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공전 엿새째… 여야, 정상화 방안모색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4-11-02 17:5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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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당 “李해찬총리 유감 표명” 제시

한나라 “단순 사과로 안돼” 강경기조

여야는 2일 엿새째 계속되고 있는 정기국회 파행사태를 놓고 대립하는 가운데서도 국회공전 장기화에 따른 비난여론을 의식, 물밑 대화를 통한 국회 정상화 방안을 모색했다.

열린우리당은 파행사태의 원인 제공자인 이해찬 총리가 유감을 표명토록 하는 방안 등 수습책을 한나라당에 제시했으나, 한나라당은 “이 총리의 단순사과만으로는 안되며 여권의 근본적인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며 공세를 이어갔다.

지난달 31일 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가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를 만나 여야 협의를 통한 `4대 개혁입법’ 심의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이종걸 원내수석부대표도 1일 한나라당 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이 총리의 `유감표명’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전달하는 등 여여간 접촉은 이뤄지고 있으나, 극적 합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

한나라당이 강경기조를 유지하고 있는데다 여야 모두 국면 전환을 위한 계기와 시점을 찾지 못하고 있어 파행사태는 하루 이틀 더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미국 대선이 끝나는 3일 이후에나 국회 정상화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열린우리당= 열린우리당은 2일 국회 정상화 해법과 관련, 이해찬 총리의 선(先) 유감표명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내부 입장을 정리하
고, 한나라당의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우리당 지도부는 이날 이종걸 원내수석부대표를 통해 이 총리의 `선사과’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이를 반영하듯 의원총회에서도 한나라당에 대한 공세수위가 급격히 낮아지는 등 기류 변화를 보였다.

이틀 전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한나라당 박근혜대표를 맹비난했던 이부영 의장부터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총에서 “어제 이후 한나라당의 추이를 살펴본 결과, 절제하는 모습들이 눈에 보여 대단히 다행”이라며 “그러나 한나라당이 국회로 복귀해 정부의 잘잘못을 따지고 경제의 어려움을 함께 살려나가려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천정배 원내대표도 “구체적인 정책과 그를 뒷받침하는 법안으로만 경제를 살릴 수 있으며, 색깔공세는 경제를 망치고 나라를 망치는 것”이라며 “한나라당이 어제는 색깔 이념공세를 자제하는 느낌을 갖게 해 다행스럽다”고 평가했다.

천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이 부질없는 이념논쟁과 구시대적인 색깔론을 중단하고 국회로 돌아와서 민생과 개혁의 길에 동참하기를 촉구한다”며 “우리당은 야당을 존중하고 유연한 자세로 대화하고 타협할 용의가 있으며, 한나라당이 복귀해서 대정부 질문을 정상
적으로 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연일 대야(對野) 강경 발언을 쏟아냈던 민병두 기획조정위원장도 “미국 대선이 끝났는데 국회가 계속 파행하면 수수방관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며 “국민들이 국회만 보고 있는데 잘 풀리지 않겠느냐”고 낙관론을 폈다.

일단 우리당은 원내대표 라인에서 타협 무드가 조성되고 있는 점에 주목하면서, 당분간 `유화 제스처’로 한나라당 지도부를 은근히 압박하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당지도부의 정국운영 방식을 비판했던 강경파의 목소리도 잦아들고 있어 주목된다.

단독 등원을 주장하며 지도부를 정면 비판했던 유시민 의원은 이날 의총에서 최근 `안개모’ 소속 의원을 겨냥해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고 비판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으며, 안개모 발족에 대해서도 “좋은 일”이라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원내 관계자는 “이제 공은 한나라당으로 넘어갔다”며 “우리가 먼저 결자해지 차원의 유감표명을 제의한 데다 미대선과 맞물려 북핵사태 등 외교·안보 현안이 국민의 관심사로 부상하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국회를 거부할 마땅한 명분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한나라당 강경파의 목소리가 여전히 드세다는 점을 들어 협상이 또다른 교착상태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비해 우리당은 한나라당은 물론 민주당과 민노당이 요구해온 카드대란 국정조사 등 국회운영과 관련한 야당의 요구사항을 일부 수용하는 카드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한나라당은 이해찬 총리의 한나라당 폄훼발언과 관련, 2일에도 국회 대정부질문 등 모든 의사일정을 거부한 채 당내 대책회의를 잇따라 열고 대여공세를 이어갔다.

