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천 원내대표는 개혁과 민생경제 회복의 병행 추진론을 주장하면서 이른바 `4대 개혁입법’의 정기국회내 처리를 재확인한 반면, 박 대표는 국정의 우선순위가 잘못됐다며 `먹고사는 문제’와 관계없는 4대 입법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는 종반으로 접어든 정기국회에서 4대 입법추진을 둘러싼 여야의 가파른 대치가 예고하는 것이어서 정국경색 심화와 함께 국론분열이 우려되고 있다.
◇경제정책= 유류세의 탄력 적용 또는 한시적 인하, 부동산 거래세 인하, 중소기업 지원 등에 제한된 분야에서는 의견의 일치를 보였으나,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재정확대 정책과 연기금 주식투자 허용 문제를 놓고는 야당의 반대의견이 분명했다.
경제위기의 원인 진단과 관련, 천 원내대표는 내수 침체와 경제 양극화를 꼽은 반면, 박 대표는 국정의 우선 순위가 바로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며 경제외적인 요소를 지목했다.
특히 재정정책에서 천 원내대표는 “추가적인 재정 확대를 적극 고려하고, 정부가 제출한 예산 규모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반면, 박 대표는 정부가 내년도에 6조8000억원의 적자 국채를 계획하고 있는 데 대해 “적자국채를 발행하고 추경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7년째 통하지 않는 정책”이라고 일갈했다.
박 대표는 정부 여당이 추진 중인 `한국판 뉴딜정책’에 대해서도 “이름만 바꿔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것은 마약과 같이 일시적 효과만 있을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연기금 주식투자와 관련, 천 원내대표는 “연기금을 사회간접자본(SOC) 등 민간투자사업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기금관리법과 민간투자법 개정을 주장했다. 이에 박 대표는 정부 정책을 `연기금 사회주의’로 비판하고 “정부가 연기금이나 산업은행 공적자금을 주식과 부동산 투자에 동원하고, 공공자금으로 금융과 기업을 지배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개혁입법= 양측의 주장이 `정기국회내 처리강행과 즉각 철회’로 완전히 갈려 있는 `합의 불모지대’.
천 원내대표는 “`경제가 이토록 어려운데 무슨 개혁이냐’는 질책이 있으나, `경제 대 개혁’이라는 이분법으로 개혁을 비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국가보안법 폐지, 과거사기본법, 사립학교법 개정, 언론개혁입법 등 4대 개혁입법과 공정거래법 개정 등 경제개혁 입법의 정기국회내 처리방침을 재확인했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국민이 이렇게 힘들어 하는데 먹고 사는 문제와 아무 상관도 없는 수도이전이나 4대 법안이 어떻게 국정의 우선순위가 될 수 있으며, 분열과 후퇴를 가져오는 법안이 어떻게 개혁입법이란 말이냐”고 반문한 뒤, 4대 입법의 철회를 요구했다.
국가보안법 폐지와 관련, 천 원내대표는 “국보법 폐지 후 안보불안을 없애기 위해 형법의 내란죄 규정을 보완하겠다”고 밝힌데 대해, 박 대표는 “국보법이 폐지되면 거리에 인공기가 날리고 주체사상을 가르쳐도 막을 수가 없다. 정권이 국보법 폐지를 강행한다면, 한나라당은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과거사법에 대해서도 천 원내대표는 “권위주의 통치시절의 억울한 희생을 치유하고 왜곡된 과거역사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당위성을 주장했으나, 박 대표는 “과거사 문제를 정치적 목적으로 재단해서는 안된다”며 중립적 기관에 의한 조사를 주장했다.
사립학교법과 관련, 천 원내대표는 “학교운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조치”라고 말했으나, 박 대표는 “학교를 이념교육의 장으로 몰아가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언론개혁법에 대해서도 천 원내대표는 “언론의 다양성 확보와 뉴미디어 시대에 걸맞은 언론의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 반면, 박 대표는 “공정거래법까지 무시하면서 일부 신문에 대해서만 핍박을 가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해 시각차를 보였다.
◇수도이전= 천 원내대표와 박 대표는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위헌 결정을 놓고도 분명한 견해 차이를 드러냈다.
천 원내대표는 헌재의 결정에 대해 “갑작스런 관습헌법의 출현으로 국회의 입법권은 물론 헌법 자체가 훼손됐다는 지적이 많다”며 “헌재 결정의 효력을 인정하고 수용하지만, 그 결정을 둘러싼 논란이 있고 이 논란은 사회의 건강성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고 법리적 문제점을 지적했다.
천 원내대표는 또 “수도권 과밀해소와 지방분권,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정책 목표를 일관되게 추진해나갈 것”이라며 정책기조 유지와 수습책 마련을 다짐했다.
반면 박 대표는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헌법에 대한 도전이자 체제에 대한 부정”이라며, 노무현 대통령이 전날 “헌재 결정으로 국회의 헌법상 권능이 손상됐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국회의 헌법상 권능을 그토록 존중한다면 지난 3월 국회의 대통
령 탄핵 이후 지금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계신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느냐”고 반문했다.
박 대표는 “수도이전 문제로 인한 혼란은 한나라당에도 책임이 있지만, 더 큰 책임은 정략적으로 수도이전을 무모하게 밀어붙인 대통령과 현 정권에 있다”며 `국가균형발전과 지방살리기 특별위원회’를 국회내에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남북관계= 남북간 원활한 교류협력과 2차 남북정상회담의 필요성에는 천 원내대표와 박 대표가 한 목소리로 공감했다.
그러나 천 원내대표는 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직접 대화와 남북간 의원외교의 추진 등 남북 당사자간 대화에 방점을 찍은 반면, 박 대표는 “국가안보가 비상상태”라면서 안보불안 해소를 위한 한미동맹 강화를 강조했다.
박 대표는 또 “`북핵 문제가 구조적으로 안정돼있다’는 대통령의 안이한 생각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며 “남북정상회담은 필요하나, 그것은 반드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 안보불안을 해소하는 데 실질적인 결실을 보는 회담이 돼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이영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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