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당은 보수 정서가 강한 강원도 철원군수 선거에서 승리한 데 대해 커다란 의미를 부여한 반면, 한나라당은 여당의 참패로 규정하면서 수도권인 파주시장 선거 승리를 높게 평가했다.
전남 해남·강진군수 선거에서 모두 승리한 민주당은 “패자부활”을 선언했으나 우리당은 “조직선거 경향이 강했다”며 반박했다.
◇우리당 = 경남 거창군수 외에 기초단체장 4곳에 후보자를 낸 우리당은 내심 `전패’까지 각오했던 터라 철원 승리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였다. 해남·강진의 패배에 대해선 “비교적 선전한 것”이라며 애써 태연한 반응을 보였다.
김현미 대변인은 “한 곳도 안될 줄 알았는데 철원이 됐다”며 고무된 표정이었고, 박영선 원내 공보 부대표도 “지난 6월 재보선 때보다 분위기가 좋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철원 승리를 평가했다.
이부영 의장은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큰 성과를 얻지 못했지만 지방일꾼을 뽑는 선거에 정치적으로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고 말하고, 전남 2곳에서 패한 데 대해 “강진은 예상밖으로 선전했고, 해남의 경우 우리당 후보가 둘이 나와 표를 가른 꼴이 됐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민병두 기획조정위원장은 “국가보안법 폐지를 놓고 여야가 대치하고, 철책선 절단 사건이 터진 철원이라는 남북 접경지역에서 승리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전체적으로 성공은 아니지만 실패도 아닌 선거”라고 말했다.
민 위원장은 또 해남·강진 결과에 대해 “소지역주의와 조직표에 밀린 것”이라며 “서전남의 `ㄴ字’ 벨트 지역은 지난 총선 때 민주당이 대부분 당선된 것에서 보듯 전라도 전체에서 민주당의 기반이 가장 강한 곳이라서 큰 의미를 둘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당내에선 자성론도 없지 않았으나, 패배의 원인과 향후 노선에 대해선 성향에 따라 의견이 엇갈렸다.
386 운동권 출신인 정봉주 의원은 “전남에서 패한 것은 호남이 역차별당하고 있다는 기본 정서와 여당의 개혁작업이 더딘 데 대한 반감이 어우러진 결과”라며 “우리당이 선명한 개혁으로 나갈 때 고정지지층 외에 `중간층’의 지지가 불붙었다는 점을 깨닫고 더욱 선명하게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긴급조치세대 모임인 `아침이슬’의 우원식 의원은 “민심은 우리당에 개혁하라고 17대 국회 다수당으로 만들어준 것”이라며 “개혁다운 개혁을 빨리 하라는 요구라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안개모 소속의 정장선 의원은 “이미 우리당에 대한 민심 추이로 볼 때 부분적으로 예측했던 결과”라고 진단하고 “이런 문제를 단순한 현상으로 보지 말고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당이 개혁일변도에서 벗어날 것을 주문했다.
익명을 요구한 안개모의 또다른 의원은 “정부·여당이 개혁 강성기조로 일관해 지지율이 24%로 떨어지고, 후보들이 당의 이름을 숨기는 지경까지 이르렀다면 심각한 상황”이라며 “당연히 국정기조를 재점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죽은 당”이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 기초단체장 3곳에 후보를 내 2곳에서 당선됐기 때문에 압승이라고 말할 수는 없어도 승리한 것에는 틀림없다는 평가다.
특히 한나라당은 패배한 강원도 철원군수 선거의 경우 보수 성향의 후보 난립, 열린우리당 후보의 지역기반 등을 패인으로 꼽으면서 평가절하를 시도했다.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철원의 경우 한나라당 성향 후보들이 난립했다”며 “여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많아 열린우리당 후보가 당선된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여당의 `패배’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특히 여당이 총선에서 압도적 지지를 얻은 호남에서 `전패’한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노무현 정권과 여당의 실정에 대한 국민의 심판일 뿐 아니라 최근 이해찬 국무총리의 야당 모독 발언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반영한 결과라는 주장이다.
박근혜 대표는 31일 “이렇게 어렵고 힘든 경제적 상황에서도 한나라당에 지지와 신뢰를 보내주신 유권자들에게 감사드린다”며 “한나라당은 지자체장들과 긴밀하게 교류하고 협력해 유권자들에게 보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고 전여옥 대변인이 전했다.
임태희 대변인은 논평에서 “이번 재보선은 한나라당에 힘을 실어주고 더욱 분발하라는 격려의 의미가 담겨 있다”며 “노 정권과 여당에게는 변명할 여지가 없는 철저한 패배를 안겨줬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현 정권의 경제파탄, 민생파탄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자 수도이전, 국보법 폐지 등 4대 입법 추진에 대한 국민의 반대여론이 반영된 것”이라며 “헌법과 국민, 야당을 무시한 오만방자한 이 총리에 대한 유권자의 강한 질책”이라고 해석했다.
전여옥 대변인도 “여당의 호남 전패는 호남인들이 정권에 대해 진심으로 친(親) 호남이 아니라 호남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데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은 재보선 승리의 여세를 몰아 1일 국회에서 국정농단 보고회를 개최, 이 총리의 야당 모독 발언을 성토하고 국회 의사일정 중단에 따른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민주당 = 이번 지방 재보선을 통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자평하며 들뜬 모습을 보였다.
기초단체장이긴 하지만 전국 5곳 중 2곳에서 승리했을 뿐 아니라 과거 텃밭이었던 전남 지역에서 열린우리당 후보에 압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밤 늦게까지 여의도당사를 지킨 한화갑 대표는 전남 강진과 해남에서 자당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자 전화로 이들을 격려한 뒤, 당직자 50여명과 함께 당사 인근 주점에서 축배를 들었다.
한 대표는 “이번 선거를 통해 당의 부활을 확인할 수 있어 기쁘다”며 “이 같은 결과를 토대로 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정일 전남도당 위원장은 “6.5 재보선 승리로 당에 대한 지역민의 마음을 읽었다면 이번 재보선의 결과는 50년 전통의 민주당을 반드시 재건하라고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며 “앞으로 농민과 서민을 대변하는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장전형 대변인은 “민주당을 지지해 주는 국민이 있는 한 재기할 수 있다는 확신과 자신감을 갖게 해준 선거였다”면서 “앞으로 더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도록 차근차근 내실을 다져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여당에 대해서도 “민심을 정확히 파악해 국민을 안심시키고 경제를 돌보는 정치를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영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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