한나라당은 특히 여권에서 이 총리 `사과’를 통해 경색정국을 풀려는 움직임이 감지되자 여당의 진의파악에 나서는 한편, “이 총리의 단순사과로 어물쩍 넘어가려 해서는 안된다”고 쐐기를 박으며 여권의 근본적 태도변화를 촉구했다.

하지만 여야의 대립이 심화돼 장기화될 경우 한나라당도 `국회 파행’에 대한 비난여론의 부메랑을 맞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소장파를 중심으로 제기되면서 당내에선 `대여강경론’과 `전략적 등원론’이 맞서며 술렁거리는 모습도 드러났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이 정권을 보면 완전히 갈등유발증후군에 걸렸다”면서 “비판세력 죽이기와 친노세력 키우기 정략으로 나라를 온통 갈등으로 몰아넣는 노무현 정권에 강력히 맞서겠다”며 대여강경 입장을 고수했다.

남경필 수석 원내부대표는 열린우리당이 이 총리의 입장표명 용의를 밝히면서 전날 국회 운영위 소위를 단독 개최한 것을 지적, “이 총리 사과문제는 이미 물 건너간 문제인데 `이중 플레이’를 하며 야당을 교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형오 사무총장도 “이 총리는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사과할 수 있었는데 오히려 대야 적대감과 증오감을 표출, 더 격화시켰다”면서 “동문서답식으로 야당을 모욕하는 한 이대로 갈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여야 대치정국에 따라 당내 그룹별 모임이 다시 활발해지면서 그룹별, 의원 성향별 정국해법에 대한 시각차도 나타났다.

개혁성향 소장파 모임인 `새정치 수요모임’은 오전 모임을 갖고 “국회파행이 장기화될 경우 야당도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조속한 국회 정상화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이뤘다.

이를 위해 `수요모임’은 ▲이 총리 해임건의안을 제출 및 본회의 표결처리 ▲대여 색깔공세 자제 ▲대안제시를 통한 4대 입법 대여협상 본격화 등을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 주장키로 했다고 이성권 의원이 전했다.

그러나 여전히 강경론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이날 오전 모임을 가진 중도성향 의원들의 모임인 `국민생각’의 맹형규 대표는 “유감표명이나 사과니 하는 수준 가지고는 안된다”면서 “그런 기본이 안된 이 총리는 그만두게 해야 한다”고 말했고, 강재섭 의원도 “(여권에) 강력하게 경고해서 정신을 차리도록 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대여강경파인 국가발전연구회 김문수 의원도 “총리 뿐만아니라 대통령, 장관도 계속 언론자유와 국가운영, 대야관계에 문제가 되는 발언들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말로만 `유감’이라고 장난할 때가 아니다”며 강경대응을 주문했고, 홍준표 의원도 “4대입법을 둘러싼 대여싸움은 이미 시작됐다. 당지도부가 여기서 멈칫하면 당내에서 곤란한 입장에 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노·민주·자민= 민주노동당과 민주당, 자민련 등 비교섭단체들이 2일 엿새째 파행을 맞고있는 국회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민노당 천영세 의원단대표와 민주당 이상열 원내 수석부대표, 자민련 김낙성 원내총무는 2일 국회에서 만나 정부·여당과 한나라당 모두가 국회 파행 사태에 책임이 있다고 판단, 국민에게 사과하고 국회를 조속히 정상화시킬 것을 촉구키로 했다.

천 의원단대표 등은 정부와 여당에 대해 “적절하지 못한 발언 등으로 국회 파행에 책임이 있는 만큼 적절한 대국민 사과를 통해 국회 정상화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아울러 한나라당을 향해서도 “`색깔론’ 등 근거없는 정치 공세와 의사일정 보이콧으로 국회 파행을 가져온 것에 대해 사과하고 즉시 국회를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 같은 요구 사항을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와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에게 각각 서면으로 전달했으며, 김원기 국회의장을 만나 국회 정상화를 위한 ‘5당 원내대표 회담’ 소집을 제안했다.

천 의원단대표는 “양당이 우리의 요구에 응할 걸로 확신한다”면서 “이후에도 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없을 경우 3당이 다시 방침을 만들어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영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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