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법 與野 내부갈등 증폭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4-09-22 17:3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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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당 보·혁 대립 팽팽 한나라 ‘정부참칭’ 싸고 파열음 국가보안법 폐지 문제를 둘러싸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내부 기류가 복잡해지면서 진통을 겪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국보법 폐지란 원칙에는 대체로 이견이 없지만, 폐지 후 보완의 폭과 시기 등을 놓고 보·혁간의 간극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도 국가보안법의 핵심조항중 하나인 제2조의 `정부참칭’ 부분 삭제 여부를 둘러싸고 내부의 파열음이 점점 커지고 있다.

◇열린우리당= 형법보완론자들은 한나라당이 다소 전향적인 입장으로 선회한 만큼 협상전략차원에서 `완전폐지’ 쪽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인 반면, 대체입법론자들은 국민정서를 감안하면서 야당과의 타협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5일 노무현 대통령이 국보법 문제에 대해 “구시대의 유물로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을 계기로 해소된 듯 했던 노선 갈등이 다시 불거질 조짐도 감지되고 있다.

천정배 원내대표가 21일 “협상에 도움이 안된다”며 `국보법 태스크포스’를 전격 해체한 것도 내부 논란의 정도를 짐작케 하는 대
목이다.

천 대표는 22일 확대간부회의에서는 “무엇보다 지금은 당 내부의 신뢰와 단결이 중요하다”며 “아직 당론으로 확정되지 않은 매우 민감한 내부 문건이 언론에 통째로 나가 보도되는 일이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일단 지도부는 늦어도 내달 초 국정감사 전까지 국보법 문제를 마무리짓는다는 방침이지만 보완론과 대체론간의 입장차가 커 국감 후인 11월로 넘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노 대통령의 `폐지 발언’ 전까지 국보법 폐지론에 반대했던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모임’(안개모)이 23일 정식 발족하는 데 이어 내달 2일 전직 관료와 시장.군수 출신 등 보수 색채가 짙은 30여명이 “행정경험을 의정에 반영하겠다”며 `일토삼목회(一土三木會)’란 친목모임을 구성하는 등 중도보수파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도 노선 갈등을 가중시킬 수 있는 변수로 거론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안개모의 한 핵심 의원은 “지금 정국에 대해 우리당 핵심 주류가 갖고 있는 기본 인식에 근본적 문제가 있다”며 “당내에는 엄연히 개정론, 대체론, 폐지론의 세갈래 흐름이 있는 데도 지도부가 한꺼번에 하려다 보니 이 난리판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진보.개혁세력이 당내에서 차지하는 이념분포가 가장 넓고, 지도부가 대체입법보다 형법보완 쪽로 기울고 있다는 점에서 노선 대립이 장기화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많다.

이부영 의장은 “이미 논란은 정리된 것”이라며 “다만 만약 우리가 대체입법으로 나간다면 한나라당에서 훨씬 강력하게 반대로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민병두 기획조정위원장은 “우리당의 주류는 엄연히 중도개혁”이라고 못박았고,긴급조치 세대 모임으로 국보법 폐지론을 주도하고 있는 `아침이슬’의 유승희 의원은 “노선 문제는 `찻잔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영란 기자 [email protected]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자신의 ‘정부참칭 부분 삭제및 국보법 명칭 변경 가능’발언에 대해 “기존 입장에서 전혀 달라진 게 없다”고 거듭 해명했음에도 불구, 영남권 보수성향 의원들은 “절대 불가”를 못박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박 대표를 필두로 주류-비주류, 개혁-보수의 구분없이 `국보법 폐지 반대’에 한 목소리를 낸 지 불과 13일만의 일이다.

박 대표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인사말을 통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부참칭에 대해 `당내에 논란이 있는 만큼 중지를 모으겠다’고 말했는데 사실과 다르게 인식되고 있다”면서 양해를 구했다.

그는 “국보법 폐지에 반대하고 개정은 논의해 볼 수 있다는 당초 입장에서 달라진 것도, 더 나간 것도 없다”면서 “열린우리당은 무조건 폐지하겠다고 우기고 있지만, 우리는 체제를 수호하고 안보를 지키기 위해 폐지는 절대 안된다는 입장”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이방호 의원은 “국민의 80%가 국보법 폐지에 반대하고 있는데, 이처럼 여론의 지지를 얻고 있는 상황에서 왜 그런 엉뚱한 얘기를 하느냐”고 항의성 이의를 제기했다.

이 의원은 “국가보안법의 핵심조항인 정부참칭 부분을 당내에서 논의해 보겠다는 것 자체부터가 여권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며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내 `보수 맏형’을 자부하는 김용갑 의원도 “참칭조항 삭제여부는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인데 헌법상 절대 국가로 인정할 수 없다”면서 “남.북한이 `국가 대 국가’의 관계라면 어떻게 통일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여기에다 ‘국보법 태스크포스’격인 국가수호비대위도 이날 전체회의에서 국가참칭 부분은 국보법의 핵심이며, 국보법 명칭 변경에도 반대한다는 기존 당론을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원희룡, 박형준 의원 등 개혁성향 의원들은 박 대표를 적극 비호하고 나섰다.

원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정부참칭 조항을 삭제하더라도 얼마든지 안보를 지킬 수 있다”면서 “국보법 명칭 개정도 검토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 의원도 “안보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전제하에서 당내 및 여권과 얼마든지 논의해야 한다”면서 “박 대표의 적극적 개정 입장에 찬성한다”고 가세했다.

/박영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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