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법 개·폐 문제에 대해 한나라당이 대안 제시 없이 실력 저지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과 관련, 천정배 원내대표가 4대 법안 중 국보법만 따로 분리해 나중에 처리한다는 `3+1’ 전략을 대야협상안으로 제시했다가 강경파의 반발로 거부당하는 등 여당의 원내전략 기조가 냉온탕을 오가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국보법 처리 문제를 둘러싼 여당내 혼선은 특히 지난 주말 외부로 여과 없이 표출되면서 절정을 향하는 양상이다.
사흘간의 소동은 천 원내대표가 지난 26일 밤 강경파 초선 의원들과의 회동에서 4대 입법 처리를 위한 대안을 조심스럽게 개진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러한 순차처리 또는 분리처리안은 지난 27일 당·정·청 회의를 거치면서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였지만, 28일 밤 당 수뇌부 회동에서 재야 출신 중진들이 “원칙을 갖고 단호하게 나가야 한다”며 강력히 반대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한나라당의 굳은 약속 없이 국보법 처리를 미뤘다가는 나머지 3대 법안처리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다는 후문이다.
수뇌부 회동에 참석한 장영달 의원은 29일 “한나라당과 협상도 안 해본 상태에서 양보할 것부터 생각해선 안된다”며 “정 안되면 군소 야당과 연대해 한나라당을 압박하면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채정 기획자문위원장도 “정공으로 밀고 나가야 한다”며 “법안 통과가 어렵다 하더라도 미리 포기할 수 없는 것”이라고 원칙론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천 대표는 29일 오전 상임중앙위원회에서 “한나라당이 끝끝내 (국보법) 상정조차 거부한다면 국회법에 규정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강경론을 폈다.
우리당은 이날 상임중앙위를 통해 4대 입법에 대한 연내 처리 방침을 재확인했으나, 국회에서 이를 담보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기존입장이 다시 바뀔 수 있다는 조심스런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한 핵심 당직자는 “아무래도 임시국회를 열어야 할 것 같다”며 “국보법은 법사위에 상정할 계획이지만 한나라당이 실력 저지로 나올 경우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안개모 회장인 유재건 의원은 “국회의 파트너가 완강히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국보법 처리가 불가능하다”며 “여야가 타협해 공동의 선을 향해 노력해달라는 국민들의 희망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가면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유 의원은 “지금은 강성 의원들의 목소리가 크지만 시간이 지나면 또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표적인 강경파로 통하는 정봉주 의원은 “국보법을 한나라당의 반대로 상정하지 못하면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이라도 해야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런 가운데 내년 3월 차기 지도부 경선을 앞두고 당권파와 재야파 등 각 계파간에 경쟁 심리가 퍼지고 있는 것도 지도부의 운신의 폭을 제한하는 또다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도부는 지난 28일 전당대회 출마 예상후보들을 겨냥, “지금은 당력을 모아야 할 때”라며 공개적으로 경고음을 냈으나 이날 오후 민주당 출신 당료들이 “참여정부 를 만든 초심으로 돌아가자”며 `월요회’ 첫 모임을 갖는 등 계파별 세불리기 양상이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영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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