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본연기능 상실 ‘비판론’ 대두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4-10-10 19:56:21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초·재선 튀는 활약속 구태여전 눈쌀 17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10일로 전체 일정의 3분의 1을 소화한 가운데 여야가 정쟁에 매몰돼 국감 본연의 기능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론이 커지고 있다.

물론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정책성 질의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멱살잡이와 폭언 등 극한적인 감정대립이 사라지는 등 예전에 비해선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한건주의식 폭로, 고자세 질의, 피감기관의 불성실한 답변 등 과거 `국감무용론’을 불렀던 구태는 여전하다는 지적이 많다.

◇ 고자세 질의·불성실 답변

지난 4일 통일외교통상위의 통일부 국감에서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보고 부실을 이유로 개회 40분만에 한때 퇴장했다. 김문수 박계동 의원 등은 실·국장들의 업무보고가 늘어지자 “구태의연한 유신시절의 보고”, “국회 모독” 등으로 힐난했고 `시정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들을 필요가 없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기도 했다.

같은 날 국방부에 대한 국방위의 국정감사에서는 보좌진 5~6명이 국방부 신청사 1층에 마련된 비서관 대기실에서 `내기 포커’를 하는 모습이 목격돼 군 관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지난 7일 과학기술정보통신위의 정보통신부에 대한 국감에서는 김영선(한나라당) 의원이 자신의 질의내용을 반박하는 보도자료를 정통부가 배포한 것을 알고는 “해명자료를 배포한 사람이 누구야! 장관이 시켰어”라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행자위의 홍미영(우리당) 의원은 지난 6일 서울시 국감에서 감정을 자제하지 못한 채 이명박 시장에게 답변기회를 주지 않는 `속사포 질의’를 한 뒤 “대권을 꿈꾸는 시장에게 정치적 타격이 될 수 있다”는 등의 감사와 무관한 발언을 해 눈총을 샀다.

문광위의 이재오(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5일 한국관광공사 국감에서 사장을 제외한 임직원들을 3분여 동안 기립토록 한 채 “국감에 나와서 제대로 자신있게 답변하는 게 하나도 없다”며 꾸짖기도 했다.

정상적인 회의 진행을 방해하고 국회의 권위를 실추시키는 증인 또는 참고인의 불성실한 국감 자세도 문제였다.

지난 8일 환경노동위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한 대전리베라호텔 최대주주인 박순석 신안그룹 회장은 호텔 측의 노조탄압 여부를 추궁하는 단병호(민노당) 의원 질의 도중 “여기가 깡패집단입니까. 왜 그렇게 사람 주눅들게 합니까”라고 반발, 국감이 한동안 정회되는 소동이 빚어졌다.

참여정부의 국방보좌관 출신인 김희상 비상기획위원장은 지난 5일 정무위 국감에서 테러단체에 의한 핵공격 시 선전포고 등 대응책을 묻는 채수찬(우리당) 의원의 질의에 “연구 좀 해봐야겠다”, “핵폭탄이 터져도 어느 정도인지부터 파악해봐야 안다”고 답해 “지금 말장난 하느냐”는 면박을 당했다.

◇ 과장·부실·재탕 국감자료

보건복지위 소속인 유필우(우리당) 의원은 지난 6일 성생활용품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정책자료집을 냈으나 관련 용품 사진만 나열했을 뿐 기초적인 국제유해성 기준과 부작용 사례를 밝히지 않아 `궁금증’만 유발시켰다.

역시 같은 복지위인 고경화(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8일 `감기환자 항생제 처방률이 99%라니’라는 충격적인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으나, 실상은 고작 3개 의원을 대상으로 한 비율을 약 5만개인 전체 의료기관의 평균인 것처럼 부풀린 것으로 드러났다.

행정자치위의 최규식(우리당) 의원은 지난 5일 지난 3월 정치관계법 개정 이후 17대 국회의원 후보 모금 순위에서 한나라당 소속 후보가 상위 5걸에 4명이나 들었다는 내용의 자료를 배포해 한나라당으로부터 `자의적 통계’라는 지적을 받았다.

과거에 나왔던 국감자료를 그대로 베끼거나 최근 수치만 넣어 다시 써먹는 경우도 흔했다. 정무위의 경우 금융권의 휴면계좌 수익, 감사원 지적사항, 신용불량자 통계를 재탕, 삼탕해 버젓이 `새 버전’인양 내놓는 구태가 올해에도 계속됐다.

정치·사회적 분위기에 편승, 설득력이 부족한 통계를 보편적 사실인 것처럼 제시하고, 언론이 `한건’에 급급한 나머지 이를 여과없이 보도해 해당 분야에 파장을 낳는 사례도 잇따랐다.

교육위 소속 안상수(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4일 서울시의 36개 4년제 대학을 대상으로 취업률을 분석한 결과라며 취업률에서 서울대가 중위권 대학보다 낮고, 학부별로는 법학과가 최저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상위권대와 법학과의 경우 각종 고시 준비생이 많고, 학교 수준이 높을수록 대기업 등 좋은 직장에 대한 지원경향이 높은 점, 대학 특성과 남녀학생 분포 등 취업률 조사에 필요한 결정적 변수를 감안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 원인과 대책

정책국감을 통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겠다는 여야의 다짐에도 불구하고 국감에서 구태가 반복되는 데 대해 정치권은 인력풀 제한 등 구조적인 한계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우선 초선 의원이 전체 의석의 3분의 2를 넘는 상황에서 과거 관행에 젖은 의원 보좌진의 인적 교체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점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의원이 뭐가 뭔지 모르다보니 정치판 생리에 노회한 보좌관에게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국감을 정국 주도권 확보의 계기로 삼으려는 여야 지도부의 자세는 물론이고, 감사기간 집중, 제한적인 언론보도, 중복질의 등 근본적인 비효율성도 부실국감을 부르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국감을 없앨 수 없다면 상임위별로 국감 기간을 별도로 둬 의원들의 감사와 의정활동 감시에 내실화를 기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란 기자 [email protected]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일보 시민일보

기자의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