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은 이날 국보법을 폐지하고 국가 안보상 필요한 일부 조항은 형법을 보완한다는 방침을 확인하고, 당내에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다양한 국민여론을 수렴하고 보수단체에 대한 설득도 병행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키로 했다.
국보법 전면 폐지시 발생할 수 있는 안보상의 허점을 막고, 국민 일각의 불안 심리를 해소함으로써 `폐지후 보완론’에 대한 지지 여론을 이끌어내겠다는 구상이다.
우리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자문위 회의에서 국보법 폐지의 당위성을 강하게 주장하면서도 보완도 함께 추진할 것임을 강조했다.
임채정 기획자문위원장은 “냉전체제의 수단에 의존해서는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수 없으며, 우리당이 역사에 책임을 지고 폐지로 가야 한다”면서 “국가안보에 대해서는 보완할 것이 있으면 반드시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영달 의원은 “국보법은 국가를 보호하기보다는 국민을 분열시키고 혼란스럽게 한 법이며, 이제 국보법을 박물관으로 보내고 국민 통합과 화합으로 가야 한다”면서 “국보법의 폐단과 왜 폐지돼야 하는지에 대해 당이 앞장서서 계속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당은 국보법의 `폐지+보완’을 포괄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태스크포스를 구성해서 당내의 다양한 주장을 수렴하고, 보수단체 등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형법 보완 설명회 등을 열어 국민들을 설득해나가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중이다.
국보법 폐지시 보완해야 할 조항으로는 찬양·고무에 대한 처벌 규정 가운데 폭력을 동반하지 않고 북한과 직접 연계 돼있지 않은 자발적인 동조행위에 대해서 어떻게 다룰 것이냐가 초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보법 폐지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임종석 의원은 “불고지죄, 정부 참칭 등에 대해서는 폐지 여론이 다수이고, 폭력적이고 조직적인 고무.찬양에 대해서는 현행 형법에서도 충분히 처벌할 수 있게 돼 있다”며 “비조직적, 비폭력적인 자발적 고무·찬양의 영역에 대한 보완이 법률적으로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당은 또 국보법 폐지를 둘러싼 당내 이견 해소를 위한 대책 마련도 부심하고 있다.
국민 일각의 불안감과 폐지 반대 여론을 감안해 개정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날 기획자문위 회의 참석자들이 국보법 폐지론 일색인 가운데 조성래 의원은 “국보법 위반사건 변론을 많이 한 변호사 출신으로서 그 폐해를 잘 알고 있다”면서도 “그런데 국민을 설득하지 않고 우리당이 독주하는 형식으로 국보법 폐지를 강행하면 국민 지지를 잃을 수 있다”며 개정론을 폈다.
개정모임을 주도하는 안영근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 “(국보법 폐지가) 당론이면 따라줘야 한다”면서도 “당론이 폐지로 결정되더라도 우리의 개정론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폐지모임 의원들은 8일 이부영 의장을 면담하고 폐지 당론 확정을 촉구하고, 개정모임 의원들과도 회의를 갖기로 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의견이 높게 나타난 언론사 여론조사 결과를 지렛대로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간극 벌리기에 적극 나서는 등 국보법 반대 의견확산에 주력했다.
한나라당은 여당이 노무현 대통령의 국보법 폐지발언 `한마디’에 당론을 폐지 쪽으로 급속히 몰아가고 있는데 대해 “여당은 거수기냐”라고 자극하며, 국보법 대세론을 되돌려놓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러면서도 한나라당은 여권의 강공 드라이브와 시대적 추이가 맞물려 국보법 폐지에 힘이 실릴 경우, 자칫 `반통일 세력’으로 매도되는 등의 부작용을 우려해 내부적으론 국보법의 독소조항을 바로잡는 자체 개정안 마련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노무현 정권이 얼마나 민심을 거역하는가 하는 분명한 자료가 언론사 여론조사에 나타났다”면서 “보안법 존치론이 82%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는데 열린우리당은 대통령의 거수기 노릇을 하겠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한구 정책위의장도 “국회는 더 이상 청와대의 시녀가 돼선 안된다”면서 “여당의원도 나라 뒤집기를 시도하고 있는 청와대를 따라가면 안된다”고 가세했다.
한나라당은 전날 보안법 존폐에 대한 의견을 밝혔던 정동영 통일장관에 대해서도 독설을 퍼부었다.
김형오 사무총장은 “통일장관이 보안법 폐지에 대해 `단순한 내부문제로 정상회담과 연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는데 보
안법은 내부용이 아니라 북과의 관계에서 태어난 것”이라며 “전문성없는 대권 수업용 장관이라는 말이 실감난다”고 비판했다.
전여옥 대변인도 “정 장관이 보안법에 대한 발언을 했다가 여러 이유로 2시간만에 취소한 해프닝을 벌였다”며 “이렇게 좌충우돌인 노무현 정부를 국민이 불안하고 답답하고 미덥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가세했다.
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는 “국민의 80%가 보안법 유지나 개정 의견인데도 방송에서 폐지가 시대의 대세라는 일방적 주장이 나오고 있다”면서 “독립성과 공정성을 잃게 되면 `국민의 방송’이 아니라 `노빠(`노무현 오빠’의 줄임말) 방송’이 된다”고 경계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국가보안법 제2조의 정부 참칭 등 `반국가단체’ 규정은 존치하되, 제7조(찬양·고양)와 제10조(불고지죄) 등 조항을 손질해 따로 마련한 국가보안법 개정안에 대한 최종 당론을 수렴, 8일 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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