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 전개 여하에 따라선 김 장관의 거취 문제는 물론 여권의 권력지형에까지 영향을 미칠 중대 사안이 될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이는 물론 최악의 경우를 가정한 것이지만, 당내에선 대통령이 현직 각료에 대해 유감 표명을 했다는 것 자체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실제 이와 비슷한 사례는 참여정부 출범 후 손에 꼽을 만하다.
노 대통령은 지난 6월 정부의 대검 중수부 폐지 검토 움직임과 관련해 송광수 검찰총장이 강하게 반발하자 “조직의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를 해당 기관장이 공개적으로 표현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정면 비판한 바 있다.
물론 이에 비해 유감 표명의 수위가 매우 낮지만, 당내 일각에선 김 장관이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란 점을 들어 “송 총장 사례보다 심각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사안이 지닌 민감성 때문인지 대통령의 소회가 전해진 후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공식 반응을 극도로 자제하는 가운데 23일 밤 정상외교를 마치고 귀국하는 노 대통령의 `입’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
이부영 의장은 “대통령이 했는지 안했는지도 모르는 말 가지고 야단법석을 벌일 필요가 있나”라며 “모두 다 추측이고 상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계파에 따라 대통령의 발언을 해석하고 반응하는 데 있어 상당한 온도차가 감지되고 있다.
정동영 통일부장관을 중심으로 한 당권파의 한 핵심 의원은 “대통령 반응에 일리가 있다”며 “회사 간부가 회의에서 얘길 안하고 자기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우리 회사가 잘못됐다’고 했다면 상식적으로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겠나”라고 말했다.
반면 김 장관을 정점으로 한 재야파 의원들은 “대통령이 귀국하면 논란이 정리될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차단하고 나섰다. 이에 앞서 재야파가 주도하는 국민정치연구회(국정연)는 지난 22일 비공개 만찬회동에서 대통령의 발언을 전해듣고 대책을 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의 한 측근 의원은 당권파를 겨냥, “정책적 논쟁을 호기 삼아 당내에 `연탄가스’처럼 준동하면서 대통령과 GT(김 장관의 영문 애칭)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세력이 있다”고 경고음을 냈다.
실제 재야파측은 “억울하다”는 반응 일색이다. 김 장관도 연금 활용 논란이 확산되자 지난 21일 국정연 소속 일부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정책을 갖고 얘기한 건데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있어 부담스럽다”며 고민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장관의 진의를 떠나 이번 문제는 내년 3월로 예정된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판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위기감을 느낀 재야파가 내부 결속을 강화하며 세확장에 가속도를 낼 수 있고, 그럴 경우 `천·신·정’으로 상징되는 당권파도 정치적 행보를 가시화하면서 당권경쟁을 첨예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여권의 핵심 지지기반인 노사모 등 당외곽의 친노진영이 당내 정체성 논란과 관련, 최근 `노무현의 길로 돌아갈 것’을 외치며 가칭 국민참여연대를 결성한 것도 당권구도와 맞물려 재야파를 자극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노 대통령 특유의 직설적 화법과 성격, 여권의 권력지형 등을 감안할 때 장관 경질 등 초강수가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당내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친노그룹의 좌장격인 문희상 의원은 이날 기획자문위원회 후 기자들과 만나 “김 장관의 문제제기 형식 등이 잘못됐다고 보지만 이번 사건이 크게 확대될 사안은 아니다”고 선을 그은 뒤 “밖에서 보고를 받고 `그 양반 왜그래’ 정도 말했을 개연성은 있을 수 있겠지만 이를 보고 측근들이 `대통령이 화났다’고 말을 옮겼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유재건 의원은 노 대통령이 정책적 논란에 대해 선을 그은 것에 불과하며, 대통령이 김 장관의 정치적 위상을 고려해 “비중 있게 예우한 발언”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한 핵심 당직자는 “노 대통령은 대선자금 수사 과정에서 여권 핵심부에 칼을 들이댄 송 총장도 경질하지 않았다”며 “대통령은 `토론공화국’으로 불릴 만큼 시스템에 의한 정책결정 과정을 중시하는 국정 운영 기조에 대해 김 장관이 다소 배치된 행동을 한 것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와대 정무비서관 출신인 문학진 의원도 “대통령으로선 자신이 밖에 나가 있을 때 집안에서 분란이 일어나는 것처럼 비쳐지니까 한 말씀 하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 또한 국무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간접적으로 (대통령의) 얘기를 들었다”면서 “당정청이 순리대로 합의해 잘 해결될 것”이라고 말해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이영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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