해온 결과를 그대로 인정하고 요구하고 있다”며 “내년도 나라 살리는 예산안을 야당이 없는 상태에서 단독심의 해놓고 그것을 인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해 여당의 급행심의에 대한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라크 파병연장안에 대해서도 김 대표는 “무엇이 과연 조국을 위한 것인지 한나라당은 꼼꼼히 따져서 당론을 모아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한나라당이 앞으로 한두달간 매우 중요한 정체성의 시범을 보일 수 있는 기회를 맞는다고 생각한다”면서 “4자 대표회담에서 몇가지 중요한 법에 관련되서 합의를 했는데 우리는 기본적으로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수호하고 자유시장경제원칙이 이땅에 번영할 수 있도록 역사적 사명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여당쪽에서 이러한 법률들의 중요성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조급하게 처리하려고 하고 있다”며 “많은 국민들은 의외로 이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싸움만 그만두라는 식으로 주장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한나라당은 이런 법들의 중요성과 관련해 국민들에게 충분히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상당한 시간이 필요함’을 우회적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이영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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