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법안, 특히 국가보안법 폐지안은 반드시 내달 정기국회 내에 처리해야 한다는 기존 당론에 대해 지도부가 부쩍 차별화된 목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최대한 야당과 타협을 모색해 합의 처리해야 한다’는 이른바 속도조절론은 중도·보수 성향 의원들을 중심으로 간헐적으로 제기돼왔으나 최근 이부영 의장과 천정배 원내대표가 이에 가세한 인상을 짙게 풍기면서 탄력이 붙은 상태다.
무엇보다 천 원내대표의 자세가 보름 가까이 지속된 국회 파행사태를 거치는 사이 눈에 띄게 유연해졌다는 시각이 많다.
천 원내대표는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보법 처리 문제와 관련해 “상황은 변할 수 있다”는 화두를 꺼낸 뒤 다음날 여기자 간담회에서는 `연내 처리’ 원칙을 전제하면서도 “성급한 개혁론자들이 단독으로라도 예정대로 해야 한다고 하지만 너무 서두를 필요는 없다”며 “각종 민생법안이 100여개가 넘을 수도 있는 만큼 차곡차곡 처리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중도 성향 의원들은 크게 반기고 있다.
정부·여당에 대해 자성론을 폈던 김부겸 의원은 11일 “천 대표가 `오른쪽 깜빡이’를 켠 것”이라며 “요즘 이 의장과 천 대표간의 호흡이 잘 맞는다”고 말했다.
반면 386 등 재야파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장영달 의원은 “야당과 협의조차 해보지도 않는 상황에서 미리 자포자기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아니냐”며 “정기국회 내에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각오로 나가야지 벌써부터 내년을 찾는 식으로 나온다면 바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4대 법안에 대한 지도부의 접근방식을 놓고 성향과 노선에 따라 해석과 평가가 극단으로 갈리고 있지만, `연내 처리’라는 당의 공식 입장에는 현재까지 큰 변화가 없다.
지도부 내부에선 오히려 이 의장과 천 대표의 유화적 태도가 한나라당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들기 위한 전술적 변화임을 강조하고 있다.
한 핵심 관계자는 “4대 입법에 대한 유화 발언은 당이 좌파로 규정되는 것을 막고, 한나라당 온건파의 입지도 살려 대화를 유도할 것이라는 게 지도부의 판단”이라며 “이 의장의 발언도 그런 고도의 계산을 갖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천 대표도 이날 원내대표단 회의에서 “개혁의 본질이 훼손되지 않는 선에서 야당과 실질적 협상이 가능하다”고 선을 그었고, 이 의장은 “나는 천 대표의 보조역으로서 뒷바라지하는 것”이라며 “내가 나서서 의원들을 다독거려야지 원내전략도 짜기 쉬워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당내에선 지도부가 서둘러 내부 이견을 조율, 갈등으로 확산될 소지를 미리 차단하려는 시도라는 해석도 있다.
/이영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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